[추석] 전 부치다 울컥했던 건 처음이었어요

지난 추석에 친정에서 전을 부치고 있었어요.

 

동그랑땡 하나 올려놓고

뒤집고

옆으로 밀어놓고

 

계속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그날은 엄마 모습이 자꾸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엄마는 제 옆에서 계속 전을 부치고 계셨어요.

 

“이건 조금만 더 익혀야겠다.”

 

하면서 뒤집고

접시에 가지런히 담고

 

기름이 튀면 행주로 닦고

다시 프라이팬 앞에 서고요.

 

저도 평소 같으면 그냥 그러려니 했을 텐데

그날따라 엄마 손등이 눈에 들어왔어요.

 

예전보다 손이 많이 거칠어져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엄마 손 언제 이렇게 됐어?”

하고 물었어요.

 

엄마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나이 들면 다 그렇지 뭐”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데 갑자기 목이 꽉 막혔어요.

 

어릴 때는 명절이면

엄마가 전을 부쳐주는 게 너무 당연했거든요.

 

저는 옆에서 하나 집어먹으면서

“이거 맛있다” 하고 좋아하기만 했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엄마 옆에 서서 같이 전을 부치고 있더라고요.

 

그때 문득

엄마가 예전부터 이렇게 서 있었겠구나 싶었어요.

 

제가 학교 다닐 때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도

 

명절이면 엄마는 늘 같은 자리에서

전을 부치고 있었던 거죠.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얼른 고개를 돌렸어요.

 

엄마가 눈치챌까 봐

“기름이 눈에 튀었나 봐” 하고 웃었는데

 

엄마는 아무 말 없이

제 앞에 잘 익은 동그랑땡 하나를 접시에 올려주셨어요.

 

그리고는

 

“뜨거울 때 하나 먹어봐.”

 

하시더라고요.

 

그 한마디에 결국 웃음이 나왔어요.

 

울컥했던 것도 조금 가라앉았고요.

 

집에 돌아오기 전에

엄마 손을 한번 꼭 잡아드렸어요.

 

평소에는 쑥스러워서 하지 못했던 건데

그날은 그냥 하고 싶더라고요.

 

지난 추석에 전을 부치면서 알았어요.

 

명절 음식이 맛있었던 기억 뒤에는

늘 묵묵히 그 음식을 만들어준 사람이 있었다는 걸요.

 

다음 명절에는

엄마가 프라이팬 앞에 오래 서 있지 않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댓글4
  • 프로필 이미지
    천혜향
    전 부치다가 문득 엄마 생각이 밀려오는 순간이 있죠.
    
    예전에는 명절이면 당연히 먹었던 전인데
    직접 부쳐보니까 기름 앞에 오래 서 있는 것도 쉽지 않고, 하나씩 뒤집고 간 맞추는 일도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더라고요.
    
    특히 엄마가 예전부터 명절마다 이걸 해오셨다고 생각하면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받아먹기만 했구나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아요.
    
    이번에는 전 한 장을 먹더라도
    엄마가 얼마나 오래 주방에 서 있었을지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 프로필 이미지
    단청키캡
    거칠어진 엄마 손등을 보고 목이 꽉 막히셨다는 대목에서 저도 같이 울컥했어요.
    내가 나이를 먹을 수록 부모님도 함께 나이 먹어가는 것을 점점 더 실감하게 되는 것 같아요.
    쑥스러워도 손 한번 잡아드린 그 마음이 참 예쁘네요. 잘 읽고 갑니다.
  • 프로필 이미지
    민트홀릭
    전 부치다가 울컥했다는 말만으로도 그날의 마음이 조금 전해지는 것 같아요.
    
    명절에는 늘 음식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지나가는데, 어느 순간 부모님의 손이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것들이 새삼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특히 같이 전을 부치면서도
    ‘우리 엄마도 명절마다 이렇게 오래 서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참 묘할 것 같아요.
    
    저도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이 해주신 음식보다 그 음식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서 계셨는지가 더 크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울컥했던 마음이 그냥 지나가지 않고, 다음 명절에는 전 하나라도 같이 부치면서 부모님이 조금 덜 힘들게 보내실 수 있으면 좋겠네요.
  • 프로필 이미지
    기춘이
    글 읽는데 엄마가 잘 익은 동그랑땡 하나 접시에 올려주셨다는 부분에서 괜히 마음이 먹먹하네요.
    
    딸이 옆에서 같이 전을 부치고 있어도 엄마 입장에서는 여전히 자식 먼저 챙기는 게 몸에 밴 것 같아요.
    “뜨거울 때 하나 먹어봐”라는 말이 평범한 한마디인데, 그동안 명절마다 엄마가 해왔던 역할이 그대로 느껴져서 더 뭉클했던 것 같고요.
    
    특히 손등이 거칠어진 걸 그날 처음 제대로 보셨다는 부분이 참 와닿아요.
    우리는 엄마가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해왔으니까 그 모습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손이며 허리며 예전과 달라진 게 눈에 들어오면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게 실감나잖아요.
    
    저도 이런 글 보면 다음 명절에는 음식 맛있게 먹는 것보다 엄마가 얼마나 오래 서 있었는지부터 한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날 손 꼭 잡아드린 것처럼, 다음 명절에는 엄마가 프라이팬 앞에 서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여드리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