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이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나이는 계속 먹고 있는데 나는 뭐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요.
예전에는 그냥 살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했는데 이제는 그게 잘 안 되네요.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뭘 해야지 하는 생각보다 그냥 또 하루가 시작됐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출근하고 일하고 밥 먹고 집에 오고 또 자고. 크게 나쁜 일도 없는데 그렇다고 특별히 좋은 일도 없고 그냥 계속 반복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래도 하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거나 어디 가보고 싶다거나 나중에 이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이런 생각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 별로 없어요. 꿈이 없어진 건지, 그냥 지친 건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주변을 보면 저보다 잘된 사람들도 많죠. 누구는 집도 사고 자식들도 잘 키웠고, 누구는 직장에서 자리를 잡았고, 누구는 자기 사업해서 잘 살고 있고요.
물론 그 사람들도 속사정이야 있겠지만 그런 걸 알면서도 자꾸 비교하게 됩니다.
특히 인터넷이나 SNS 같은 거 보다 보면 더 그렇습니다. 남들은 뭔가 하나씩 해놓고 사는 것 같은데 나는 뭘 해놨나 생각하게 되고요. 그러다 보면 괜히 기분이 가라앉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크게 실패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닙니다. 먹고살고 있고 큰 사고 없이 지금까지 살아왔으니까요. 그런데 딱히 이뤄놓은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실패했다고 하기에도 그렇고 성공했다고 하기도 그렇고 그냥 시간만 지나서 여기까지 온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마음만 그런 게 아니라 몸에서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게 하나씩 느껴집니다.
예전에는 밤늦게까지 뭘 해도 다음 날 어떻게든 버텼는데 이제는 한번 무리하면 피곤한 게 오래 갑니다. 운동을 좀 세게 하고 나면 다음 날 몸이 무겁고, 예전에는 별것 아니었던 일을 하고도 허리나 어깨, 무릎 같은 데가 신경 쓰일 때가 있고요.
근육도 예전보다 빠진 것 같아요. 팔이나 다리를 보면 예전보다 가늘어진 것 같고 힘도 좀 떨어진 것 같고요. 운동을 한동안 안 하다가 다시 시작하면 예전처럼 금방 몸이 돌아오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체력도 그렇습니다.
조금 뛰거나 계단을 많이 올라가면 숨이 차는 것도 빨리 느껴지고, 한번 지치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하던 일인데 지금은 하고 나서 피곤하다는 생각부터 들 때가 있어요.
그렇다고 어디가 특별히 아픈 건 아닌데 예전의 내 몸이 아니라는 느낌은 분명히 있습니다.
먹는 것도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젊을 때는 많이 먹어도 그냥 소화가 됐던 것 같은데 이제는 조금 많이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도 차고 트림도 나고 그렇습니다. 늦게 먹으면 다음 날까지 속이 불편할 때도 있고요.
예전에는 몸이 그냥 내 마음대로 따라오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먹는 것도 조심해야 하고 운동도 너무 무리하면 안 되고 잠도 신경 써야 하는 것 같습니다.
잠도 그렇고요.
피곤하면 그냥 자면 될 것 같은데 막상 누우면 별 생각이 다 납니다. 지나간 일 생각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하고 그러다 보면 잠도 늦게 들고요. 다음 날 피곤하니까 또 아무것도 하기 싫어집니다.
몸이 피곤하니까 운동도 하기 싫고, 운동을 안 하니까 몸은 더 처지고.
이런 것도 계속 반복되는 것 같아요.
얼굴을 봐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게 보이고 피부도 예전보다 탄력이 없어진 것 같고, 작은 글씨를 오래 보면 눈도 피곤하고, 예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들이 하나씩 불편해집니다.
몸도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체력도 그렇고 활력이나 식욕도 예전과는 다르고요. 이런 건 누구한테 이야기하기도 좀 그렇습니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데 그런 것까지 하나씩 줄어드는 걸 느끼니까 기분이 묘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지나간 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20대, 30대 때 조금만 다르게 살았으면 지금은 뭔가 달라져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는 시간이 그렇게 많은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이 그냥 지나가버렸네요.
앞으로도 시간이 그렇게 지나갈까 봐 그것도 좀 무섭습니다.
시간이 점점 빨리 가는 것 같고, 앞으로 남은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뭔가 새로 시작하는 것도 망설여집니다.
운동을 시작해도 지금 나이에 몸이 얼마나 좋아질까 싶고, 오히려 부상을 당할까 싶어서 시작도 망설여집니다.새로운 일을 시작해도 이 나이에 뭘 할 수 있을까 싶고, 뭔가 배우려고 해도 젊은 사람들보다 늦은 것 같고.
결국 생각만 하다가 아무것도 안 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주말이면 어디라도 가고 싶고 뭐라도 하고 싶었는데 요즘은 그냥 누워있게 됩니다. 그렇다고 쉬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시간이 아깝습니다.
좋아하던 음식 먹어도 그냥 그렇고, 예전 같으면 재미있었을 영화나 운동도 그냥 그렇고요. 내가 원래 이걸 좋아했었나 싶을 때도 있습니다.
우울증 같은 건가 싶기도 하고 그냥 지쳐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주변 사람들한테 이야기하면 괜히 유난 떠는 것 같아서 그냥 혼자 넘기게 됩니다.
힘들다고 하면 괜히 내가 약해진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도 다 힘들게 사는데 나만 힘든 척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졌는데 이번에는 그냥 계속 이런 상태인 것 같아서요.
몸이 예전 같지 않고 체력도 떨어지고 근육도 빠지고 회복도 느려지고 소화도 예전 같지 않고, 이런 신체적인 변화가 오는 것도 당연한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
그런데 몸이 변하는 걸 느끼다 보니까 마음까지 같이 작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제 나도 예전처럼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고요.
그러다 보니 새로운 걸 시작하는 것 자체가 겁납니다.
이런 상태가 그냥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인지, 아니면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심각하게 봐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장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운동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건지, 사람들을 좀 만나야 하는 건지, 상담을 받아봐야 하는 건지.
무엇보다 이 '나는 아무것도 이뤄놓은 게 없다'는 생각에서 좀 벗어나고 싶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산 건 아닐 텐데 이상하게 그런 건 잘 안 보이고 못한 것만 보입니다.
앞으로도 거창한 꿈을 다시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오늘 뭐하지 하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었으면 좋겠고, 몸도 지금보다 덜 힘들고, 주말에 그냥 누워있기보다는 어디라도 가보고 싶고요.
늦었다고 생각하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지금이라도 뭔가 하나 시작하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막상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는 또 잘 모르겠습니다.
저처럼 나이가 들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많아진 분들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게 그냥 누구나 겪는 시기인지, 아니면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심각하게 봐야 하는 건지도 궁금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