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 년 후면 다 잊어버릴 슬픔을
간직하느라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을 버리고 있습니다.
소심하게 굴기에 인생은 너무나 짧습니다.
- 데일 카네기 -
오늘은 데일 카네기의 이 묵직하고 뼈아픈 명언을 가장 먼저 띄우며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이 문장을 가만히 소리 내어 읽어 내려가다 보면, 마치 누군가가 제 어깨를 강하게 흔들며 깊은 잠에서 깨워주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우리가 평소 얼마나 많은 순간들을 불필요한 걱정과 미련 속에서 허비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얼마나 찬란하고 눈부신 현재의 시간들이 속절없이 증발해 버리고 있는지를 이토록 정확하게 꼬집어주는 문장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당장 어젯밤만 해도 잠자리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온갖 상념에 사로잡혀 뒤척이던 우리의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직장 동료에게 무심코 던진 농담이 혹시 선을 넘은 것은 아닐까 전전긍긍하고, 내가 내린 결정 때문에 나중에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되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수없이 이불을 걷어차곤 하잖아요. 하지만 그렇게 우리의 영혼을 갉아먹을 듯이 거대하게 느껴지던 고민들도, 데일 카네기의 말처럼 딱 1년이라는 시간의 필터를 거치고 나면 과연 얼마나 살아남아 있을까요.
곰곰이 기억을 더듬어 정확히 1년 전 이맘때쯤 내가 도대체 어떤 일로 그토록 괴로워하고 슬퍼했는지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아마 십중팔구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하거나, 설령 기억이 난다고 하더라도 '아,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하며 피식 헛웃음을 짓고 넘길 수 있을 만큼 사소한 일로 쪼그라들어 있을 겁니다.
당시에는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고 내 인생이 끝장날 것만 같았던 그 엄청난 슬픔과 분노, 수치심마저도 결국 시간 앞에서는 힘없이 마모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가벼운 먼지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참 자주 잊고 살아갑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흐려지고 잊혀질 감정의 찌꺼기들을 우리는 마치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무거운 십자가라도 되는 양 매일매일 정성스럽게 닦고 조이며 소중한 마음의 공간을 낭비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것은 단지 감정의 소모를 넘어, 우리 인생에서 가장 귀하고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라는 절대적인 자원을 길바닥에 내다 버리는 것과 다름없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은행 계좌에 매일 아침 공평하게 입금되는 8만 6천4백 초라는 귀중한 화폐와도 같습니다. 이 시간은 우리가 아무리 아껴 쓰려고 발버둥을 쳐도 밤 12시가 되면 미련 없이 잔고가 0으로 사라져 버리는, 세상에서 가장 냉정하고 얄미운 자원이죠. 그런데 우리는 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화폐를 엉뚱하게도 '과거에 대한 후회'나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을 사들이는 데 펑펑 낭비하고 있습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 앞에서 왜 그 물을 엎질렀는지, 혹시 누가 나를 흉보지는 않을지 고민하느라 정작 지금 당장 바닥을 닦고 새로운 물을 떠 올 수 있는 기운찬 에너지를 모조리 소진해 버리는 것입니다.
과거의 실수나 타인의 날선 시선에 얽매여 전전긍긍하는 시간 동안, 우리가 온전히 누려야 할 오늘의 맑은 하늘과 부드러운 바람, 사랑하는 사람과의 다정한 눈맞춤 같은 진짜 행복들은 우리 곁을 쓸쓸히 스쳐 지나가 버리고 맙니다.
인생이라는 한정된 축제 속에서 우리는 춤을 추고 노래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을, 축제장 구석에 웅크려 앉아 남들의 눈치만 보며 낭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카네기가 남긴 명언의 두 번째 문장인 '소심하게 굴기에 인생은 너무나 짧습니다'라는 대목에 다다르면 왠지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날 것 같은 뭉클함마저 차오릅니다. 우리는 왜 그렇게 늘 소심하고 위축된 채로 살아가는 걸까요. 대부분의 두려움은 사실 '타인의 시선'과 '실패에 대한 공포'라는 두 가지 뿌리에서 자라납니다.
내가 이 선택을 하면 남들이 나를 비웃지 않을까, 내가 여기서 실패하면 내 인생은 영영 낙오자가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섣부른 걱정들이 우리의 발목을 무겁게 휘감고 놓아주지를 않죠. 그래서 우리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진짜 욕망과 호기심을 억누른 채, 그저 남들이 만들어놓은 안전하고 평범한 궤도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살아갑니다.
진짜 내 목소리를 내거나 낯선 길로 뛰어드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적당히 남들의 기준에 맞춰 튀지 않게 숨죽여 지내는 편이 당장은 훨씬 덜 상처받고 안전하게 느껴지니까요.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생의 길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결코 길고 무한하지 않습니다. 무더운 여름이 시작됐나 싶으면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새해의 달력을 넘기며 다짐했던 일들이 엊그제 같은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연말의 캐럴이 울려 퍼지는 것이 우리가 겪어내고 있는 시간의 매정한 속도입니다.
이렇게 화살처럼 빠르게 쏘아져 가는 짧고 유한한 인생 속에서, 남들의 눈치를 보느라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 한마디 못 해보고, 실패가 두려워 가슴 뛰는 도전을 번번이 포기하며 사는 것은 너무나도 억울하고 원통한 일이 아닐까요.
죽음을 눈앞에 둔 수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가장 뼈저리게 후회하는 것은 '내가 그때 왜 그런 실패를 했을까'가 아니라, '내가 그때 왜 더 용기 내어 시도해보지 못했을까'라는 짙은 미련이라고 합니다.
소심함이라는 두꺼운 껍질 속에 숨어 안전만 추구하다가 결국 제대로 피어나보지도 못한 채 져버린 자신의 진짜 인생에 대한 미안함과 회한이 그토록 가슴을 치게 만든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 지독한 소심함과 걱정의 늪에서 빠져나와 짧고 소중한 인생을 온전히 내 것으로 살아낼 수 있을까요.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내 안에서 끊임없이 올라오는 걱정과 슬픔의 크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입니다.
불안한 감정이 먹구름처럼 밀려올 때마다 스스로에게 조용히 질문을 던져보는 겁니다. "이 일이 1년 뒤에도 내 인생에 그토록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까?", "10년 뒤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과연 뭐라고 조언해 줄까?" 하고 말이죠. 놀랍게도 이 간단한 질문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한 발짝 물러나 상황을 훨씬 더 냉정하고 가볍게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대부분의 고민들은 내 인생 전체의 크기에 비하면 아주 작은 생채기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를 짓누르던 무거운 압박감은 스르르 녹아내리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숨통이 트이게 되더라고요.
또한 완벽주의라는 교묘한 환상에서 벗어나, 상처받고 실수하는 나 자신을 기꺼이 안아주고 허락하는 너그러운 태도가 필요합니다. 세상에 단 한 번의 실수나 실패 없이 평탄한 길만 걸어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오히려 무수한 실패의 과정 속에서 얼굴을 붉히고 넘어져 본 사람만이 인생의 근육을 단단하게 키우고 더 넓은 세상을 품을 수 있는 법이잖아요.
내가 어떤 실수를 하더라도, 남들이 나를 향해 어떤 차가운 평가를 내리더라도 그것이 내 존재의 가치 자체를 훼손할 수는 없다는 굳건한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미움을 좀 받으면 어떻고, 시도했다가 보기 좋게 망해서 며칠 이불킥을 좀 하면 어떻습니까. 그렇게 부딪히고 깨지며 온몸으로 겪어낸 생생한 경험의 흉터들이야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구석에서 늙어간 매끈한 피부보다 훨씬 더 훈장처럼 빛나고 아름다운 삶의 증거입니다.
남들의 비위를 맞추느라 내 삶의 운전대를 내어주기에는, 내가 나로서 살아갈 수 있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귀하고 아깝다는 것을 항상 마음속에 단단히 새겨두었으면 합니다.
이제부터는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낡은 슬픔과 쓸데없는 걱정들은 쓰레기통에 과감하게 던져버리기로 굳게 다짐해 봅시다. 대신 그 텅 빈 마음에 오늘 당장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아주 작고 사소한 시도들을 차곡차곡 채워 넣어보는 거예요.
평소에 꼭 한 번 입어보고 싶었지만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 옷장 구석에 처박아두었던 화려한 색깔의 옷을 오늘만큼은 당당하게 걸쳐 입고 외출해 보는 것. 회의 시간마다 번번이 속으로만 삼켜왔던 나의 엉뚱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를 오늘은 눈치 보지 않고 시원하게 내뱉어 보는 것. 사랑하는 사람에게 밑도 끝도 없이 전화를 걸어 쑥스럽지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용기 내어 전해 보는 것. 이렇게 일상 속에서 저지르는 작고 귀여운 반란들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소심함의 늪에서 건져 올려 생기 넘치고 역동적인 축제로 만들어주는 가장 강력한 마법입니다.
거창하고 대단한 모험을 떠나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어제보다 딱 한 뼘만 더 뻔뻔해지고 용감해져 보자는 것입니다.
우리 앞에는 아직 어떤 색깔로도 칠해지지 않은 하얀 도화지 같은 날들이 숱하게 남아있습니다. 이 귀한 도화지에 과거의 묵은 슬픔이라는 칙칙한 회색 물감을 계속해서 덧칠하며 종이를 낭비할 것인지, 아니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라는 선명하고 다채로운 원색들을 과감하게 뿌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멋진 추상화를 완성할 것인지는 오직 우리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인생은 연습 게임이 없기에 찰나의 순간순간이 모두 너무나도 귀중한 실전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떠나는 날, 미처 써보지도 못하고 남겨둔 용기와 시간들이 아까워서 눈물짓는 일이 없도록, 오늘 하루만큼은 내 안의 소심함을 과감하게 깨부수고 온 세상에 나의 존재를 시원하게 외쳐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년 뒤면 까맣게 잊혀질 낡은 고민들 따위는 미련 없이 바람에 훌훌 날려 보내세요. 그리고 당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진짜 인생을 향해, 아무런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고 경쾌하게 그 벅찬 첫걸음을 떼어내시기를 진심을 다해, 그리고 열렬하게 응원하겠습니다.
세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당신은 당신이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반짝이고 훌륭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마음껏 용감해지세요, 당신의 찬란한 짧은 인생을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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