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타 27mg 복용 후기, 자가점검 결과는 주의

저는 어릴 때부터 모든 게 참 느렸었어요.
걸음마나 말을 떼는 것도 늦어서 부모님께서 병원까지 가봤는데 자폐는 아니라 했다고도 했었다네요.
커가면서 사실 큰 문제가 있던 건 아니었고요.
학창시절에 관심 있는 과목은 성적이 잘 나왔지만, 그 외에는 쳐다도 안 보는 식이었어요.
흥미있는 건 성적이 잘나와서 그런가보다 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대신에 배우는 속도는 느린 편이었고, ADHD 증상 중에 한시도 가만 있지 못한다거나 그런 증상은 없었어요.

지각도 잘 안 했고, 기억력은 오히려 엄청 좋은 편이고요.
그래서 저나, 부모님이나 학교에서도 문제로 보지 않았어요.
대신 충동 억제가 잘 안 되는 편이었어요.
멀티태스킹은 당연히 안되고, 그건 지금도 노력 중이에요... 지금도 이 글을 쓰다가 이거 했다 저거 했다 합니다..
 
 
저는 제일 힘들었던게 집중력과 건망증이었어요.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머리 속은 다른 행성에 가있고 말그대로 주의력 부주의형이라 지금도 알 수 없는 멍이 몇개 있어요.
그냥 전 지나가는데 쿵쿵 부딪히고 떨어트리고 물건 잃어버리고 깨지고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ㅎㅎ
성인이 된 후에는 지각이나 약속을 까먹지 않으려 머리에 힘을 주고 살았어요.
그래도 사람들의 이야기가 길어지면 내용이 전부 다 안들어오더라고요.
제가 친구들 했던 말을 전부는 기억 못 하고 (아마 관심없는 얘기들이라 그런 것 같아요)
나중에 제가 그 얘기를 꺼내면 뒷북친다고 하고,
또 어떤 친구는 했던 말 또 하는 걸 싫어하는데 제가 뚱딴지 같은 얘기하면 표정부터 그때 얘기했었잖아 하고요..

그러다 결정적으로는 회사생활 시작하면서부터 제가 정말 사소한 건데 실수를 자질구레하게 하더라고요.
한가지 일을 끝까지 잘 못 끝내고,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건 진짜 잘 못 해요. 
시도는 하는데 100%-100%-100%로 끝내는게 아니라 30%-50%-40% 이런 식으로 밖에 못 하는 거죠.
어떤 일을 하다가 메일 알람이 뜨면 또 그거보고, 보면 다시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가야하는데..
그렇게 메일오는 것마다 펼쳐놓고 하루 다 지나가고 이런 식이었어요.
그리고 전 분명 두세번씩 확인했는데 꼭 오타나 제가 놓친게 하나씩 있었어요. 

그러다 직장 건강검진할 때 회사 연계 상담센터에서 주의력 검사를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테스트 결과가ㅎㅎ 너무나도 ADHD 양상인데..
약물이 필요하다 생각들면 결과지 들고 정신과에 가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충분히 약이 필요하다 인지되면 약 먹을 수 있는 정도라고... 

사실 저는 이미 병원을 다니고 있어요.
우울 치료를 하고 있어서 기존 다니던 병원에 가서 선생님과 이야기 나눴는데 말만 들어서는 adhd가 맞다 아니라고 확신하기에도 애매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정확한건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고 하셨어요.

 

 
adhd 검사 종류는 크게 2가지인데 풀배터리와 cat 검사가 있어요. 추가로 뇌파검사, IQ검사, 설문 문항 등등 도 있고요. 
풀배터리는 비용이 약 40~50만원 정도고 cat는 10~15만원 정도에요. 솔직히 비용이 꽤 나가기 때문에 비용 때문에 걱정하는 분들도 많은 걸로 알아요.
저는 초진이 아니라서 풀배터리까진 안해도 될 것 같아서 cat와 뇌파 검사 받았습니다.
저는 뇌파 검사하면서 제 스스로 아 나 맞구나 하고 느꼈어요.
 
검사 결과 adhd 가 맞았고 선생님이 저는 심각 수준은 아니고, 조용한 adhd의 경우 부주의보다 과잉이 좀 적게 나올 수 있는데 20대부터는 자연스럽게 과잉행동이 줄어들기 때문이래요. 그래서 이 부분은 의사가 판단해야하는데 지금까지 진료보고 상담해온 걸 종합해본 결과 전 조용한 adhd라고 말해주셨어요. 역시 과잉행동보다는 집중력부주의쪽이에요.
제가 겉으로 티가 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던 거죠..
 
 
그렇게 콘서타 6주째 먹고 있습니다.
콘서타는 제일 적은 용량이 18mg이에요. 지난 한달간 18mg 먹다가 얼마전부터 27mg로 증량했어요. 추후 경과 보며 더 늘릴 수도 있다고 설명 들었어요.
 
 
자가점검 결과를 해봤는데 전 주의로 나왔어요. 
주의긴 하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은데요? ㅎㅎ 예전에도 전 온라인에서 자가점검 해본 적 있는데 점수가 상당히 높게 나왔었고 병원의 도움을 받는게 좋겠다고 나왔었거든요. 
콘서타 27mg 복용 후기, 자가점검 결과는 주의
 
 
약 복용 후 가장 궁금해하실 효과는요.
일단 약을 먹는다고 해서 머릿속 안개가 드라마틱하게 걷히는 느낌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광명을 찾았다기보다는 일상의 중심이 잡히는 것 같아요. 조절도 확실히 잘 되는걸 몸소 느껴요. 
약 먹고 나서 머릿속에 켜져있던 100개의 채널이 20개로 줄어든 느낌이 있었는데 이렇게 확 느껴지는 체감 효과는 사실 첫 복용할 때만 나타나고, 그 다음은 없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약 먹은지 얼마 안돼서 그런 것 같아요. 증량 후에는 효과는 서서히 나타난다고 하고요. 
그래도 일할 때 어느정도 해야 한다! 고 마음 먹으면 집중력이 조금 올라가긴 했어요.
어찌 됐든 잡생각이 정말 많았는데 그런 것들이 좀 정리된 느낌이예요. 내가 집중하고 무언가 하나를 해야 한다고 마음먹을 때 그 시간에 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조성할 수 있어요.

그리고 부작용은 크진 않고 쪼금 있어요.
입 마름과 식욕부진이 심해서 주말에 쉬는 날에는 하루에 한끼 먹는 날도 있고 그러네요...
앞으로 장기복용을 하게 되면 이게 좀 걱정이긴 해요. 
 

약 외에 도움 된 방법들은... 
adhd가 집중력부주의형 또는 과잉행동형이잖아요. 그래서 민간요법이나 기타 방법들이 대부분 통하지 않는게 현실이에요.
내가 아무리 생활습관을 고치려고 해도 전두엽 문제라 내 의지에 비해 행동은 그게 잘 안될 수가 있어요. 
집중력 높인다고 책을 읽어본다든가, 명상을 한다든가 이런 건 이미 adhd인 사람한테는 효과가 없어요...!!
 
차라리 그런 것보다는 뇌에 휴식을 주는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멀티태스킹을 해보겠다고 뇌를 오히려 과하게 쓰면 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으니 메모를 하면서 작은 일부터 차근차근 해보세요.
 
그리고 저는 저와 비슷한 사람들의 후기나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도 심적으로 많은 안정과 도움이 됐어요.
내가 그동안 이상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내 성격 결함이 아니라 adhd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되니 내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할까요?
 
그래서 adhd들에게는 상담이 좋아요. 저도 꾸준히 병원에서 상담도 같이 받고 있고요. 응원과 공감을 받으면서 위로도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쇼츠나 자극적인 영상은 안 보는게 좋아요. 도파민 나온다고 보는 분들 많으신데... 이런 영상은 집중력에 더 저하가 되더라고요. 
그 시간에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추천드려요. adhd라고 운동에 집중을 못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자기와 맞는 운동을 찾으면 그 운동에 푹 빠져서 지내게 돼요. 저 역시도 운동하는 순간만큼은 잡생각이 사라져서 좋더라고요. 
 
 
저는 약을 복용 중에 해본 자가점검 결과가 주의로 나왔지만 이제 치료 시작인만큼 나중에는 더 좋아질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점검을 할 때 항목 보니 제가 해본 검사랑 좀 유사한 질문들도 있더라고요!!  
실제 adhd 검사 비용이 꽤 높은만큼 검사 자체가 부담인 분들에게는 이 자가점검이 해볼만 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의사선생님 말씀으로는 adhd는 남자보다 여자가 발견이 늦다고 해요.
정신건강과 신체 모두 연구 대상이 남성이 대부분이고 adhd 연구도 여아들의 증상은 뒤늦게 후속 연구된거래요.
그리고 여자들은 한국 사회 정서상 문화적 압력을 크게받아서 사회 속에 잘 녹아들고 튀지않는 타입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알아채기 힘들대요. 
 
그래서 그만큼 조용한 adhd나 고지능 adhd들은 발견도 힘들다고 해요. 
그러니 만약 내가 여성이고, 겉으로 보기엔 심각 수준이 아니더라도 스스로가 adhd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든다면 꼭 자가점검이라도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 테스트를 하면서 내가 맞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에 시작도 어려워하실 분들이 계시겠죠. 
자기점검 별 거 아닙니다! 용기 가지고 꼭 해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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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8
  • 익명5
    겉으로는 세상 조용하고 얌전해 보이는데 머릿속에서는 온갖 채널 백 개가 동시에 켜진 것처럼 웅성거리는 그 기분, 그리고 아무것도 안 했는데 혼자 멍하니 다른 행성 가 있다가 정신 차려보면 다리에 정체 모를 멍 들어있는 것까지 진짜 조용한 ADHD들의 눈물겨운 공통점인가 봅니다. 학창 시절에는 그나마 좋아하는 과목만 파고들어서 대충 성적 메우며 버텼는데, 회사 들어가자마자 메일 알림 하나에 집중력 튕겨 나가서 일 30%, 40%짜리 여러 개 펼쳐놓고 퇴근 시간 맞이할 때의 그 자괴감은 진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릅니다. 내가 부단히 조심하고 영혼에 힘을 주고 사는데도 사소한 오타 하나 꼭 남아서 자책하게 만들잖아요..
    
    특히 마지막 문단에서 한국 사회의 문화적 압박 때문에 여성들이 조용한 ADHD나 고지능 ADHD일 경우 발견이 훨씬 늦어진다는 팩트를 짚어주셔서 깊이 공감했습니다. 다들 얌전하고 덤벙거리는 성격인 줄로만 알고 속으로 타들어 가는 건 모르는 경우가 태반인데, 작성자님이 가벼운 마음으로 자가점검부터 해보라고 용기 북돋아 주신 덕에 마음의 짐 덜고 테스트해 볼 여자 환우분들 진짜 많을 거예요. 약물 복용하고 계시니 이번 자가점검 결과가 주의로 내려앉은 것처럼, 이제 치료 시작 단계이신 만큼 한 달 뒤, 반년 뒤에는 일상이 훨씬 더 단단해지고 좋아지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정성스러운 후기 글 공유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우리 기운 잃지 말고 매일 조금씩 편안해져 봐요.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익명4
    주의력 결핍이 약으로 효과가 있군요..
    요즘은 조용한 ADHD와 성인ADHD 환자가 늘어난다고 하는데 잘 치료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 익명3
    저도 약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먼저 느껴져서 걱정됐는데, 복용하면서 제 상태를 조금씩 관찰하는 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특히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이런 특성이 있었구나’ 하고 이해하게 된 부분이 인상적인데, 27mg으로 증량한 뒤에는 18mg 때와 비교해서 집중력이나 일상에서 체감되는 차이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익명1
    작성자
    증량한지 얼마 안되어 아직 큰 체감은 없고 차이점에 대한 부분은 이미 글에 자세히 써놨습니다. 다시 한번 읽어봐주세요.
  • 익명2
    이미 병원에서 약을 드시고 계셔서 예전보다 점수가 낮게 나오셨나 봐요. 
    앞으로 꾸준히 약 드시면 더 나아지실거 같아요 
    익명1
    작성자
    네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나중에 자가점검을 다시 해볼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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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진짜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용기가 가장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꾸준한 상담과 자신에게 맞는 방법 찾으시길 응원합니다.
    익명1
    작성자
    감사합니다 저도 사실 인정하기 어려웠는데 차라리 adhd인 걸 알고 아니 속시원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