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이 삼킨 삶, 그리고 다시 일어선 이야기

큰 시험 준비하면서 진짜 멘탈 바닥치고 번아웃 온 적 다들 한 번쯤 있으시죠? 

저도 진짜 뼈저리게 겪어봤어요.

 

저는 준비하던 시험에 정말 여러번 떨어졌었어요. 

계속 떨어지니까 사람 마인드가 완전 너덜너덜해지더라고요. 

진짜 영혼까지 갈아 넣으며 열심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안되는 건 안되는 건가... 싶어서 멘탈이 너덜너덜해진 적이 있었어요.

번아웃은 물론이고 만성 무기력증이 찾아와서 침대와 한몸이 되는 건 기본이고, 책상에 앉아 있어도 눈물이 막 주륵주륵... 

 

그러다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다!!

이번에도 안 되면 이 시험은 완전히 때려친다!!

하는 심정으로 마지막 악을 썼어요. 

왜 그런 말 있잖아요, 잃을 게 없는 사람이 제일 무섭다고요. 

제가 딱 그 꼴이었죠. 

 

저는 다른 건 눈에 뵈는 것도 없고 오직 이 악물고 다시 책을 팠어요.

어차피 난 지금 할 줄 아는 게 이 공부밖에 없고, 여기서 떨어지면 시간은 잃지만 더 잃을 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하는 벼랑 끝 심정으로 마지막 시험을 치뤘어요.

그렇게 벼랑 끝에서 죽기 살기로 매달린 끝에, 진짜 드라마처럼 합격했습니다. 

내가토록 원하던 길로 들어가서 꿈꾸던 직업을 손에 쥐게 됐어요.

 

근데... 현실은 제가 상상하던 모습이 아니더라고요.

직장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저는 제 모습을 잃은 것 같았어요.

 

일단 업무 자체도 제 능력치를 훌쩍 뛰어넘는 벅찬 일들이 산더미였는데,

여기에 사람 관계까지 사람을 환장하게 만들었어요. 

거기다 더 미치겠는 건 출퇴근 거리였어요. 

집에서 회사까지 왕복으로 3시간 반에서 길게는 4시간이 걸렸어요. 

매일 아침 지옥철에서 기가 다 빨리고, 밤에는 녹초가 돼서 집에 돌아오는데 몸이 버틸 리가 있나요. 

당장 이사하고 싶어도 모아돈 돈은 눈곱만큼도 없고 

앞을 봐도 뒤를 봐도 꽉 막힌 시멘트 벽 사이에 갇힌 기분이었어요. 

 

이때부터 온몸과 마음이 고장 나기 시작했어요. 

역대급 번아웃과 무기력증의 시작이었죠.

시험준비하면서 겪었던 것보다 더 심했어요.

그때 겪었던 증상들은 진짜 지금 생각해도 끔찍해요.

 

몸뚱이가 먼저 방전됐어요.

퇴근도 제대로 못 하고 야근을 밥먹듯이 하니까 회사에서 그냥 잔 적도 있고, 그러다보니 체력이 바닥을 쳤어요. 

스트레스 때문에 입맛이 완전히 뚝 떨어져서 뭘 먹어도 모래알 씹는 거 같았어요. 

밥을 제대로 안 먹으니 살이 빠져서 주변 사람들이 저를 볼 때마다 

너 왜 이렇게 뼈만 남았냐 어디 크게 아프냐 할 정도였죠.

 

그리고 정신적으로는 그냥 좀비가 된 것 같았어요.

살아있으니 그냥 산다는 기분 아시나요?

삶의 의욕이 통째로 증발한 느낌? 

무기력증이 진짜 심각하게 오더라고요. 

 

이정도면 회사를 그만두는게 맞았지만...

제가 시험을 정말 여러번 쳐서 들어간 것이었고, 그 과정이 진짜 너무나 힘들었어서....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그만 두는 것도 힘들고 제가 현실에 굴복하고 세상에 지는 것 같았어요. 

아무도 손가락질 안 하는데 제 스스로가 그냥 그렇게 느껴졌어요.

번아웃이라는 게 사람 마음을 이렇게까지 갉아먹더라고요.

 

아침에 알람이 울려서 눈을 뜨면 가슴이 쿵쾅거리고 숨이 막혔어요. 

하루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아... 오늘 차라리 눈을 안 떴으면 좋았을 텐데....

차라리 출근하다 내가... 뭐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됐어요.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서늘해졌어요. 

나 지금 진짜 병들었구나. 이러다 정말 뇌든 몸이든 완전히 망가져서 큰일 나겠다 싶었어요.

 

번아웃이 이렇게 쎄게 오면 전기 퓨즈가 피융 하고 나가버릴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그냥 다음 이직할 곳도 구하지 않은 채 그냥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그때 주변 동료들의 반응도 생각나요.

이제 뭐하려고? 어디로 가는데?

그런데 대답할 말이 없었어요.

실제로 뭐할지 계획이 없었으니까요.

 

그때 제 눈빛은 뭔가 텅 하고 비어있었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배짱 반, 살고 봐야겠다는 절박함 반으로 나한테 강제로 휴식을 주기로 했어요. 

평소에 제 버킷리스트였던 해외에서 살아보기를 하기로 결심했어요.

치앙마이로 날아가서 한 달 살기를 시작했죠.

 

솔직히 처음에는 도망치듯 간 곳이었어요.

하지만 아무도 나를 모르는, 더 이상 스트레스 속에서 살지 않아도 되는 곳, 아무런 걱정이 없는 곳이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결정이었어요.

 

거기서 그냥 놀기만 한 건 아니에요. 

아침에 일어나서 산책하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진짜 내가 원했던 게 뭔지 차분하게 머릿속을 정리했어요. 

한국에서 찌들어 살던 팽팽한 긴장감을 완전히 내려놓는 시간이었습니다.

 

멘탈 정리와 번아웃에서 번아웃 탈출하려고 온 것이기에, 저 혼자 발버둥 치며 시도해 본 것들이 있어요:

 

일단 아무것도 안 하기.

치앙마이는 어차피 시골이라 액티비티나 할 것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충분히 아무것도 안 하기가 가능했어요. 

한국에서는 뭐라도 생산적인 걸 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더 지치는 거 같아서

그냥 아무것도 안 하는 휴식 시간을 정말 1n년만에 처음 가져봤어요.

학창시절에도 이렇게 그냥 가만히 있어본 적은 없었어요.

 

그리고 해외여행을 가면 다들 인스타그램 열심히 하죠.

하지만 전 하지 않았습니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퍼거슨의 말처럼 정신이 지쳤을 때는 SNS를 멀리하는게 좋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사람들은 보여주기식으로 SNS를 합니다.

그래서 퇴사 하고 나서는 아예 피드 눈팅하던 것도 끊았아요.

 

또 번아웃일 때 중요한 게,

내 몸이 보내는 신호에는 무조건 항복하는게 좋더라고요.

조금이라도 피곤하면 억지로 버티지 않고 무조건 누워서 잤어요. 

예전엔 이 시간에 자면 안돼 하고 억지로 졸음을 참고 일했었다면, 

그때는 지금 내 몸이 녹아내리기 직전이니 일단 자자 하고 잠을 자는 습관을 들였죠.

 

그렇게 한달 살기가 끝이 나고....

한국에 들어왔죠.

귀국 직후에는 살짝 불안했지만, 

마음만큼은 불안도가 전보다 덜해져서 저는 전처럼 번아웃이나 무기력증에 시달리지 않았어요.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재취업을 했습니다.

재취업하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어요.

직장은 전보다 집이랑 훨씬 가까워요. 

통근거리가 이렇게 가깝다니? 삶의 질이 달라진 기분이더라고요.

업무도 내 선에서 감당 가능한 수준이고, 인간관계 스트레스도 거의 없어요. 

다만? 연봉은 전보다 적어요ㅎㅎ

 

역시 내가 원하는 걸 다 가질 순 없더라고요.

특히 직장과 관련된 건.. 내가 원하는 걸 요소를 다! 갖춘 곳은 없었어요. 

내 마음이 살려면 어느 정도는.. 현실과 타협하고 내려놓아야 했어요.

그 타협이 불미스러운게 아니라 휴식, 퇴사, 연봉이나 기타 조건 뭐 이런 것들이었죠.

 

이지독한 번아웃을 겪고 나서 뼈저리게 깨달은 게 있어요. 

나한테 주기적으로 휴식을 줘야 한다는 것!!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휴식없는 삶은 기름 한 방울 없이 엑셀만 밟고 달리는 자동차와 같아요.

당장은 달리는 것 같지만 결국 엔진이 타버려 멈출 수밖에 없어요.

그나마 그냥 멈추면 다행이고, 무슨 사고가 날지 모르죠.

 

내가 내 몸과 마음을 내가 챙길 줄 알아야 해요.

회사나 시험에 나를 갈아 넣으면 결국 남는 건 부서진 영혼밖에 없더라고요.

 

지금 이 순간에도 번아웃과 무기력증 때문에 숨통이 조여오는 분들 있으시죠?

나만 뒤처지는 거 아닐까?

여기서 그만두면 끝장 아닐까?

내가 여길 나가면 새로 자리잡을 곳이 없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계실 텐데, 아니에요. 

살다 보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가 분명히 오고, 쉬어간다고 인생 안 망해요.

 

번아웃에 빠졌을 때는 뻔뻔하게 다 내려놓고 도망쳐도 돼요.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이미 충분히 애쓰셨을 거예요.

나를 위해 그냥 푹 쉬어주자고요. 

 

번아웃이 삼킨 삶, 그리고 다시 일어선 이야기

번아웃이 삼킨 삶, 그리고 다시 일어선 이야기

 

사진은 치앙마이에서 한달살기하며 힐링했을 때입니다.

모두들 나 자신에게 괜찮다고, 휴식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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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7
  • 익명6
    얼마나 멘탈 터지고 힘들었을지 100% 공감돼요.
    마지막까지 포기 안 하고 덤빈 용기 완전 멋져요!
  • 익명5
    치앙마이에서 회복의 시간을 잘 보내셨군요..
    남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불행은 시작이더라구요..
    잘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니 다행이네요.. 앞으로도 건강한 일상 이어가시길 바래요
  • 익명4
    힘들게 취업한 곳에서 퇴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래도 본인을 위해 잘 결정하시고 잘 버텨내셨네요.
  • 익명2
    진짜 벼랑 끝에서 버티다 결국 다 타버린 기분이 어떤지 너무 잘 알겠어요. 눈떴을 때 차라리 눈 안 떴으면 좋겠다 싶었던 그 순간이 얼마나 암담했을지... 다 내려놓고 치앙마이로 떠난 선택이 정말 신의 한 수였네요. 치앙마이 사진에서 힐링이 그대로 느껴지네요 ㅎㅎ 지금은 덜 아프고 편안하게 지내시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고생 많으셨어요!
    익명3
    작성자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힘들어도 전처럼 힘들지 않더라고요. 극복 방법을 이미 알고 있어서 전보다는 잘 빠져나올 수 있어요.
  • 익명1
    힘들게 들어간 직장에서의 힘든 시간으로 인한 번아웃을 벗어나기 위한 자신만의 시간들을 위한 시간과 방법들이 지금 실짝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저에게도 새로운 에너지와 활력을 얻게 되었네요.번아웃에 빠졌을 때는 뻔뻔하게 다 내려놓고 도망쳐도 된다는 말과 나를 위해 그냥 푹 쉬어주자고 하는 말이 크나큰 위로가 되네요.지금의 편안한 모습들이 그려져 글을 접한 저도 행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감사합니다.
    익명3
    작성자
    위로가 되셨다니 좋네요. 가끔은 내 자신을 위해서라면 뻔뻔한게 필요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