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1년반 전쯤 한번 위기가 왔던거 같네요.
16년 가까이 정말 열심히 달려왔고 열정적으로 성과만 생각해서 주변을 돌볼 여유도 없었는데 결국 일잘러에게만 일이 몰린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은 뒤에야 모든게 다 하찮게 느껴지고 그야말로 무기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을 위해 CTO 자리로 이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 퇴사 의사를 밝히고 나서 연구소장님 (현 사장님)의 설득과 연봉 인상, 업무 조정 등을 약속받고 잔류를 결정했습니다.
그 후로 1년 반쯤 지난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이직을 했어야 했네요. 업무 조정은 그당시 잠시뿐이었고 개발 완료 후 양산 과정에서 점점 누적되는 업무와 너 아니면 누가 해 라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쏟아지는 신규 개발 아이템들. 특히 최근 한달 전에는 가장 오래 믿고 손발을 맞춰왔던 후임이 육아휴직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그나마 분산되고 있던 일들이 온전히 저에게 집중되고 있네요.
그리고 어제 저녁에 무방비로 훅들어온 결정타.
그 다음 후임 연구원 한명이 이직을 결정했다고 하면서 하는말이 팀장님 (저)이 제 미래라고 생각하니 빨리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네요...
제가 한 10년전쯤 당시 선배들에게 느꼈던 감정이었던 것 같은데 ㅠㅠ
제 일을 아무리 잘하고 팀원들에게 잘해주려고 노력해도 가장 어려운건 역시 사람과의 관계인 것 같습니다.
다시한번 아무것도 하기싫고 그냥 모든게 다 시시하다는 생각에 세상이 그냥 회색으로 보이기 시작했는데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야 좋을지... 어디 하소연 할만한 곳도 없고 딱히 뭐가 좋은 방법일지 떠오르지도 않고 그냥 주저리주저리 풀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