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돈 벌어 먹고 사는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은 정말 죽고 싶을 만큼 너무 힘듭니다.
적성에도 잘 맞고,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고 있기 때문에
저는 이 일을 천직이라고 믿고 살아왔어요.
그런데 요즘은 일이 정말 너무 버겁습니다.
원래도 일이 많은 편인데 작년부터는 평소의 2배 이상으로 일이 늘었어요.
저는 원래부터 출근을 좀 빨리 하는 편인데,
최근 반 년 정도는 새벽 3시나 4시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제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처리해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야근이 없는 것도 아니에요.
저희 회사는 야근을 전혀 강요하지는 않지만
업무량을 보면 도무지 야근을 하지 않고는 일이 진행되지가 않아요.
퇴근 시간을 한참 넘기고도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보면
눈도 아프고 머리도 멍하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서 주섬주섬 짐을 싸서 퇴근을 합니다.
그게 보통 9시.. 더 늦으면 10시 정도예요.
집에 와서 씻고 잠자리에 누우면 11시나 12시가 되지요.
잠을 자는 건지 기절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잠깐 쪽잠을 자고 나면 벌써 눈을 떠야 할 시간이지요.
평생을 알람 없이도 벌떡벌떡 잘 일어났는데 요즘은 알람을 5개씩 3분 간격으로 맞춰 놓고 잡니다.
일도 일인데...
저를 우울하게 더 우울하게 만드는 건 직장 상사입니다.
업계 내에서 최고라고 손꼽히지만
유별나기로도 손꼽히는 분이 저의 직장 상사입니다.
그렇다고 까다롭고 예민한 건 아니에요.
화를 내거나 시비를 거는 타입도 아니고요.
그저 엄청난 워커홀릭입니다.
일 키우는걸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일단 이 분은 시간 개념이란 것이 없습니다.
낮에는 우리와 같은 시간대를 살다가, 밤에는 미국에서 사는 것 같아요.
낮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주말이고, 죽어라 연락을 해댑니다.
메시지를 보내고 1분 내로 답이 없으면 계속 전화를 해요. 받을 때까지요.
그래서 저희 직원들은 모두 핸드폰 중독자처럼 바뀌었어요.
다들 손에서 핸드폰을 내려놓지를 못합니다.
저 요즘 서너시간 쪽잠으로 버티는데
그마저도 연락이 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잠이 듭니다. 실제로 연락이 올 때도 있고요.
그리고 그 분의 전매특허는 일 키우기입니다.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는 일도 굳이 더 크게, 복잡하게, 더 많은 사람들이 매달리게 만듭니다.
결국 모든 일은 실무자인 저에게로 쏟아지고
다른 부서 사람들의 원망을 듣는 것도 결국에는 제 몫이죠.
그래서 저는 항상 1분 대기조로 살아가고 있어요.
휴일도 없고 퇴근도 없는 무한 굴레의 지옥에서
언제 또 일이 터지려나 불안해하며 지내죠.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너무 우울합니다.
신입도 아닌데 일을 하다가 눈물이 나요.
잠자리에 들 때도 이대로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감정은 이미 끝도 없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일을 할 때면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으면서 다른 사람을 대해야만 하는 게 너무 힘듭니다.
하루를 마친다는 개념도 이제는 사라진 것 같지만
하루가 끝나고 나면 저는 정말 텅 비어버린 느낌이에요.
이제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반응하는 것도, 웃는 것도 모두 다 버겁습니다.
저는 아직 이 일이 좋고,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제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겠어요.
이렇게 까지 일을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이제는 이렇게 까지 살아야 하나.. 로 바뀌어 버렸어요.
이렇게 힘들면 그만 두면 된다는 거 저도 아는데
돈도, 경력도, 모두 걱정입니다.
그냥 죽으면 이 모든 걱정이 사라질 거라는 생각만 들어요.
저도 제가 이렇게까지 무너질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