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부모님이 정말 자주 싸우셨어요. 그런데 특별히 큰일이 있어서 싸우는 경우보다 정말 사소한 말 한마디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서로 조금만 좋게 받아들이면 넘어갈 수 있는 말인데도 상대방의 말투나 표현을 문제 삼고, 누가 먼저 그런 말을 했는지를 따지다 보면 어느새 큰 말다툼이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 모습을 너무 오래 봐와서인지 이제는 부모님이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도 괜히 긴장하게 됩니다. 지금은 아무 일도 없는데도 ‘또 무슨 말 때문에 싸우시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얼마 전에도 저녁을 먹다가 또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엄마가 지인에게 들은 주식 종목에 온 가족이 함께 투자했는데, 처음에는 수익이 났다가 주식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가족 전체가 손실을 많이 본 일이 있었어요. 그날 제가 먼저 “그거 다시 오를까?” 하고 이야기를 꺼냈고, 아빠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아빠에게 “그 이야기를 왜 자꾸 꺼내?”라고 날카롭게 말씀하셨어요. 아빠도 “내가 꺼냈어?”라고 받아쳤고, 엄마는 “뭘 좋은 얘기라고 왜 또 해?”라고 했습니다. 아빠가 다시 “내가 꺼냈냐고?” 하면서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서로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큰 소리로 다투기 시작했어요.
사실 그 이야기를 먼저 꺼낸 건 저였어요. 저는 그냥 가족끼리 주식 이야기를 잠깐 나눈 것뿐이었는데, 정말 순식간에 부모님의 싸움으로 번지는 상황을 보면서 너무 답답했습니다.
비슷한 일은 정말 많아요.
한 번은 엄마와 아빠가 둘이 여행을 갔다가 식당에서 싸운 뒤 밥도 먹지 않고 그대로 집에 돌아온 적도 있어요. 엄마가 화장실에 다녀와서 아빠에게 “여기 화장실 더럽다”고 했는데 아빠가 “이런 데 다 그렇지”라고 말한 것이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엄마는 왜 그렇게 기분 나쁘게 말하느냐고 했고, 아빠는 이런 곳에 오면 화장실이 집처럼 깨끗할 수 있느냐고 했다고 해요. 결국 서로 “좋게 말하면 되지 않느냐”, “내가 무슨 말을 기분 나쁘게 했느냐”는 식으로 이야기가 커졌고, 결국 여행까지 중단하고 돌아왔습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정말 이렇게까지 싸울 일인가?’ 싶어서 허탈한 마음이 들어요.
거실에서 함께 드라마를 보다가도 비슷한 일이 생길 때가 있어요.
드라마에 잔소리하는 남편이 나오자 엄마가 “니네 아빠 같다. 니네 아빠처럼 잔소리하잖아”라고 말씀하셨고, 아빠가 “내가 무슨 잔소리를 한다고 그래?”라고 받아치면서 또 말다툼이 시작됐어요.
엄마는 아빠에게 잔소리가 심하지 않느냐며 저희에게 물었고, 아빠는 왜 자기가 하는 말만 잔소리냐며 반박했습니다. 결국 저희 형제는 중간에서 너무 난감해서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들어갔어요.
저는 부모님이 싸우기 시작하면 대부분 조용히 제 방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방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부모님의 싸움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문을 닫고도 두 분이 무슨 말을 하는지 계속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하던 일을 멈추게 되고, 책을 보거나 휴대폰을 보고 있어도 내용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아요. 그냥 멍하니 부모님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듣고 있습니다.
잠을 자려고 누워서도 싸우는 소리가 신경 쓰이고, 싸움이 끝났는지 계속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싸움이 끝난 것 같아도 바로 거실로 나가지 못하고 한참 있다가 나가요.
다음 날 부모님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처럼 대화를 나누면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동시에 ‘또 언제 싸우실까’ 하는 걱정이 생깁니다. 그러다 보니 부모님이 싸우는 순간뿐 아니라 평소에도 집안 분위기를 살피게 되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이런 상황이 더 무서웠습니다.
엄마가 화가 나서 집을 나가거나 물건을 쾅쾅 내려놓으며 화를 표현하실 때면 혹시 무슨 일이 더 생길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했습니다. 밤마다 울거나 잠을 못 잔 적도 많았고, 집에 있는 것이 힘들어서 일부러 회사에 일찍 출근하거나 늦게까지 남아 있기도 했어요. 오히려 회사에 있는 게 마음 편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나이가 든 후에는 두 분께 제 마음을 직접 이야기했습니다. 그랬더니 처음에는 “다른 집 부모들도 많이 싸운다”, “우리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답답하고 서러웠습니다.
두 분에게는 부부싸움일지 몰라도 저는 어린 시절부터 그 모습을 보고 듣고 살아왔고, 저에게는 결코 아무렇지 않은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결국 가슴을 치면서 울 정도로 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다시 이야기했고, 그제야 두 분도 제 마음이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는 것을 조금은 이해하신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하셨고 저도 그때는 조금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저도 두 분이 조금이라도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셨으면 하는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제가 자식으로서 해볼 수 있는 것들을 해봤어요.
두 분이 함께 보실 영화를 예매해드리기도 하고, 분위기 좋은 식당을 예약해서 같이 식사하실 수 있도록 해드리기도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정말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내가 뭔가 좋은 시간을 만들어주면 두 분이 덜 싸우지 않을까?’
‘두 분이 같이 좋은 시간을 보내면 서로 조금 더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내가 중간에서 잘하면 두 분이 싸우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두 분이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나면 저도 마음이 놓였습니다.
‘이번에는 좀 괜찮아졌나 보다’ 하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런 변화는 오래가지 않았고, 결국 다시 사소한 말에서 시작된 다툼이 반복됐습니다.
이제는 부모님의 관계를 제가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부부관계는 부모님 두 분의 몫이고, 제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서 두 분의 관계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어요.
그런데 마음은 그렇게 쉽게 분리되지 않습니다.
부모님이 싸우면 저도 같이 무너지는 것 같아요.
싸움이 시작되면 ‘이번에는 또 얼마나 오래 가실까’, ‘혹시 더 크게 싸우시는 건 아닐까’ 걱정하고, 방으로 들어가서도 계속 귀를 기울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 상황이 끝나기만 기다려요.
그리고 싸움이 끝난 뒤에도 바로 괜찮아지는 게 아니라 한동안 제 기분이 가라앉아 있을 때가 많아요.
그래서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듭니다.
부모님의 관계까지 제가 책임져야 하는 걸까요?
부모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두 분이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은 당연히 있습니다. 앞으로도 두 분이 서로 덜 상처받고 편안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 마음 때문에 제가 계속 부모님의 분위기를 살피고, 싸움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두 분의 관계를 좋아지게 만들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그것도 결국 제 삶을 너무 많이 내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부모님이 싸우더라도 그날 하루 전체를 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두 분이 싸우는 소리를 듣고 제가 우울해지는 것까지는 막고 싶어요.
부모님이 싸우면 무조건 방으로 피해서 두 분의 싸움이 끝날 때까지 숨죽여 기다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상황 속에서도 제 감정을 지키는 방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부모님이 싸우는 것은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그 싸움 때문에 제 마음까지 계속 흔들리는 것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부모님의 관계를 사랑하는 자식의 마음으로 걱정하는 것과, 부모님의 관계를 내가 책임지는 것은 분명히 다른 것일 텐데 저는 아직 그 경계를 잘 모르겠습니다.
부모님이 싸우는 모습을 볼 때마다 생기는 불안과 긴장을 어떻게 부모님의 문제와 제 감정으로 분리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두 분이 싸우는 순간 제가 죄책감이나 불안에 휩쓸리지 않고, ‘이건 부모님의 문제이고 나는 내
마음을 지켜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모님을 사랑하면서도 부모님의 부부관계까지 제가 책임지지 않고, 제 삶과 마음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을 코치님께 묻고 싶습니다.
구체적인 방법까지 소개해주셔서 하나씩 시도해 보려고 해요. 하나씩 해보면 제 마음도 많이 괜찮질 것 같아 벌써 기대가 돼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