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여자친구는 우울증이 있습니다. 병명은 제가 알기로 중등도 우울증 에피소드입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죽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저에게 매일 죽고 싶다고 힘들다고 말합니다. 자살생각이 만성적이에요.
다니고 있는 대학병원의 교수님은 입원치료를 적극 권유하십니다. 전기경련치료도 권유하세요.
그런데 여자친구는 치료비가 없어서 치료를 미루고 있습니다.
외래진료와 약을 타는 데 4만원 정도가 드는데 이 돈 마저도 없어서 제가 돈을 보내서 다녀와요.
500만원이든, 1000만원이든 괜찮으니 너의 치료에 꼭 보탬이 되고 싶다, 치료를 꼭 받자라고 수차례 얘기해보았지만 미안해하고 죄책감이 든다며 거부합니다. 스스로가 제일 아프고 힘들겠지요. 그래서 제가 먼저인지 여자친구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서로 감정적으로 말하고 다투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저는 여자친구보다 조금 더 건강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아픈 환자에게 그러면 안 되는 걸 아는데. 매번 후회하고 반성하지만 또 여자친구에게 짜증을 내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저에게 잠을 자지 말라고 한 적도 없는 여자친구에게 "제발 나 잠 좀 자게 해줘"라며 짜증을 냈고 상처를 줬습니다.
차로 1시간 정도의 거리의 장거리 연애입니다. 일을 하고 있는 저는 밤 10시가 되면 잠이 오고 자고 싶습니다. 그런데 여자친구와 전화를 하다가 밤늦게 자는 건 일상이 되었습니다. 여자친구의 우울 불안 자살충동이 심해지는 날에는 제가 차로 갑니다. 처음에는 먼저 와달라고 하지 않아도 제가 먼저 걱정돼서 달려갔습니다. 밤을 새고 출근을 한 적도 많고, 3시간이라도 자고 출근할 수 있다면 다행입니다. 당일 아침에 회사에 전화를 해서 연차를 낸 적도 2번 정도 있습니다. 일터에서는 졸음이 몰려오고, 잠을 못 자니 감정조절도 잘 안 되고, 여자친구에게 짜증을 내고 악순환의 반복입니다.
제 잘못이겠지요. 제가 여자친구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선 저 스스로부터 잘먹고 잘자야한다고 회사 심리상담센터에서도 상담을 받으며 들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밤 10시에 자야겠다고 말을 꺼내려 하면 여자친구는 죽고 싶다고 힘든 얘기를 꺼내며 울고 있습니다. 제가 달려가지 않고 119에 신고한 횟수만 5번은 넘는 것 같아요. 가족분들께도 연락을 드렸습니다.
제가 잠을 못자서 너무 힘들다고 여자친구에게 자주 얘기했습니다. 요즘은 내가 잠을 못자서 너무 힘들다고 짜증스런 말투로도 계속 얘기하고 있어요. 그러면 여자친구는 "나 때문에 너가 잠을 못 자는 거네.. 미안해"라고 하지만 저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맞는거같아요.
그렇다고 여자친구를 탓하고 싶지 않아요.
죽고 싶은 생각이 들 때,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때 나에게 꼭 연락을 달라고 한 사람이 저거든요.
그래서 어제는 하루종일 연락을 안 받아서 걱정을 하다가 퇴근 후 9시쯤에 와줄 수 있냐고 묻더군요. 힘들다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와줄 수 없냐고, 지금 많이 힘들고 위급하다고 얘기했고, 저는 결국 투덜거리며 또다시 차를 타고 갔습니다. 약국에 가서 소독약을 사고, 자해를 한 여자친구의 팔을 소독하고 약발라줬습니다.
저는 절대 부유하지 않습니다. 사회초년생이고, 모아둔 돈이 2000만원 정도 됩니다. 그런데 이 돈 다 써도 좋으니 제발 여자친구가 치료에만 집중해주면 좋겠습니다.
많이 아픈 여자친구에게 짜증을 내고 있는 제 자신이 정말 한심합니다. 제가 여자친구에게 도움이 되기는 커녕 더 아프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돼서 헤어지자고도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약물 과다복용 시도를 해서 119를 불렀지요. 친구도 없고 가족도 신뢰하지 못하는 여자친구에게 제가 또다시 헤어지자고 하는게 자살 트리거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여자친구가 저에게 헤어지자고 한 적도 많아요. 요즘은 거의 이틀에 한번꼴이네요. 그런데 저는 헤어지자는 말이 "관계를 정리하고 자살할 거다"라는 말로 들려서 받아들이지 못해요. 헤어질 때 헤어지더라도 입원하고 치료를 잘 받는 모습을 보고나서 헤어지고 싶습니다.
여자친구가 경계성 인격장애인데 그동안 오진받은 건가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여자친구가 고슴도치 같아요. 속은 너무 여린데 상처를 많이 받고 가시를 세운거같습니다.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도 갔고, 치료비 지원은 힘들다고 합니다.
저는 여자친구에게 너무 미안해요
밤에 잠을 자는 최소한의 경계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