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이전부터 불면과 불안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직장을 그만둔 뒤에도 긴장이 풀리지 않고 새벽 4시가 넘을 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늘어나서 집 근처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이 시작되었고, 진료를 받으며 치료가 점차 호전되는 듯했으나, 한 때 소중했던 친구와 손절하게 되면서 우울증이 다시 크게 악화되었고 일상생활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트로트스를 이벤트를 통해 자가점검을 해보았다.
우울증 자가점검에서는 47점으로 심한 우울 상태라는 결과가 나왔다. 20대 여성 평균인 27점보다 20점이나 높았고, 전체 참여자 중 상위 13%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우울 유형 자가점검에서는 4개 범주 전체 4점 이상으로 종합 번아웃 유형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자가점검에서 전체 참여자 중 상위 1%에 해당하는 심각한 소진 상태가 나와, 기존에 다니던 병원의 담당 의사 쌤에게 결과 화면을 보여드리며 상담을 진행했다. 쌤은 자가점검 결과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 다면적 인성검사와 정밀 진찰을 권하셨다.
검사 결과 2번 우울성 척도와 7번 강박성/불안 척도가 70점 이상으로 높게 나와,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중증 우울 및 정서적 소진 상태라 하셨다.
친구가 죽은 것도 아니고, 내가 그 친구 때문에 너무 힘들어 직접 끊어낸 관계였기에 그 결정이 최선이었음을 알면서도, 깊은 상실감과 공허함 때문에 하루하루가 힘들긴했다.
쌤은 결과에 따라 렉사프로 용량을 늘려 감정을 화학적으로 누를 수도 있지만, 지금의 악화는 대인관계 상실이라는 외부 사건 때문이라서 약을 늘리기보다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약물 용량은 유지하되, 내원 주기를 2~3주에서 1주일로 줄여 상담 치료를 강화하기로 했다. 매주 진료실에서 손절 이후 밀려드는 분노, 자책감, 억울함을 솔직하게 꺼내놓았다. 쌤은 내가 극단적인 자책에 빠지지 않도록 생각을 넓혀주는 인지행동적 접근을 도와주셨고,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대처법들도 함께 세워주셨다. 약에만 의존하지 않고 주 1회 진료실이라는 안전한 공간에서 감정을 말로 풀어내고 객관화하면서, 밀려들던 공허함이 정리되고 점차 마음의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지금도 계속해서 병원에 방문하여 상태를 확인하고 치료를 이어가는 중이다. 약을 정해진 시간에 꾸준히 복용하면서 주기적으로 상담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감정이 과부하될 때 혼자 억누르려 하지 않고 의사땜과 나누며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방식이 상태 유지에 가장 큰 도움을 준다.
간단하게 해볼 수 있는 자가점검만으로도 지금 내 감정 상태가 어떤지 돌아보는 데 의외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결과를 보고 필요하다고 느껴진다면 의사와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나도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함께 받으면서 혼자서는 계속 꼬이기만 하던 생각들을 하나씩 풀어갈 수 있었다. 무조건 혼자 버티는 것보다는 잠시라도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는 게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