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들어서면서 딸아인 대학원 졸업을 기점으로 작년 2월에 독립을 시작했다..
지방에서 회사를 다닌 경험도 있고
대학원은 학교앞 원룸서 살아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3번째 혼자의 삶을 시작하면서 누구보다 의욕도 넘쳤고,
청년전세대출을 알아보고, 이사갈 집을 알아보면서
다가올 혼자의 삶을 알차게 준비했다
기존 직장도 승진한 상태라 급여조건도 좋고
그저 본인의 일을 열심히만 하면 됐기에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당근으로 가구며 필요한 집안용품을 구매하고,
부족한 제품들은 지원을 해줬다..
그렇게 10개월정도 흐른뒤 12월즈음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면서 일할 곳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나도 막연히 일자릴 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
당장 금전적으로 힘들지 않을까란 걱정도 생겼지만 혼자 버틸수 있다는 말을 믿었다..
그즈음 아이는 혹독한 추위와 함께 눈에 띄게 변해갔는데
보통체격이였던 아이가 눈에 띄게 살이 쪄 갔다..
'좀' 살이 붙었네' 라고 읏으면서 얘기했지만 짜증을 내기도 해서 더이상 말붙이기 조심스러웠다
집은 점점 쓰레기 장으로 변해갔다
고양이가 있어서 항상 털때문에 청소를 열심히 해야 하는데 돌돌 먼지가 굴러 더녔고,
냄새가 지독한 냥이 변을 치우지 않아 악취가 집안 가득 진동했다..
집밖으로 나가지 않다보니 배달음식으로 대충 떼우고 음식 포장용기들이 산더미...
게다가 본인을 돌보지 않아서 머리카락은 떡져있었고
외출을 하지 않다보니 제대로 씻지도 않았고, 늘 불규칙한 생활이라 이미 밤낮은 바뀐 상태...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전혀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었다
10월 전시이후 붓은 굳어 있었고,
작업실은 물감이며 재료들이 자욱히 먼지를 뒤집어 쓴채 어수선하게 널부러져 있었다.
총체적 난국을 현실로 깨달았을땐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난감했다
무엇부터 해야할지 망설이고 있을때
일단은 전문의를 만나는 것부터 시작했다..
처음 병원 진료실에서 들었던 아이의 상태는 이미
우울증과 불면증 그리고 조울증까지...심각한 상태였다..
지금도 다시 쓰려니 눈물이 난다...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청춘날...
어두운 방에서 웅크리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내 삶도 무너져 내렸다
상담을 받으면서 직장을 그만 뒀다는 끈이 그동안 붙들고 있었던 삶의 의욕을 놓게 만든 촉매가 됐다는 걸
알게 됐다...
직장에서 사람에게 받은 치욕스런 모멸감과
30대란 나이에 경제적 빈곤을 맞이했을때 오히려 낭떨어지로 스스로를 내몰았다고 한다..
그와함께 본인이 꿈꿔왔던 작가로의 삶 또한 이제는 실현 할 수 없다는
절망이 아이를 어두운 방으로 고립시켰다고 한다.
20년간 그림만 그렸는데 막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마주했을때 얼마나 절망했을지
그 절절함이 느껴졌다...
힘든 아이를 보면서 부모로 내자릴 지켜야겠다는 생각부터 했다..
나마저 슬퍼하지 말자!
지금부터는 오직 치료와 회복에만 집중하자!
오로지 아이만 바라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정신의학과병원부터 가기
3월부터 정신의학과 치료를 시작했다..
처음엔 1주일에 한번씩
한달후 2주에 한번씩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받고 있다
오전에는 우울증 조울증.... 저녁엔 불면증 약을 별도로 먹고 있다..
두번째 밖으로 나가기
오랫동안 했었던 필라테스를 다시 시작하게 했다
3월 생일기념으로 끊어준 헬스와 필라테스를 하면서 일단은 밖으로 내보냈다.
처음엔 기초체력이 없어서 한시간 수업도 힘들었다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3번은 꼭 운동을 한다고 한다
집밥 먹기
건강한 음식을 먹다보면 미각이며 잊었던 감각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2개정도의 반찬과 국 그리고 먹기 힘든 과일...을 보내주고 있다
일주일에 먹지 않은 음식은 버리고 새로운 제철음식으로 채워준다
같이 식사하기...
일주일에 한번은 반찬을 갖다주면서 같이 식사하고 커피 마시고 밀린 이야기를 나눈다
노령묘인 고양이 얘기와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면서 그저 대화를 한다..
하루에 한번 통화하기
나는 살뜰한 성격이 아니다 보니 톡도 사실 며칠에 한번 보내는 편이였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여기면서...
이제는 저녁 8시쯤 시간을 정해 통화를 한다. 짧게라도 통화 하다보면
아이 일상도 그날의 상태를 알 수 있게된다
취미생활
평소 배우고 싶었다는 DJ 수업을 끊어줬다..
일주일에 한번 1시간 반 수업을 하면서 조금씩 웃기도 하고 수업내용을 만나면 쫑알쫑알 댄다..
사실 속으론 도대체 이해할 순 없다.
그림만 그리던 사람이 왜 디제잉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다란 생각이 든다..
다시 그림앞으로
내년 전시회를 위해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예전엔 늘상 그리던 그림이였고,
20년을 그리던 거라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삶을 시작하려는 모습으로 보여 뭉클한 감동을 준다
하얀 캔버스를 채워가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당연할거란 일상이 이렇게 소중한건지 모르겠다..
이번 주제가 우울증이라 아이를 설득해서 자가검사를 했다
여전히 아이는 나에게 SOS를 치고 있다
죽고 싶다는 마음과 싸우고 있고,
회복은 더디지만 치료를 받고 있다
부모로써 자식의 아픔을 지켜봐야 하는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사람들은 쉽게 회복을 한다고 하는데
우울증 치료 5개월차 아이의 회복 속도가 더뎌서 사실 지칠때도 있지만
열심히 치료를 받고 있고
그래도 지금은 운동을 하고
취미를 찾아서 하고 있고
그리고 다시 본업인 그림을 마주한다는 사실에 어쩌면 치료는 희망이 있는게 아닐까 싶다..
자녀가 지금 고통의 시간에서 힘들어한다면
먼저 손을 내밀고, 시간을 함께 보낸다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아직도 갈길은 멀지만 오늘도 힘을 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