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자가점검 ‘가벼운 우울’ 나오고 나만의 루틴으로 이겨내는 중입니다

살다 보면 아무리 느긋하고 낙천적인 사람이라 해도 감당하기 힘든 삶의 시련이 한꺼번에 몰아칠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원래 성격 자체가 무던하다 못해 좀 느긋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왔습니다. 웬만한 악재에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어떻게든 해결되겠지" 하고 넘기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래전 부모님의 사업 실패와 사기 여파로 인해 제 명의로 막대한 빚을 떠안게 되었을 때는 저의 이런 느긋함도 견디기 힘든 무거운 짐이었습니다. 20대 시절 계획했던 미래를 전부 내려놓고 남들처럼 살지도 못한 채, 오롯이 그 빚을 갚는 데만 청춘을 다 바쳐야 했습니다.

 

그 고단한 시간 속에서 이 악물고 버텨 빚을 다 변제하고 상황이 조금씩 좋아졌을 즈음, 생각지도 못한 불면증과 가슴이 턱 막히는 불안감, 그리고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는 증상이 밀려왔습니다. 상황이 나아지니 그제야 주변 친구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번듯한 직장에서 자리를 잡고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 친구들과 저를 비교하게 되면서 깊은 자괴감과 허무함이 찾아왔습니다. 평소의 낙천적인 성격 덕분에 완전히 절망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무기력함이 맴돌았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제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해보고자 우울증 자가점검 검사를 진행해보았습니다. 검사 결과 '11점'으로 무기력과 흥미 저하가 나타나는 '가벼운 우울'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우울증 자가점검 ‘가벼운 우울’ 나오고 나만의 루틴으로 이겨내는 중입니다

 

점수를 확인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내가 단순히 의지가 약해진 게 아니라, 오랫동안 너무 큰 짐을 지느라 내 마음의 에너지가 떨어져서 쉬어가라고 몸이 신호를 주는 거구나" 하고 내 상태를 정직하게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약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를 돌보는 작은 행동부터 시작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퇴근 후 밤산책과 러닝이었습니다. 답답할 때 무작정 밤공기를 마시며 걷다가, 운동화를 조여 매고 1시간 동안 10km 남짓 되는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온몸에 땀이 쏟아지면, 머릿속을 괴롭히던 타인과의 비교나 지난날의 허무함이 거짓말처럼 날아갔습니다. 1시간동안 오롯이 제 발걸음과 호흡에만 집중하는 그 시간은 마음의 찌꺼기를 배출하는 가장 강력한 처방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주말이면 저만을 위한 소소한 힐링 루틴을 챙기고 있습니다. 주말 오전에 상쾌하게 러닝을 하고 돌아와 개운하게 씻은 뒤, 집 근처 도서관으로 가서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두고 독서를 합니다. 조용한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지쳤던 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고 다음 한 주를 살아낼 전원을 충전해 줍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가점검이나 마음 상태를 확인하는 것을 망설이는 분들이 계시다면, 망설이지 말고 꼭 한 번 자신의 상태를 체크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내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을 탓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내 마음을 챙길 수 있는 출발점이 됩니다. 

 

가벼운 산책이나 달리기처럼 나를 위한 작은 루틴부터 만들어보세요. 여러분의 지친 일상에도 다시 긍정적이고 건강한 온기가 찾아오기를 응원합니다.

hub-link

지금 우울증을 주제로 4.6만명이 이야기 중

hub-link

지금 불면증을 주제로 1.6만명이 이야기 중

댓글3
  • 익명2
    청춘 바쳐 버텨내신 것만으로 정말 대단해요.
    이제는 남 말고 자신만 꼭 안아주셨으면 해요!
  • 익명1
    20대의 소중한 시간을 빚을 갚는 데 바치면서도 끝까지 버텨내신 모습이 정말 대단합니다. 
    힘든 시간을 지나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고 산책과 러닝, 독서로 스스로를 돌보는 모습도 참 멋져요
    이제는 남들과 비교하기보다 본인의 속도로 편안하고 행복한 날들을 만들어가시길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 프로필 이미지
    로니엄마
    작성자님, 삶의 무거운 짐을 오래 지고 계시면서 느껴졌던 무기력과 자괴감, 그리고 ‘가벼운 우울’ 진단까지 받으셨다니 많이 힘드셨겠어요. 하지만 내 마음의 에너지가 떨어져 쉬어가라는 몸의 신호라고 솔직히 받아들이시고, 약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를 돌보는 루틴을 시작하신 모습, 정말 잘하고 계신 거예요.
    
    퇴근 후 밤 산책과 러닝을 통해 몸과 마음을 움직이며 머릿속 복잡한 생각과 감정들을 조금씩 비워내는 시간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잘 알기에, 그 꾸준한 시도가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믿습니다. 또한 주말 도서관에서 조용히 책을 읽으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소소한 힐링 역시 마음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 큰 힘이 되는 좋은 방법이지요.
    
    스스로의 상태를 자주 점검하며 마음을 정확히 아는 것, 이 과정 자체가 자책에서 벗어나 회복으로 향하는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작성자님이 지금처럼 자신에게 너그러워지고, 작은 변화에서부터 차근차근 나아가신다면 그 길이 더욱 견고해질 거예요.
    
    혹시 마음이 힘들어 자가점검을 망설이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저도 따뜻한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나를 위한 작은 산책 한 걸음, 마음을 다독이는 작은 루틴 하나”를 꼭 시작해 보세요. 어느새 일상에 다시 생기가 찾아올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