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자가점검 심한 우울 상태 32점 직장 상사 때문에 상담 받고 있어요

요즘 하루하루 버티는 게 너무 힘에 부쳐서 조심스럽게 제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해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저는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 자체가 끔찍한 고통이었고 출근이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숨이 턱턱 막혀왔어요. 

 

직장 생활이라는 게 원래 다 힘든 거라고 다들 가슴속에 사직서 하나쯤은 품고 그렇게 참고 사는 거라고 제 자신을 다독여봤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거든요. 새로 오신 팀장님과의 성향 차이 아니 일방적인 괴롭힘에 가까운 압박 때문에 제 일상은 바닥부터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어요. 

 

매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 몸을 싣는 순간부터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어요. 수많은 사람들 틈에 끼여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것 같은 공황 상태를 겪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죠.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퇴근할 때까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극도의 긴장 상태가 유지되었거든요. 

 

사소한 업무 하나를 보고할 때도 말꼬리를 잡히고 다른 팀원들이 다 듣는 열린 공간에서 인격적인 모독을 듣는 일이 일상다반사가 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정말 무능력하고 구제 불능인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깊은 자기혐오에 빠지게 되더라고요. 

 

몸과 마음이 완전히 방전되어 버린 채로 그저 기계처럼 출퇴근만 반복하는 삶이 지속되다 보니 어느새 제 안의 가장 소중한 무언가가 툭 하고 끊어져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씻을 기력조차 없어서 캄캄한 거실 바닥에 외투도 벗지 못한 채 멍하니 쓰러져 천장만 바라보는 날들이 셀 수 없이 많았어요.

 

주말이 되어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어요. 금요일 저녁 잠시 찾아오는 해방감도 잠시뿐 토요일 오후부터는 다가올 월요일에 대한 공포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라 온몸을 짓눌렀어요. 텔레비전을 틀어놓아도 예능 프로그램의 웃음소리가 소음처럼 거슬렸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모래알을 씹는 것처럼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죠. 일요일 저녁이 되면 가슴이 답답해져서 창문을 다 열어놓고 찬 공기를 들이마셔 봐도 숨이 쉬어지지 않는 기분이었어요. 

 

회사에서 팀장님이 저에게 던졌던 날 선 비수 같은 말들이 귓가에 윙윙 맴돌며 저를 괴롭혔고 그럴 때마다 제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고 초라해 보였어요. 소화불량은 기본이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과 장염을 달고 살며 병원을 들락거렸지만 내과에서는 스트레스성이라는 뻔한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죠. 

 

잠자리에 누워도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새벽 세 시 네 시까지 뒤척이다가 선잠에 들고 아침에는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는 지옥 같은 악순환이 매일 반복되었어요.

 

그러다 도저히 이렇게는 못 살겠다는 생존 본능 같은 것이 번쩍 들었던 날이 있었어요. 그날도 어김없이 주간 회의 시간에 팀장님으로부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심한 질책을 받았어요. 제가 하지도 않은 실수를 제 탓으로 돌리며 몰아세우는데 억울하다는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하고 죄인처럼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거든요. 

 

회의가 끝나고 화장실 변기 칸에 숨어 입을 틀어막고 소리 없이 눈물을 쏟아냈어요. 퇴근길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한강 다리 위를 터덜터덜 걷는데 문득 차라리 이대로 시커먼 강물 속으로 사라져버리면 이 끔찍한 출근 지옥과 팀장님의 폭언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무서운 충동이 일더라고요. 

 

그 순간 제 머릿속을 스친 극단적인 생각에 스스로도 너무 놀라서 덜컥 겁이 났고 내 마음이 지금 견딜 수 있는 한계치를 한참 넘어서서 무너져 내리고 있구나라는 걸 뼈저리게 직감했어요. 당장 어디라도 가서 내 상태를 확인받고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정신과에 간다는 건 왠지 모를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고 당장 예약을 잡고 방문할 만한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어요.

 

그래서 무작정 벤치에 주저앉아 스마트폰을 켜서 우울증 증상 직장 스트레스 같은 키워드들을 미친 듯이 검색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트로스트 앱을 알게 되었고 집에서 혼자 조용히 자가점검을 해볼 수 있다는 안내 문구에 홀린 듯이 떨리는 손으로 검사를 시작했어요. 문항들을 하나씩 읽어 내려가는데 마치 누군가 제 일기장을 훔쳐보고 제 일상을 관찰한 뒤에 만든 질문들 같아서 답변을 선택하는 내내 목이 턱턱 메어왔어요.

 

솔직하게 내 밑바닥의 감정 상태를 체크하면서도 결과가 너무 참담하게 나올까 봐 두려웠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 제발 내 이 찢어질 듯 힘들고 외로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간절함이 가슴속에 가득 차올랐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 항상 괜찮은 척 웃고 다녔던 가면을 벗어던지고 오롯이 제 내면의 상처와 마주하는 시간이었죠.

 

우울증 자가점검 심한 우울 상태 32점 직장 상사 때문에 상담 받고 있어요

 

모든 질문에 답을 마치고 결과 화면이 로딩되는 몇 초의 시간이 몇 시간처럼 길게 느껴졌어요. 마침내 화면에 결과가 뜨는 순간 저는 숨을 멈추고 한참 동안 화면만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어요. 

 

화면 가장 위쪽에 경고등 같은 아이콘과 함께 심한 우울 상태라는 붉은 글씨 그리고 삼십이 점이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거든요. 일상 유지가 어려울 만큼 우울감이 깊어져 적극적인 도움과 돌봄이 필요한 상태라는 결과 설명이 지금 당장 숨쉬기도 버거운 제 상황을 너무나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어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렀어요. 충격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 한구석에서 묘한 안도감이 벅차오르는 걸 느꼈어요. 

 

내가 그동안 회사 가기 싫어서 꾀병을 부린 게 아니구나 내가 남들보다 멘탈이 약하고 나약해서 못 버틴 게 아니라 정말로 내 마음이 심각하게 병들어 가고 있었구나 하는 사실을 객관적인 지표로 확인받는 기분이었거든요.

 

화면 아래의 통계 자료를 찬찬히 살펴보니 지금까지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이 검사를 받았더라고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병을 의심하고 검사를 받았다는 사실에 놀랐고 제가 그 전체 참여자 중에서 상위 삼십삼 퍼센트 구간에 위치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더욱 저를 놀라게 한 것은 저와 같은 삼십 대 남성들의 평균 점수였어요. 평균이 이십사 점인데 저는 그보다 무려 팔 점이나 더 높은 삼십이 점이라는 붉은 막대그래프가 꽤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거든요. 

 

남들도 다 이만큼은 힘들게 꾹 참고 사는 줄 알았는데 제가 평균치보다 훨씬 더 깊고 어두운 우울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었다는 걸 그제야 온전히 인지하게 된 거죠. 머리를 세게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고 더 이상 나 스스로를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절박함이 생겼어요.

 

우울증 자가점검 심한 우울 상태 32점 직장 상사 때문에 상담 받고 있어요

 

결과지 아래쪽으로 스크롤을 더 내려보니 지금 내가 겪을 수 있는 상황과 생각들에 대한 상세한 증상 설명들이 나열되어 있었어요. 이 부분들을 읽으면서는 밖인 것도 잊은 채 소리 내어 울어버리고 말았어요.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는 항목 평소보다 잠을 잘 자지 못하거나 과도하게 잔다는 항목 어디론가 도망쳐버리고 싶다는 생각 미래가 더 이상 기대되거나 궁금하지 않다는 내용까지 단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제 비참한 일상 이야기였거든요. 

 

특히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슬프거나 무기력하거나 불안한 마음이 들고 지나가다가 사고가 나거나 삶을 이대로 끝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항목을 보면서 제 마음이 얼마나 위태로운 벼랑 끝에 몰려 서 있었는지 다시 한번 실감하며 뼈저리게 반성하게 되었어요. 

 

퇴근길 횡단보도 앞에 멍하니 서서 저 멀리서 달려오는 트럭이 나를 쳐서 차라리 병원에 몇 달 푹 입원했으면 좋겠다고 수없이 끔찍한 상상을 했던 제 모습이 떠올라 너무 서글프고 제 자신에게 미안해서 가슴이 찢어질 것 같더라고요.

 

그 아래 적혀 있던 마음 관리에 도움이 되는 질문들과 전문 상담사와의 이야기로 해결할 수 있다는 안내 문구들을 정말 꼼꼼하게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보았어요. 혼자서 이 얽히고설킨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두렵고 심리적으로 단단하게 지지해 주는 누군가가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말이 제 텅 빈 마음을 강하게 울렸어요. 

 

지금 당장 원인을 명확하게 짚어내고 객관적이면서도 전문적인 조언을 통해 이 끔찍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확신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차올랐어요. 

 

더 이상 술이나 자극적인 콘텐츠로 도피하는 임시방편으로는 절대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게 된 귀중한 터닝포인트였죠.

 

결과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서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할지 아니면 심리 상담 센터를 찾아가야 할지 정말 치열하게 고민했어요. 주변 지인들에게 툭 까놓고 물어보기는 너무 껄끄럽고 수치스러워서 인터넷 커뮤니티와 블로그를 며칠 밤낮으로 뒤지며 수많은 후기들을 닥치는 대로 읽어보았죠. 

 

정신과 약을 먹으면 뇌의 호르몬을 조절해 줘서 확실히 감정 기복이 빠르게 줄어들고 일상에 안정이 찾아온다는 분들도 많아서 솔깃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니 직장 상사의 괴롭힘이라는 너무나도 명확하고 외부적인 스트레스 원인이 존재하고 있었어요. 

 

단순히 약물로 제 감정을 둔하게 억누르고 상황을 회피하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이 폭력적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할지 제 내면의 방어력과 회복 탄력성을 기르고 싶다는 욕구가 가장 컸거든요. 

 

그래서 깊은 고민 끝에 일단 약물 치료는 보류하고 용기를 내어 집 근처에 평이 좋은 심리상담센터를 예약했어요.

 

처음 상담센터의 낯선 문을 열고 들어가던 날의 그 두려움과 떨림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혹시라도 대기실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치면 어쩌나 내가 정신적으로 심각한 결함이 있는 사람처럼 취급받으면 어쩌나 하는 부끄러움이 온몸을 휘감았고 생전 처음 보는 상담사에게 내 가장 초라한 밑바닥 감정을 다 까발려야 한다는 게 너무 무섭고 도망치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따뜻하고 은은한 조명과 잔잔한 백색 소음이 흐르는 대기실 소파에 앉아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시니 빳빳하게 굳어있던 긴장이 아주 조금씩 풀리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제 이름을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를 따라 상담실로 들어가는 발걸음은 여전히 무거웠지만 내 삶을 바꿔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저를 앞으로 이끌었어요.

 

상담 선생님과 처음 마주 앉아 보낸 그 오십 분이라는 시간은 제 인생을 통틀어 가장 밀도 높고 폭발적인 치유가 일어나는 기적 같은 시간이었어요. 

 

처음에는 어디서부터 이 복잡한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몰라 시선을 바닥에 둔 채 우물쭈물했지만 선생님께서 서두르지 않고 부드럽고 따뜻한 질문들로 제 마음의 빗장을 천천히 열어주셨어요. 

 

그 다정한 태도에 무장해제가 된 저는 회사에서 매일 겪고 있는 상사의 부당한 대우들과 그로 인해 숨 막히게 느끼는 참담하고 비참한 심정들을 마치 댐이 무너진 것처럼 폭포수처럼 쏟아내기 시작했어요. 

 

이야기를 하다가 저도 모르게 서러움이 북받쳐서 체면도 잊은 채 아이처럼 엉엉 소리 내어 오열해버렸는데 선생님께서는 아무런 판단이나 평가 없이 고개를 끄덕여주시며 제 감정이 온전히 진정될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주셨어요.

 

상담을 하면서 제가 가장 큰 위로를 받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깨달음을 얻었던 순간이 있었어요. 제가 상사의 질책을 떠올리며 다 제 능력이 부족해서 겪는 일이라고 자책하고 있을 때 선생님께서 그건 절대 제 잘못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끊어서 말씀해 주셨거든요. 

 

직장 상사의 비정상적인 의사소통 방식과 남을 깎아내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공격성이 심각한 문제인 것이지 결코 제가 무능력하고 가치 없는 사람이어서 겪는 일이 아니라고 명확하게 선을 그어 주셨을 때 꽉 막혀있던 가슴이 뻥 뚫리며 시원해지는 기분이었어요. 

 

그동안 회사의 모든 불화와 질책이 다 나라는 존재 자체의 결함 때문인 것 같아 뼈저리게 스스로를 미워해 왔는데 제삼자이자 심리 전문가의 객관적인 시선으로 상황을 낱낱이 분석해 주시니 짓눌려있던 무거운 바위 하나가 쿵 하고 굴러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상담을 거듭할수록 상사의 폭언과 가스라이팅을 제 정체성과 완벽하게 분리하는 혹독한 연습을 하게 되었어요. 

 

그 사람이 화를 내고 신경질을 부리는 건 그 사람 본인의 내면이 빈곤하고 인격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지 제 존재 가치가 떨어지거나 제가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걸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조금씩 서서히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선생님과 함께 매주 작은 과제들을 실천하고 있어요. 

 

퇴근길에 오늘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상사의 말을 노트에 적어보고 그 문장 옆에 그건 네 생각이고 나는 최선을 다했어라는 반박 문장을 직접 손으로 써보는 연습을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엄청난 카타르시스와 치유 효과가 있더라고요. 내가 내 편이 되어 나를 변호해 주는 연습을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거였거든요.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퇴근 후에 꼬박꼬박 상담을 받으러 다니며 마음 근육을 키우고 있어요. 물론 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회사 상사가 갑자기 천사로 변해서 저에게 친절해진다거나 제 팍팍한 업무 환경이 하루아침에 유토피아로 바뀌는 드라마틱한 기적은 일어나지 않아요. 

 

여전히 아침에 출근하는 건 거대한 스트레스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상사의 눈치를 보며 비위를 맞춰야 하는 굴욕적인 날들도 분명히 존재해요. 

 

하지만 예전과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처럼 상사의 말 한마디에 끝없는 우울의 늪으로 한없이 빠져들어 제 자신을 무자비하게 학대하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이제는 상사가 부당하게 화를 내거나 억지 논리로 저를 깎아내릴 때 마음속으로 튼튼하고 투명한 유리 방패를 하나 세우는 상상을 해요. 저 사람의 뾰족한 독설이 내 소중한 마음에 닿기도 전에 그 방패에 부딪혀 산산조각 나서 튕겨져 나간다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제 스스로를 보호하는 능력이 생겼거든요.

 

그리고 퇴근 후에는 회사와 저의 개인적인 삶을 완벽하게 단절하고 분리하는 연습에 매진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집에 와서도 오늘 상사가 했던 가시 돋친 말들을 밤새 곱씹으며 이불 킥을 하고 괴로워하느라 저녁 시간을 다 날려버렸다면 이제는 억지로라도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거나 동네 공원을 빠르게 걷기 운동하면서 제 뇌를 강제로 환기시키려고 노력해요. 

 

회사 문을 나서는 순간 나는 더 이상 누구의 부하직원이 아니라 온전한 나 자신으로 돌아간다는 스위치를 켜는 거죠. 

 

약물 치료에 의존하지 않고 오로지 상담과 제 의지만으로 이 거친 파도를 헤쳐나가고 있어서 회복 속도가 남들보다 조금 더디고 힘에 부칠 때도 있겠지만 바닥까지 떨어졌던 내면의 근육을 하루하루 탄탄하게 재건해가고 있다는 생각에 제 스스로가 너무나도 대견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답니다.

 

혹시라도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서 예전의 저처럼 직장 내 괴롭힘이나 숨 막히는 인간관계 스트레스 때문에 하루하루 숨쉬기조차 버겁게 느끼는 분들이 계시다면 제발 제발 혼자서 방구석에 숨어 앓지 마시라고 두 손 꼭 잡고 간절하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직장인은 다 참아야지 내가 조금 더 숙이고 참으면 평화로워지겠지 시간이 약이니까 지나면 다 잊혀지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은 곪은 상처를 더 깊게 썩게 만들고 종국에는 내 마음 전체를 망가뜨릴 뿐이더라고요. 

 

우리 몸에 깊은 상처가 나서 피가 철철 나고 뼈가 부러지면 당장 응급실에 달려가서 치료를 받고 깁스를 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내 마음이 피 흘리고 아플 때도 주저 없이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고 치료받는 건 너무나 당연하고 용기 있는 건강한 행동이에요. 

 

내가 매일 밤 얼마나 서럽게 울고 얼마나 끔찍하게 아픈지 내가 말하지 않으면 남들은 절대 알아주지 않아요. 내 마음의 상처 깊이는 오직 나만이 잴 수 있고 시들어가는 나를 벼랑 끝에서 살려낼 수 있는 것도 결국 나 자신뿐이라는 걸 절대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처음 자가점검을 할 때만 해도 스마트폰으로 화면 몇 번 누르는 거 한다고 도대체 내 팍팍한 현실이 뭐가 달라질까 반신반의하며 코웃음을 쳤지만 막상 숫자로 명확하게 찍힌 참혹한 제 상태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니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강력한 생존 동기가 생겼거든요. 

 

막연하게 아 힘들다 우울하다 생각하는 것과 지표로 팩트 폭행을 당하는 것은 정말 차원이 다른 충격과 깨달음을 주더라고요. 

 

지금 당장 낯선 정신건강의학과 문을 두드리거나 생판 모르는 상담사를 찾아가는 것이 너무나 두렵고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부담스럽게 느껴지신다면 꼭 거창하게 병원부터 가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저처럼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앱을 켜서 내 마음 상태를 조용히 들여다보고 진단해 보는 아주 작은 행동 하나만으로도 치유의 첫 단추는 이미 훌륭하게 꿰어진 거라고 생각해요. 

 

나 자신을 돌보기 위해 뻗는 그 작은 첫걸음을 절대 주저하거나 폄하하지 마세요. 우울증이나 마음의 병은 결코 내가 못나서 걸리는 부끄러운 흠집이 아니고 그만큼 내 여린 마음이 차가운 세상 속에서 너무 오랫동안 치열하고 눈물겹게 버텨왔다는 훈장 같은 증거니까요.

 

상담을 받으며 선생님께 배운 가장 소중한 가르침 중 하나가 바로 나 자신에게 한없이 관대해지기예요. 

 

우리는 남들에게는 참 쉽게 위로를 건네고 관대하면서 정작 상처받은 나 자신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곤 하잖아요. 직장에서 완벽하게 일하지 못해도 괜찮고 때로는 너무 버거워서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비겁하게 도망치고 싶어 해도 그 마음조차 다 괜찮다고 온전히 스스로에게 말해주는 연습을 매일 밤 하고 있어요. 

 

여러분도 오늘 하루 지옥 같은 출퇴근길과 직장의 스트레스를 무사히 버텨내고 살아남은 스스로의 어깨를 꼬옥 안아주며 오늘도 정말 고생 많았다고 누구보다 넌 훌륭하게 잘 버티고 있다고 진심을 다해 따뜻하게 칭찬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캄캄하고 축축한 터널 한가운데를 나 홀로 걷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외롭고 눈물이 나겠지만 묵묵히 하루하루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언젠가 반드시 터널의 끝에서 눈부시게 따뜻한 햇살을 마주하며 활짝 웃을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굳게 믿어요. 

 

저도 매일매일 어제보다 아주 조금씩 1밀리미터라도 더 나아지고 단단해지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고 있으니 이 부족하고 긴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도 제 기운을 받아 꼭 힘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이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편안해지고 오늘보다 내일 훨씬 더 단단해지기를 두 손 모아 진심으로 응원하며 이만 긴 글 마칠게요. 다들 오늘 밤은 부디 악몽 꾸지 마시고 평안하고 깊은 잠 주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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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6
  • 익명3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셨을지 감도 안 오네요.
    절대 본인 탓 아니니까 스스로 자책하지 마세요!
    익명1
    작성자
    얼굴도 모르는 저를 위해 따뜻하게 제 편이 되어주시고 자책의 늪에서 꺼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남겨주신 말씀 늘 기억하면서 이제는 제 자신을 탓하지 않고 더 아끼고 돌봐줄게요. 따뜻한 위로 건네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익명2
    힘든 상황에서 상담을 통해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고 자신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신 게 정말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직장의 문제와 나 자신의 가치를 분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조금씩 해내고 계시네요.
    극단적인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순간에는 혼자 견디지 말고 꼭 주변 사람이나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셨으면해요. 지금처럼 하루에 1mm씩이라도 자신을 돌보다 보면 분명 지금보다 편안한 날이 올 거에요. 앞으로는 스스로에게도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주시길 응원합니다.
    익명1
    작성자
    매일 밤 노트를 적고 마음속에 유리 방패를 세우면서 하루에 1mm씩이라도 나아지려고 발버둥 치던 제 노력을 가치 있게 바라봐 주셔서 울컥하기도 하더라고요. 극단적인 충동이 일만큼 위험한 고비도 있었지만, 이제는 혼자 앓지 않고 적극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저 자신을 구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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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글을 읽는 내내 얼마나 오랫동안 혼자 버텨오셨을지 마음이 아프네요. 자가점검 결과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그동안의 힘겨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도움을 요청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말씀하신 정도의 우울감과 불안, 그리고 스스로를 해칠 수 있다는 생각까지 있었다면 상담만으로 버티기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현재 상태를 꼭 평가받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자가검사는 상태를 살펴보는 참고자료이지 진단 자체는 아니니까요.
    
    무엇보다 상사의 말과 행동이 자신의 가치나 능력을 결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직장에서 겪는 부당한 대우와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분리하는 연습도 꼭 필요하고요. 혼자 견디는 것이 강한 게 아니라, 힘들 때 도움을 요청하고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진짜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버텨온 자신을 더 이상 탓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회복은 이미 도움을 요청한 그 순간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앞으로는 혼자 버티기보다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전문가의 도움을 함께 받으면서 조금씩 편안한 일상을 되찾으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익명1
    작성자
    제가 혼자 버텨온 시간과 지친 마음을 깊이 공감해 주셔서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조언해 주신 대로 병원 진료를 포함해 저를 돕기 위한 방법들을 용기 내어 찾아보려고 해요. 직장에서 분리되어 제 가치를 지키라는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진심 어린 응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