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약물, 비처방약, 처방약(트라조돈, 데파스) 비교해보았어요.

몸은 너무 피곤하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데

침대에 누우면 이상하게 정신이 맑아지는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정말 오랫동안 이 문제로 힘이 들었던 사람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다른 건 그럭저럭 무던한데 잠에만 유독 예민했죠,

그러다가 성인이 된 뒤 제 인생을 뒤흔들었던 사건을 겪은 뒤부터는 아예 잠을 잘 수 없는 사람이 되었어요.

누가 봐도 곧 쓰러질 것 같은 몰골을 하고 돌아다니고 

외모도 외모지만 몇 날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하니 정신까지 점점 무너지더라고요.

수면박탈 고문이라는 것이 왜 생겨났는지 온 몸으로 깨달았던 시기였습니다.

오늘은 제가 불면증을 극복하기 위해 해보았던

수많은 민간요법, 수면 아이템에 관한 후기와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복용한 약 경험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 비약물요법

 

✔️ 잠이 온다는 이완호흡법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호흡법을 하면 편안하게 잠이 들 수 있다기에 실천했던 방법입니다.

(sns에는 3초 안에 잠드는 호흡법이라며 요즘에도 종종 보이던데 그건 정말 말도 안됩니다. 숨을 들이 쉬는 시간만해도 4초거든요.)

침대에 누운 채로 손은 배 위에 편안하게 올린 뒤 전신의 긴장을 풀어줍니다.

코로 4초간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6초간 길게 내쉽니다.

이때 가슴으로 숨을 쉬는 것이 아니라 복부가 부풀어 오르도록 복식호흡을 합니다.

호흡을 반복하면서 안면 근육->상체->하체의 발가락까지 천천히 근육의 힘을 빼며 전신이 완전히 이완되는 상상을 합니다.

이 호흡법은 교감신경을 진정시키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여 수면에 적합한 신체 상태를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이 방법은 제가 비약물요법 중에서 그나마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던 방법입니다.

불면증이 극심했던 그 시기는 극도의 예민 상태였기 때문에 호흡법 만으로는 이완이 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 때보다 훨씬 안정적인 상태인 지금은 종종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잠이 잘 오는 것도 있지만 머리를 비우게 만들어줘서 스트레스 관리에 좋은 것 같더라고요.

 

✔️ 운동

 

제가 극심한 불면증을 겪으면서 느끼게 된 사실인데 

운동도 자신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서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새벽 4시에 일어납니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보통 저녁 7시 반 정도가 되지요.

몸이 힘들면 안 자려고 해도 잘 수 밖에 없다고 하길래 사실 가장 먼저 시도했던 것이 운동이었어요.

처음에는 집 근처에서 복싱을 했었죠. 

복싱장에 도착하면 8시, 운동을 하고 씻고 나오면 9시 반, 집에 들어가면 10시 정도가 되었는데

바로 잠자리에 들려고 하니 심장이 쿵쾅거려서 잠을 한숨도 자지 못하겠더라고요.

더 힘들어야 하나 싶어서 줄넘기도 더 뛰고 샌드백도 미친 듯이 쳤는데 그런 날은 더 미치게 잠이 오지 않더라고요.

복싱은 심박수를 높이는 고강도 운동인데 

저 같은 경우에는 운동이 끝나자마자 잠을 자야 하다 보니 불면증을 크게 악화시키는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잠이 안오면 몸이 고되야 한다는 말, 저는 절대로 함부로 하지 않습니다.

몸이 피곤하면 잠이 잘 올 수도 있지만 경험상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은 고강도 운동은 무조건 잠자리에 들기 3시간 전에는 끝냅니다.

잠들기 전에 꼭 운동을 해야 한다면 차라리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 정도만 권하고 싶습니다.

 

✅️ 비처방 수면보조제 복용

 

✔️ 멜라토닌

 

잠들기 전 따뜻한 우유 한잔을 마시는 것이 수면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있지요?

이것은 우유에 졸음을 유발하는 멜라토닌이 들어있고, 

따뜻하게 우유를 데우는 것은 멜라토닌의 효과를 증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요즘 많이 먹는 타트체리에도 멜라토닌이 들어있고 바나나와 토마토에도 조금 들어 있다고 하네요.

 

제가 극심한 불면증을 앓을 당시에는 타트체리는 판매하지 않았고 우유는 정말 많이 마셨어요.

하지만 우유 1L에 들어있는 멜라토닌의 양은 0.005mg 정도이고

요즘 판매하고 있는 멜라토닌의 양이 0.5~5mg 사이임을 감안하면 정말정말정말 미미한 수준이죠.

당연히 저 같은 불면증 환자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우리나라에는 멜라토닌을 판매하지 않았는데 

미국에 살던 친구가 미국에서는 흔히 먹는 수면 보조제라며 알약부터 스프레이 형태까지 다양한 종류의 멜라토닌을 보내주었지요.

저는 사실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멜라토닌은 경증의 불면증에는 도움이 되지만 

저 같은 중증의 불면증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비록 저는 효과를 보지 못했지만 제 주변에 교대 근무를 하거나 잦은 해외출장을 가는 친구들의 경우

멜라토닌이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가벼운 불면증이나 시차 적응을 해야 하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항히스타민제

 

멜라토닌 외에도 저는 항히스타민제의 도움을 구해보기도 했었습니다.

약국에 가면 약사님이 복약지도를 하시면서 '잠이 올 수 있으니 약 드시고 운전하지 마세요' 라고 하실 때가 있잖아요?

1세대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이 '졸음'인데 이러한 부작용을 이용해서 만든 약이 약국에서 파는 수면유도제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전에도, 지금도, 단 한번도 약을 먹고 졸려 본 경험이 없기에 이 역시도 실패였죠.

혹시 약을 드시고 졸렸던 경험이 있으셨던 분이라면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약은 내성이 생기거나 약을 끊으면 더 못 자게 되는 반동성 불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단기간만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 약물 요법

 

이렇게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거듭한 끝에, 

결국 저는 정신과를 찾았습니다.

정말 저는 자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약물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죠.

 

정신과를 찾았다고 한 번에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 처방받았던 스틸녹스 10mg은 효과는 빨랐지만 부작용이 심했어요.

자고 일어난 다음 날 몸이 무겁고 두통이 심했을 뿐만 아니라 혀까지 굳어진 것처럼 말이 꼬이고 생각과 다른 말이 나오기도 했죠.

그리고 비록 깨고 난 뒤 금방 다시 잠들기는 했지만 자면서 계속 깨는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었죠.

그 이후로도 주치의 선생님과 수차례 상담을 하며

스틸녹스 서방정, 데파스, 트라조돈 등 여러 가지 약을 조합하고, 또 빼보기도 하고, 용량을 조절하기를 반복한 뒤

최종적으로 정착한 조합은 트라조돈 25mg과 데파스 1mg 이었습니다.

 

✅️트라조돈과 데파스를 복용한 뒤 달라진 점

 

이 조합이 가장 좋았던 점은 자연스럽게 졸림이 찾아왔다는 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약들도 괜찮았던 조합이 있었지만

뭔가 수면 내시경 검사를 할 때처럼 의식이 뚝 끊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서 좀 무서웠거든요.

약을 복용하고 자연스럽게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일상생활을 하다가 슬슬 '잠이 온다'는 느낌이 와서 하던 일을 멈추고 이불을 덮고 눈을 감는 느낌이 다른 약보다 훨씬 안정감을 주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다음 날 몸이 무겁고 머리가 아픈 일이 없었고요.

이렇게 약으로 어느 정도 수면 패턴을 회복하면서 

잠에 대한 두려움이 현저히 줄어 들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인 것 같습니다.

 

✅️ 지금은 완전히 약을 끊었습니다.

 

찾아보니 제가 병원에 다닌 기간이 총 8년이더라고요.

초반 1년은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서 무너진 수면 패턴을 잡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약이 없으면 또 못 자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자세하게 설명해주시는 선생님을 만난 것이 정말 큰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두려움을 표현할 때마다 선생님은 공감해주시면서도 설명도 잘 해주셔서

선생님을 믿고 따라가면 된다는 확신을 심어주셨거든요.

 

그 이후로 상태가 점차 호전되면서 용량을 줄이고, 

필요할 때만 복용하는 방식으로 변경한 뒤 지금은 완전히 약을 끊은 상태입니다.

몇 년 전까지는 불안해서 약을 가지고 있기는 했는데, 지금은 그 약도 모두 폐기했어요.

 

지금은 잠이 잘 오지 않으면 위에 말씀드린 호흡법을 하면서 잠을 청해보고 있습니다.

'정 안되겠으면 다시 병원 가면 되지 뭐' 이런 생각만 해도 불안감이 훨씬 줄어들더라고요.

저의 경우 불면증의 가장 큰 원인은 불안이나 스트레스 같은 심리적인 부분이었기 때문에

그 부분만 잘 컨트롤 해도 수면의 질이 훨씬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극악의 불면증을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불면증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누군가 나의 불면증을 두고 '덜 피곤해서 그래' 라고 한다면 신경 쓰지 마시라는 말도 드리고 싶고요.

정말 심각한 불면증은 오히려 극단적인 피로 때문에 오기도 하거든요.

과거의 저처럼 너무 힘든 상태를 겪고 계신다면 혼자 버티는 것만이 답은 아닙니다.

그리고 약에 대한 의존성을 걱정하신다면 8년 동안 병원을 다니고도 완전히 끊은 사람이 여기에 있습니다.

저에게 약은 평생 의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도움의 과정이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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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불면증을 주제로 1.5만명이 이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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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스트레스를 주제로 7만명이 이야기 중

댓글5
  • 익명4
    잠을 자고 싶어도 잠들지 못하는 시간이 얼마나 힘든지 느껴져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치료까지 받으며 극복하려고 노력한 과정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익명2
    불면증이라고 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을 못 자서 그런 것보다는 대부분의 잠을 쪼개서 자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잠을 한 번에 오랫동안 푹 숙면하실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야근이나. 이러한 수면제를 많이 먹다 보면은 면역이 이 돼서 한 알 멎던 걸 두 알 먹고 두 알 먹던 거 세 알 먹는다고 생각하시는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습니다. 뭐 저도 의학적 지식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전문의와 상담해 보시면 잘 아실 거예요.
    익명3
    작성자
    전문의를 찾은 덕분에 잘 극복했답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약도 잘 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익명1
    저도 한동안 불면증으로 정말 힘들었던 적이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특히 약이 평생 의존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무너진 수면 패턴을 회복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여러 방법을 직접 경험해 보신 후 장단점까지 솔직하게 적어주셔서 지금 잠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무엇보다 결국 약까지 끊고 회복하셨다는 이야기가 큰 희망으로 다가왔습니다. 좋은 경험담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익명3
    작성자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