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부터 머리가 하얗게 센 지금까지 오로지 내 가족들 배불리 먹이고 남부럽지 않게 키워내겠다는 일념 하나로 제 몸 부서지는 줄도 모르고 일에만 매달려 살았습니다. 이른 새벽 찬 공기를 가르며 출근을 하고 밤늦게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는 고된 일상의 반복이었지만 그 시절 저에게 수면이라는 것은 언제나 달콤하고 당연한 보상이었습니다.
씻고 나와 등짝이 방바닥에 닿기 무섭게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치열한 세상 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 튼튼한 체력과 회복력이 있었습니다.
그토록 고단했던 수십 년의 세월을 무사히 버텨내고 이제는 모든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채 편안하게 노후를 즐겨야 할 시기가 찾아왔는데 제 삶은 전혀 예상치 못한 끔찍한 암초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늑하고 편안해야 할 안식처인 침대가 언제부터인가 저에게는 숨이 막힐 듯한 두려운 전쟁터로 변해버렸고 밤이 찾아오는 것 자체가 뼈에 사무치는 공포가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거실 창밖으로 서서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제 몸과 마음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합니다. 남들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텔레비전을 보며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는 가장 평화로운 시간인데 저는 거실 벽에 걸린 시계의 바늘이 밤 열 시를 향해 갈수록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는 것을 느낍니다. 오늘 밤은 과연 무사히 잠들 수 있을까 아니면 또다시 뜬눈으로 끔찍한 밤을 지새워야 하나 하는 강박적인 두려움이 머릿속을 하얗게 지배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 다가올수록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짐승처럼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안방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 평범한 행동조차 엄청난 용기를 쥐어짜 내야만 가능한 벅찬 과제가 되어버렸습니다. 평생을 거친 비바람과 세상의 풍파 앞에서도 당당하게 맞서 싸워온 제가 고작 잠자리에 눕는 행위 하나를 통제하지 못해 덜덜 떨고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믿기지 않고 참담할 뿐입니다.
애써 불안한 마음을 짓누르고 불을 끈 채 침대에 누우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괴로움이 시작됩니다. 몸은 천근만근 무겁고 눈동자는 뻑뻑할 정도로 피곤한데 막상 눈을 감으면 제 머릿속은 스위치를 켠 것처럼 미친 듯이 활발하게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있으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치열하게 살아오며 겪었던 후회스러운 기억들부터 시작해서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자식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 그리고 늙고 병들어가는 제 자신의 초라한 노후에 대한 두려움까지 온갖 부정적이고 어두운 잡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밀려옵니다.
이 생각들을 끊어내야 잠을 잘 수 있다고 속으로 수백 번 수천 번 소리치며 제 자신을 다그쳐 보지만 이성이 작동할수록 오히려 정신은 차가운 얼음물에 들어간 것처럼 더욱 날카롭고 또렷하게 깨어납니다. 몸을 왼쪽으로 돌려보고 오른쪽으로 뒤척여보아도 이불의 감촉은 가시밭길처럼 불편하기만 하고 베개의 높이는 왜 이리 안 맞는지 온몸의 신경이 칼날처럼 곤두서서 작은 숨소리 하나에도 화들짝 놀라게 됩니다.
어둠 속에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싶어 실눈을 뜨고 탁상시계를 바라보면 형광빛으로 빛나는 시계의 붉은 숫자가 저를 비웃듯 새벽 두 시 혹은 세 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 숫자를 확인하는 순간 가슴 한가운데서 주체할 수 없는 분노와 좌절감이 화산처럼 폭발합니다. 나는 도대체 왜 남들 다 하는 이 단순하고 본능적인 수면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쓸모없는 고철 덩어리가 되어버린 것인가 하는 지독한 자학이 시작됩니다.
잠을 자야 내일 또 하루를 버틸 수 있다는 압박감이 숨통을 조여오고 이대로 영영 잠들지 못한 채 정신이 미쳐버리거나 뇌의 핏줄이 터져버릴 것만 같은 극도의 공황 상태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심장은 미친 듯이 쿵쾅거리고 식은땀으로 베갯잇이 축축하게 젖어 들어가는 그 끔찍한 고통 속에서 저는 매일 밤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나 홀로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옆에서 곤히 잠든 아내의 고른 숨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 평온함이 너무나도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만 이 깊은 어둠 속에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다는 뼈저린 외로움이 밀려옵니다. 행여나 뒤척이는 소리에 피곤한 아내가 깰까 봐 숨조차 마음대로 크게 쉬지 못하고 이불자락만 꾹 움켜쥔 채 뻣뻣하게 굳어있는 시간이 지옥보다 더 길게 느껴집니다.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살금살금 방을 빠져나와 불 꺼진 거실 소파에 우두커니 앉아 창밖의 가로등 불빛만 멍하니 바라볼 때면 제 인생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망가져 버렸나 하는 서러움에 남몰래 눈시울을 붉히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세상이 모두 멈춰버린 적막한 새벽 거실에 홀로 깨어 있으면 제가 세상의 흐름에서 완전히 튕겨 나가 버린 버려진 존재처럼 느껴져서 감당하기 힘든 철저한 단절감이 온몸을 휘감습니다. 차라리 몸 어딘가가 찢어지거나 부러져서 피가 난다면 응급실이라도 달려갈 텐데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과 뇌의 고장이니 그 누구에게도 이 끔찍한 고통을 설명할 길이 없어 답답함에 가슴을 치게 됩니다.
그렇게 뜬눈으로 끔찍한 밤을 지새우고 창밖으로 희뿌연 아침 햇살이 스며들기 시작하면 비로소 저는 밤새 벌였던 전쟁에서 참담하게 패배했음을 인정하게 됩니다.
날이 밝았다는 안도감보다는 오늘 하루를 이 망가진 몸뚱어리로 어떻게 버텨내야 하나 하는 막막함이 거대한 해일처럼 덮쳐옵니다. 붉게 충혈된 눈과 무거운 머리를 이끌고 거실을 맴도는 제 모습은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빈껍데기 같습니다. 낮에는 머리가 멍하고 판단력이 흐려져 신문 기사 한 줄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고 밥맛조차 모래를 씹는 것처럼 까끌까끌합니다.
모자란 잠을 보충하려 낮에 잠깐 눈을 붙이려 해보아도 얕은 선잠에 들었다가 흠칫 놀라 깨기를 반복할 뿐 결코 깊은 휴식을 취하지 못합니다. 결국 낮 동안의 무기력함은 다시 다가오는 밤에 대한 두려움을 극대화시키고 수면의 리듬을 완전히 붕괴시켜버리는 끔찍한 악순환의 수렁으로 저를 끝없이 끌어내리고 있습니다.
수면제를 처방받아 먹어보라는 주변의 권유도 수없이 들었지만 평생 제 의지와 노력만으로 모든 위기를 극복하며 살아온 저로서는 약물에 뇌를 맡기고 의존해야 한다는 사실이 제 알량한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냅니다.
행여나 약에 중독되어 스스로의 힘으로는 영영 잠들지 못하는 중증 환자가 되어버릴까 두렵고 약 기운에 취해 멍청해진 모습으로 남은 노년을 흐리멍덩하게 보내게 될까 봐 약봉지를 받아 들고서도 끝내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린 적이 여러 번입니다. 하지만 따뜻한 우유를 데워 마셔보고 반신욕을 해보고 잠에 좋다는 한약이나 건강보조식품을 수십만 원어치 사다 먹어보아도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 버린 제 수면 스위치는 도무지 고쳐질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통제력을 상실한 무기력함이 훈장처럼 자랑스럽던 제 지난 삶의 궤적마저 모두 보잘것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같아 매일매일이 서럽고 억울하기만 합니다.
이 끔찍한 불면의 늪에서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도저히 빠져나올 길이 보이지 않아 코치님께 벼랑 끝에 선 간절한 마음으로 인생의 조언을 구합니다. 머리로 아무리 자야 한다고 다그쳐도 밤만 되면 침대를 끔찍한 고문실처럼 인식해버리는 제 고장 난 뇌의 회로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다시 평온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을까요. 잠자리에 눕는 것 자체가 거대한 스트레스와 공포가 되어버린 이 강박적인 불안을 약물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제 스스로 훈련하고 마음을 다스려 끊어낼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나 심리적인 대처 방법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인지 너무나도 절실하게 알고 싶습니다.
코치님 덕분에 고민이 해결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