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바쁘게 움직이며 잊어보려 하지만 캄캄한 밤만 되면 늙고 병들어 혼자 남겨질까 봐 두려운 마음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요
안녕하세요. 창밖은 아직 새카만 어둠뿐인데 저 혼자만 덩그러니 깨어 이 답답하고 시린 속마음을 적어 내려가고 있어요. 저는 올해 60대 중반을 훌쩍 넘긴 평범한 주부랍니다.
젊은 시절에는 머리만 베개에 닿으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세상모르고 깊은 잠에 빠져들곤 했는데 언제부턴가 이 캄캄하고 고요한 밤이 저에게는 가장 피하고 싶은 무서운 감옥이 되어버렸어요.
다들 곤히 잠든 새벽에 홀로 거실에 앉아 시계 초침 소리만 듣고 있으면 제 인생이 참으로 처량하고 서글퍼져서 소리 없이 눈물만 뚝뚝 흘리며 하얗게 밤을 지새우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네요.
낮에는 그래도 어떻게든 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불안한 생각들을 떨쳐내려고 몸을 혹사시키며 바쁘게 움직여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쓰지도 않는 그릇들을 다 꺼내어 박박 닦고 무릎이 끊어질 듯 아파도 온 집안을 걸레질하며 억지로 땀을 빼거든요. 동네 뒷산도 두 시간씩 숨이 차도록 오르내리고 복지관에도 나가서 사람들과 억지로 섞여 웃고 떠들면서 이 지독한 두려움을 잊어보려 발버둥을 쳐요.
해가 떠 있고 세상이 시끌벅적하게 돌아갈 때는 그래도 저 자신이 아직 쓸모 있는 사람 같고 세상 속에 섞여 있다는 안도감이 들어서 견딜 만하거든요. 그런데 해가 지고 붉은 노을이 사그라지면서 온 집안에 어둠이 무겁게 내려앉기 시작하면 제 가슴속에는 낮 동안 간신히 억눌러두었던 끔찍한 공포가 스멀스멀 거대한 괴물처럼 깨어나기 시작해요.
저를 뜬눈으로 밤새우게 만드는 가장 큰 두려움은 바로 늙고 병들어서 결국 이 세상에 철저하게 저 혼자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고독감이에요. 요즘 들어 하루가 다르게 제 몸 여기저기가 고장 나고 아파오는 걸 뼈저리게 느끼거든요.
허리는 수시로 끊어질 듯 쑤시고 무릎 연골은 다 닳아서 계단 하나 오르는 것도 벅차고 눈은 침침해져서 바늘귀 하나 꿰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요. 제 몸이 이렇게 쇠약해져 가는 걸 느낄 때마다 뉴스나 드라마에서 보던 그 외로운 노인들의 모습이 남 일 같지 않아서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요.
평생 가족들 뒷바라지하느라 제 몸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낡아버렸는데 정작 제가 거동조차 못 할 정도로 큰 병에 걸려 앓아누우면 도대체 누가 내 곁에 남아서 따뜻한 물 한 모금이라도 챙겨줄까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고 숨이 턱턱 막혀와요.
동네 친했던 친구들이나 지인들 중에도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지거나 치매에 걸려 요양병원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거든요. 그럴 때마다 그게 곧 제 미래의 모습이 될 것만 같아서 밤새 가슴을 치며 불안에 떨어요.
자식들은 이미 다 장성해서 자기들 살림 꾸리고 애 키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데 제가 아파서 짐이 되면 애들 발목을 잡는 꼴이 되잖아요. 평생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억척스럽게 버티며 살았는데 결국 냄새나고 병든 늙은이가 되어서 눈치나 살피며 요양병원 차가운 침대에 덩그러니 누워 생을 마감할까 봐 그게 너무나 끔찍하고 두려워요.
병든 어미 챙기느라 자식들끼리 서로 미루고 얼굴 붉히는 꼴을 보게 될까 봐 무섭고 결국은 귀찮은 존재로 전락해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하얀 병실에서 쓸쓸하게 혼자 죽어갈 제 늙은 처지가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져서 밤마다 식은땀을 흘리며 벌떡벌떡 깨어나게 되네요.
바로 옆에서 세상모르고 쿨쿨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남편을 보면 그 야속함과 외로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평생을 같이 살 맞대고 살아온 부부지만 이 사람도 결국 자기가 먼저 아프면 저한테 기대려 할 뿐 제가 병들고 쓰러지면 따뜻하게 제 병수발을 들어줄 다정한 성정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제가 제일 잘 알거든요. 오히려 늙은 마누라 아프다고 짜증이나 내고 삼시 세끼 자기 밥 챙겨줄 사람 없다고 투덜거릴 남편의 모습이 뻔히 보여서 남편의 굽은 등창만 바라봐도 가슴에 시퍼런 멍이 드는 것 같아요.
한 공간에서 숨을 쉬고 있는데도 철저하게 혼자라는 이 지독한 고립감이 새벽 공기를 타고 온몸을 휘감으면 저는 숨을 제대로 쉴 수조차 없어서 얇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짐승처럼 엉엉 소리 내어 울어버려요.
이 무서운 생각들이 한 번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 머릿속은 수백 마리의 벌떼가 윙윙거리는 것처럼 복잡해져서 도무지 잠에 들 수가 없어요.
억지로 눈을 감고 양을 수천 마리 세어보기도 하고 따뜻한 우유를 데워 마셔보기도 하고 불면증에 좋다는 차란 차는 잔뜩 사다 놓고 매일 밤 마셔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더라고요. 거실을 수십 바퀴 뱅뱅 맴돌면서 억지로 피곤하게 만들어보려 해도 몸은 천근만근 지쳐서 쓰러질 것 같은데 머릿속은 대낮처럼 하얗게 깨어 있어서 저를 미치게 만들어요.
시계 초침 소리가 마치 제 남은 생명의 시간이 빠져나가는 소리처럼 섬뜩하게 들리고 캄캄한 어둠이 저를 꿀꺽 삼켜버릴 것 같아 차라리 빨리 아침 해가 떠서 이 지옥 같은 밤이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게 제 비참한 일상이 되어버렸어요.
수면제 처방도 받아봤지만 약에 취해 억지로 잠들었다 깨어나면 몽롱하고 찌뿌둥한 기분에 며칠을 바보처럼 헤매게 되니 나중에는 약에 중독되어 치매라도 일찍 올까 봐 무서워서 약봉지를 뜯지도 못하고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렸어요.
이제는 해가 지고 저녁이 찾아오는 것 자체가 무섭고 오늘 밤은 또 어떤 끔찍한 상상과 고독감 속에서 허우적대며 밤을 새워야 하나 덜컥 겁부터 나서 미칠 지경이에요.
이렇게 매일 밤 말라 죽어가는 제 자신을 어떻게든 살려보고 싶어서 정말 지푸라기라도 꽉 잡는 절박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이곳에 계신 인생의 선배님들과 지혜로운 분들께 도움을 청해 봅니다.
제가 가장 먼저 여쭤보고 싶고 간절히 알고 싶은 것은 밤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 늙고 병들어 버려질 것이라는 끔찍한 공포심을 도대체 어떻게 스스로 끊어내고 다스려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마음 챙김의 비결이에요.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도 모르는 미래의 일로 제 스스로를 괴롭히는 바보 같은 짓이라는 걸 머리로는 수백 번도 넘게 이해하지만 캄캄한 어둠 속에 홀로 남겨지면 제 나약한 의지로는 도무지 이 두려움을 통제할 수가 없네요.
다들 나이가 들면 아프고 언젠가는 혼자 떠나는 게 당연한 자연의 섭리라는데 왜 저는 이 평범한 진리를 이토록 무섭게 발작적으로 받아들이고 매일 밤 뜬눈으로 고통받아야만 하는 걸까요.
밤이 찾아오고 가슴이 답답해질 때 억지로 잠을 청하려 발버둥 치는 대신 차라리 이 불안한 마음을 둥글게 다독이며 고요하고 평안하게 새벽을 보낼 수 있는 아주 구체적이고 현명한 밤의 태도가 있다면 제발 저를 불쌍히 여기시고 꼭 가르쳐 주세요.
그리고 두 번째로 꼭 묻고 싶은 것은 제 삶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지 못하는 무심한 남편과 바쁜 자식들에게 섭섭해하는 이 옹졸하고 기대는 마음을 어떻게 훌훌 털어버리고 진정으로 마음의 독립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이에요.
결국 인생은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거라는데 저는 여전히 누군가 제 곁에서 따뜻하게 손잡아 주고 위로해 주길 바라는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이토록 더 외롭고 상처받는 것 같아요.
가족들에게 의존하려는 이 헛된 기대감을 완전히 내려놓고 비록 늙고 병들지라도 저 스스로 제 인생의 마지막을 온전히 책임지고 당당하게 품어낼 수 있는 단단하고 굳센 내면의 힘을 기르고 싶거든요.
매일 아침 퀭한 눈으로 거울을 보며 저 스스로를 초라하고 불쌍한 늙은이로 깎아내리는 짓을 당장 멈추고 제게 남은 하루하루를 있는 그대로 감사하며 평화롭게 미소 지을 수 있는 따뜻한 긍정의 지혜를 진심으로 배우고 싶습니다.
저도 이제는 지옥 같은 불면의 밤에서 훌쩍 벗어나 따뜻한 이불속에서 마음 편히 스르륵 잠들고 상쾌한 아침 햇살을 맞이하는 평범하지만 너무나 눈부신 일상을 단 하루만이라도 꼭 누려보고 싶어요.
세상천지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으며 썩어 문드러진 제 가슴속 깊은 두려움을 이렇게 긴 글로나마 쏟아내고 나니 신기하게도 목에 턱 걸려있던 커다란 가시가 아주 조금은 내려간 것처럼 위안이 되고 숨쉬기가 한결 편안해지네요.
저처럼 캄캄한 밤의 고독과 늙어감의 공포 속에서 눈물 흘려보셨거나 그 위기를 지혜롭고 의연하게 이겨내신 훌륭한 분들의 따뜻하고 현실적인 조언이 벼랑 끝에 서 있는 저에게는 다시 살아갈 튼튼한 동아줄이 될 거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늙고 주름진 두 손을 모아 애타는 마음으로 여러분들의 귀한 지혜와 다정한 위로를 매일매일 설레며 기다리겠습니다. 두서없이 길고 한없이 무겁기만 했던 제 눈물의 넋두리를 끝까지 귀 기울여 정성껏 읽어주셔서 정말 마음 깊이 고맙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