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알고 지낸 사람과의 관계가 요즘 조금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특별히 크게 다툰 적도 없고 서로 감정이 상할 만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약속 문제 때문에 자꾸 서운한 마음이 생기네요. 한두 번이라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비슷한 일이 반복되다 보니 제가 너무 쉽게 생각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문제는 약속을 잡아놓고 당일이 되어서야 취소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갑자기 사정이 생겼다고 하니 별생각 없이 괜찮다고 했어요. 누구나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길 수 있고, 오래 알고 지낸 사이에서 그런 일 하나하나 따지는 것도 조금 그렇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비슷한 상황이 계속 반복됐습니다. 며칠 전부터 만나기로 이야기해 놓고 정작 당일이 되면 피곤하다거나 다른 일이 생겼다는 이유로 약속을 미루는 식이에요. 물론 상대방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약속이 취소될 때마다 제 시간과 계획도 함께 달라진다는 점은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누군가와 약속을 잡으면 되도록 그 시간을 비워두는 편입니다. 다른 일정이 생겨도 이미 약속이 있다면 조정하려고 하고,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먼저 잡은 약속을 지키는 게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상대방은 약속을 조금 가볍게 생각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당일에 취소하면서 다음에 보면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이야기할 때도 있는데, 그 말을 들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물론 다음에 다시 만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제가 서운한 건 단순히 그날 만나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닙니다. 약속을 위해 시간을 비워두고 준비했던 과정이 너무 쉽게 넘어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한 겁니다.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고 해서 서로의 시간을 가볍게 생각해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
더 애매한 건 평소에는 나쁘지 않은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만나면 이야기도 잘 통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불편하지 않아요. 그래서 약속이 취소됐을 때는 조금 서운하다가도 막상 다시 만나면 평소처럼 지내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느끼는 불편함을 제대로 이야기할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요. 당일에는 상대방도 사정이 있다고 하니 따지기 어렵고, 나중에 만나서 지난번 약속 이야기를 꺼내자니 괜히 분위기만 어색해질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제가 너무 약속에 예민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마다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도가 다를 수 있고, 친한 사이에서는 일정이 바뀌어도 편하게 이해해 주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렇지만 친하다는 이유로 매번 한쪽만 이해해야 한다면 그건 조금 다른 문제 아닐까요?
특히 약속이 취소되는 이유가 급한 일이 아니라 단순히 피곤하다거나 귀찮아졌다는 식으로 느껴질 때는 더 서운합니다. 저 역시 피곤한 날도 있고 집에서 쉬고 싶은 날도 있지만, 이미 누군가와 만나기로 했다면 쉽게 취소하지 않으려고 하거든요.
그렇다고 상대방이 억지로 나오는 걸 바라는 건 아닙니다. 정말 몸이 좋지 않거나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면 당연히 이해할 수 있어요. 다만 그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처음부터 약속을 신중하게 잡는 게 서로에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약속을 취소할 수밖에 없는 사정과 약속을 지키려는 마음이 부족한 건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상대방에게 먼저 만나자는 이야기가 나와도 선뜻 날짜를 정하기가 망설여집니다. 또 당일에 취소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에요. 예전에는 약속을 잡으면 반가운 마음이 컸는데 이제는 실제로 만나기 전까지 확실한 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가끔은 저도 상대방처럼 가볍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싶어요. 약속을 잡더라도 다른 일정까지 조정하지 않고, 당일에 취소되면 그냥 혼자 시간을 보내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그렇게 행동하면 결국 서로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줄어들 것 같습니다. 약속이라는 게 반드시 큰 의미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서로 시간을 내기로 한 결정에는 어느 정도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고민되는 건 상대방이 이런 행동을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하는지 모르겠다는 점입니다. 원래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하는 성격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여지가 있겠지만, 유독 저와의 약속만 쉽게 취소하는 거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 같아요.
그렇다고 다른 사람과의 약속까지 확인하면서 비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제 모습도 썩 마음에 들지 않네요.
상대방이 저를 편하게 생각하는 것과 제 시간을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건 분명 차이가 있을 텐데, 그 기준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래된 관계라는 점도 고민을 더 어렵게 만듭니다. 최근에 알게 된 사람이라면 약속을 반복해서 취소하는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거리를 둘 수도 있겠죠. 그런데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는 함께 쌓아온 시간도 있고 좋은 기억도 있어서 쉽게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약속 문제 하나 때문에 관계를 멀리하는 게 지나친 반응일까 싶다가도, 이런 일을 계속 참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어요. 사람 사이에서 신뢰라는 건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이런 작은 행동들이 쌓이면서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요?
가장 걱정되는 건 제가 점점 상대방의 말을 믿지 않게 된다는 점입니다. 다음에 꼭 보자는 이야기를 들어도 예전처럼 반갑게 받아들이기 어렵고, 또 상황이 바뀌겠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면 이미 관계에 어느 정도 불편함이 쌓였다는 뜻일 수도 있겠죠.
그래서 한번은 솔직하게 이야기해 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당일에 약속을 취소하면 저도 일정이 달라져서 곤란하다고 말하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그런데 막상 이야기하려니 상대방이 별일 아닌 걸 가지고 예민하게 군다고 받아들일까 봐 망설여집니다.
사실 거창한 사과를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앞으로 약속을 잡을 때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 주고, 불가피하게 취소해야 한다면 가능한 한 미리 알려줬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친한 사이일수록 이런 기본적인 배려를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오래된 관계라서 말을 꺼내기가 어렵네요.
혹시 여러분도 오래 알고 지낸 친구나 지인이 약속을 반복해서 당일에 취소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한두 번은 이해하더라도 이런 일이 계속되면 어느 시점부터는 직접 이야기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상대방에게 서운하다고 표현하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앞으로 약속을 잡는 횟수를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는 게 좋을까요?
오래된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그렇다고 제 시간까지 계속 가볍게 여겨지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라도 약속을 반복해서 지키지 않는다면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는 게 맞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