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3분 남았는데 휴대폰 배터리가 1%라면?

여행 마지막 날, 우연히 바닷가에서 멋진 노을을 만났습니다.

 

하늘은 주황색에서 분홍색으로 변하고 있고, 바다에는 길게 햇빛이 비칩니다.

 

구름 모양도 예술입니다.

 

이건 무조건 사진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휴대폰을 꺼냅니다.

 

그런데 화면에 뜨는 숫자가 조금 불길합니다.

 

배터리 1%.

노을이 3분 남았는데 휴대폰 배터리가 1%라면?

게다가 해가 수평선 아래로 사라지기까지는 3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충전할 곳은 보이지 않고, 보조배터리도 없습니다.

 

이 순간 여러분은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까?

 

별것 아닌 상황 같지만, 네 사람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지면 의외로 다른 대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01. 기록우선형 — 일단 찍고 생각하자

 

노을이 3분 남았는데 휴대폰 배터리가 1%라면?

 

첫 번째 사람은 고민하지 않습니다.

 

배터리가 완전히 꺼지기 전에 카메라부터 실행합니다.

 

사진을 연속으로 찍고, 가로로 한 장, 세로로 한 장, 조금 확대해서 또 한 장 찍습니다.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고를 시간은 나중에도 있으니까요.

 

이 사람에게 중요한 건 지금 눈앞에 있는 풍경을 잃어버리지 않는 일입니다.

 

그런데 사진을 찍다가 갑자기 화면이 검게 변합니다.

 

배터리가 나간 겁니다.

 

그래도 크게 아쉽지는 않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열심히 찍었으니까요.

 

문제는 숙소로 돌아와 충전한 뒤 발생합니다.

 

노을 사진은 모두 43장.

 

그런데 놀랍게도 43장 모두 비슷합니다.

 

사진을 넘겨보며 혼잣말을 합니다.

 

"아니, 그때는 분명 엄청 예뻤는데…."

 

실제 풍경과 사진 속 풍경이 어딘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02. 완벽추구형 — 최고의 한 장을 기다린다

 

노을이 3분 남았는데 휴대폰 배터리가 1%라면?

 

두 번째 사람은 조금 다릅니다.

 

사진을 마구 찍기보다 가장 좋은 순간을 기다립니다.

 

수평선의 위치를 확인하고, 화면의 밝기를 조절합니다. 바다와 하늘의 비율도 신경 씁니다.

 

해가 저 구름 사이로 내려오는 순간을 찍으면 정말 멋질 것 같습니다.

 

1분이 지납니다.

 

2분이 지납니다.

 

이제 마지막 순간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휴대폰 화면이 꺼집니다.

 

기다리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지만 사진은 한 장도 남기지 못했습니다.

 

이 사람은 한동안 수평선을 바라봅니다.

 

그러다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냥 아까 한 장이라도 찍어둘걸.'

 

좋은 결과를 얻으려고 기다렸는데, 그 기다림 때문에 결과를 얻지 못한 셈입니다.

 

완벽한 순간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어쩌면 가장 잔인한 결말이겠죠.

 

03. 순간감상형 — 사진은 포기하고 그냥 본다

 

노을이 3분 남았는데 휴대폰 배터리가 1%라면?

 

세 번째 사람은 배터리 표시를 확인하더니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습니다.

 

사진은 나중에 검색하면 비슷한 풍경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노을을 바라보는 경험은 다시 만들 수 없겠죠.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그냥 앉아서 해가 지는 모습을 봅니다.

 

파도 소리를 듣고, 하늘이 조금씩 어두워지는 걸 지켜봅니다.

 

어쩌면 네 사람 중 가장 여유로워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문제가 생깁니다.

 

친구가 여행이 어땠느냐고 물어봅니다.

 

"어제 노을이 진짜 끝내줬어."

 

"사진 있어?"

 

"아니."

 

"얼마나 예뻤는데?"

 

"말로 설명이 안 돼."

 

결국 그토록 아름다웠던 노을을 설명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비슷한 사진을 찾아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 사진은 어제 본 풍경만큼 아름답지 않습니다.

 

친구는 고개를 갸웃합니다.

 

"음… 그냥 노을인데?"

 

이 사람은 조금 억울해집니다.

 

04. 위기관리형 — 노을보다 귀가가 먼저다

 

노을이 3분 남았는데 휴대폰 배터리가 1%라면?

 

마지막 사람은 조금 현실적입니다.

 

배터리 1%라는 숫자를 보는 순간 카메라를 켤 생각부터 접습니다.

 

아직 숙소까지 돌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도 앱을 확인해야 할 수도 있고, 교통편을 알아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휴대폰이 꺼지면 아름다운 노을보다 훨씬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겠죠.

 

그래서 남은 배터리를 아껴두기로 합니다.

 

노을은 잠깐 감상하고, 이동 경로를 머릿속에 정리한 뒤 숙소로 돌아갑니다.

 

사진은 한 장도 없지만 길을 잃을 위험은 줄였습니다.

 

그런데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뒤늦게 생각납니다.

 

'아, 가방에 종이 지도가 있었지.'

 

필요해서 아꼈던 배터리인데, 사실 다른 방법도 있었던 겁니다.

 

그래도 이 사람은 후회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무사히 돌아왔으니까요.

 

네 사람의 차이는 MBTI 때문일까요?

 

이런 선택을 보고 성격 유형을 추측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기록우선형은 즉흥적인 P, 완벽추구형은 계획적인 J처럼 보일 수 있겠죠.

 

순간감상형은 감성을 중시하는 F, 위기관리형은 현실적인 S나 논리적인 T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MBTI는 이런 행동 하나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유형이든 기록부터 할 수 있고, 평소 계획적인 사람도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는 모든 계획을 잊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오히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같은 순간을 마주해도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서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어떤 사람은 추억을 남기는 일을, 어떤 사람은 최고의 결과를, 또 어떤 사람은 지금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그 순간 이후에 벌어질 일까지 고려하겠죠.

 

우리는 이런 차이를 쉽게 성격이라는 단어로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평소의 가치관과 경험, 그날의 상황이 모두 섞여 있을 겁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합니다

 

네 사람 모두 같은 노을을 봤습니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뒤 기억하는 것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사람은 사진 43장을 보며 그날을 기억합니다.

 

두 번째 사람은 놓쳐버린 최고의 한 장을 떠올립니다.

 

세 번째 사람은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를 기억합니다.

 

네 번째 사람은 배터리 1%로 무사히 숙소에 돌아온 일을 기억하겠죠.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을 보냈는데, 저마다 다른 여행을 한 셈입니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함께 경험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각자 중요하게 여겼던 장면만 골라 기억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MBTI가 재미있는 이유는 단순히 사람을 16가지로 분류하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똑같은 상황을 두고 서로 전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물론 특정 유형이 반드시 어떤 선택을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저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선택이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겠죠.

 

여러분은 어느 쪽에 가까우신가요?

 

① 기록우선형 — 배터리가 꺼지기 전에 최대한 많이 찍는다.

 

② 완벽추구형 — 최고의 순간을 기다려 한 장을 남긴다.

 

③ 순간감상형 — 사진을 포기하고 풍경을 눈에 담는다.

 

④ 위기관리형 — 돌아갈 때를 생각해 배터리를 아낀다.

 

본인의 MBTI와 함께 번호를 남겨주시면 재미있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궁금합니다.

 

여러분은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만났을 때 사진을 찍느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경험이 있나요?

 

아니면 사진을 찍지 않았다가 나중에 후회한 적이 있으신가요?

 

어쩌면 우리가 가장 아름답게 기억하는 풍경은 사진첩에 남아 있는 장면이 아니라, 촬영할 생각조차 잊고 바라봤던 순간일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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