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공황장애를 겪게 된 건..
직장 내 괴롭힘을 몇 달 동안 겪으면서부터였어요.
매일 출근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였고, 회사에 도착하기도 전에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어요. 가슴도 답답했고요.
스트레스 때문에 공황장애가 생겼어요.
상사의 눈치를 계속 보게 됐고, 또 아무일도 아닌 걸로 혼나지는 않을까, 실수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하루 종일 하면서 지냈어요.
처음부터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뛰는 증상이 있던 건 아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신체화 증상이 나타나더라고요.
어느 날은 외근하고 돌아왔는데 갑자기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어요.
외근하는 순간에는 그들과 함께 있지 않으니 살 것 같았는데
사람들이 있는 공간으로 들어오니 숨이 정말 컥 하고 막히더라고요.
저한테 제일 많이 나타났던 신체화 증상은 숨막힘, 가슴 답답함, 호흡이 가빠짐, 불안하면 몸도 떨리는 등 (정말 사시나무처럼) 전형적인 공황 증상이 나타났어요.
그래서 저는 결국 퇴사를 했습니다.
퇴사 후 이직을 했고, 정말 천만다행으로 이직한 곳에서의 동료들과는 사이가 좋습니다.
퇴사하고 나면 이 공황 증상이 싹 사라질 줄 알았는데...
한번 생긴 공황은 절 비웃듯 그렇게 쉽게 사라지질 않더라고요.
예전처럼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이 아닌데도 갑자기 불안감이 올라오거나 심장이 빨리 뛰는 증상이 계속 반복됐어요.
마음의 상처는 원인이 없어졌다고 병도 저절로 없어지는 건 아니구나라는 걸 느꼈고, 고민 끝에 병원을 갔어요.
처음엔 상담 치료만 하려다가,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선생님의 의견을 듣고 약도 먹게 되었어요.
제가 먹은 약은 두 가지인데요.
처음에는 데파스정 0.5mg 먹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저에게는 효과 없었습니다.
먹다 보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한달 이상 먹어도 효과가 나타나진 않았어요.
원래 사람마다 맞는 약이 있다던데 저하고는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개인적인 부작용도 있었는데 너무 졸립더라고요.
원래도 식곤증이 심한데 이 약을 먹으니 더 졸림이 심해지는 부작용도 있어서 약을 바꿨습니다. 물론 선생님과 상담 후에 바꿨고요.
지금은 알프라졸람 2.0 먹고 있습니다.
약을 바꿨더니 이 약은 저한테 효과가 바로 나타났어요. 졸음도 없어지고 사람답게 살고 있어요.
그리고 약 먹는 것 외에도 저는 상담을 계속 받았어요.
상담을 꾸준히 받으면서 제가 생각하는 방식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의 저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는 사람이었어요.
누군가 저를 싫어하는 것 같으면 이유를 계속 찾았고, 어떻게든 원만한 사이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그 사람이 저를 좋아하게 만들려고 애쓰기도 했고요.
그런데 상담을 하면서 의사 선생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필요는 없고, 누군가의 마음까지 내가 책임질 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해주셨어요.
그 말을 계속 들으니까 저도 생각이 조금씩 달라지더라고요.
지금은 누가 저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굳이 그 사람을 설득하려고 하지 않아요.
저를 싫어하는 사람에게까지 인정받기 위해 애쓰지 않기로 했어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시작된 공황장애이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의 마음가짐을 바꾸는게 저에게는 중요했어요.
그런 부분에 에너지를 쓰지 않게 되니 정신적으로 훨씬 편해졌어요.
제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상담을 받으면서 의사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하고 실천해 본 방법이라 저에게는 꽤 도움이 됐습니다.
생활습관도 많이 바꿨어요.
약을 먹는 동안만큼이라도 카페인과 술을 아예 안하고 있어요.
병원에서도 카페인과 알코올은 끊는게 좋다고도 하더라고요. 거기에 의지하면 안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안하는게 도움이 된다고 해요.
전 커피를 워낙 좋아해서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정말 마시고 싶은 날에는 디카페인 커피를 마셔요.
물론 디카페인도 카페인이 0은 아니지만 일반 커피에 비하면 훨씬 적은 양이라 이 정도는 괜찮다고 설명을 들었어요.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커피를 여러 잔 마시는 습관은 없어졌고, 술도 마시지 않게 되면서 몸이 불안하게 반응하는 일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지금 약 먹은지 4개월 정도 되었는데요.
솔직히 완전히 공황장애가 없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불안감이 올라오는 날도 있어요.
하지만 예전처럼 작은 증상 하나에도 벌벌 떨고 가슴이 쿵덕쿵덕 뛰는 증상이 많이 줄어들어서 제 스스로도 너무 신기해하고 있어요.
특히 아침에 대중교통 타는게 힘들 정도라 공황 때문에 면허를 따서 자가용을 이용하곤 했는데
지금은 대중교통을 타는게 예전보다는 덜 힘들기도 하고요.
제 담당 선생님 말씀으로는 우울증보다 공황장애는 완치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약을 함부로 끊지 않고 계속 먹을 예정이에요.
실제로 저는 약 먹고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에 이래서 약을 먹어햐 하는구나 하고 몸소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약물과 더불어 상담을 통해서 증상이 생겨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배웠고
공황장애 증상들이 제가 나약해서 생긴 증상이 아니라 누구나 다 겪을 수 있는 증상이며, 심리적으로 많은 위로가 되어서 저는 병원에 가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이 글을 보신 분들 중에 저랑 비슷한 증상을 겪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너무 오래 참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환경이 좋아져도 증상은 계속될 수 있더라고요...
상담과 치료를 시작한 뒤에야 조금씩 회복할 수 있었고, 생각보다 내 마음가짐과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공황장애는 절대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혼자 견디려고 하기보다 전문가와 함께 치료 방향을 찾는 것이 훨씬 빠른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