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60 중반을 넘긴 평범한 주부예요.
평생 남편 뒷바라지하고 자식들 키우느라 제 몸 아픈 줄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제 와서 제게 너무 무서운 병이 찾아와버렸네요. 얼마 전부터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공황장애라는 무서운 불청객이 제 삶을 완전히 송두리째 흔들어놓고 있어요.
가장 견디기 힘든 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이 숨 막히는 공포를 가까운 가족들에게조차 말하지 못하고 철저하게 혼자서만 숨기고 앓아야 한다는 사실이에요.
처음 그 무서운 증상이 찾아왔던 날은 아직도 눈에 선하고 잊을 수가 없어요. 저녁을 먹고 거실 소파에 앉아 조용히 연속극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슴 한가운데에 커다란 쇳덩이 바위가 쿵 하고 얹혀진 것처럼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려서 당장이라도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고 등줄기에서는 서늘한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지면서 이러다 정말 숨이 멎어 죽는구나 싶은 끔찍한 공포가 밀려왔어요.
너무 놀란 마음에 다음 날 홀로 택시를 타고 큰 병원 응급실까지 달려가서 심전도며 피검사며 다 해봤지만 심장이나 폐에는 아무 이상이 없고 그저 스트레스성 공황 발작 같다는 정신과 진료 권유만 허망하게 듣고 돌아왔어요.
그날 이후로 언제 다시 그 끔찍한 발작이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에요. 혼자 좁은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도 무서워서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계단을 걸어 오르내리고 사람이 꽉 찬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또 숨이 꽉 막혀올까 봐 아예 바깥출입조차 피하고 집 안에만 갇혀 지내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매일매일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도 저는 남편과 자식들에게 이 무서운 사실을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어요. 남편은 평생 바깥일만 하다가 이제 겨우 은퇴해서 집에서 마음 편히 쉬고 있는데 제가 몹쓸 마음의 병에 걸렸다고 하면 늙어서 노망이 났냐고 혀를 차며 짜증을 내거나 괜한 무거운 걱정거리를 안겨줄 것 같아서 차마 입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객지에 나가서 자기들 가정을 꾸리고 밥벌이하느라 쉴 틈 없이 바쁜 애들한테도 마찬가지예요. 한참 돈 벌고 애 키우느라 허리가 휘는 자식들에게 늙고 병든 에미가 공황장애까지 앓고 있다고 짐승처럼 헐떡이는 모습을 보여주면 애들 억장이 얼마나 무너지겠어요.
평생 자식들한테 짐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살았는데 늙어서 마음의 병까지 얻어 자식들 발목을 잡는 못난 에미가 되고 싶지는 않아서 죽기보다 힘들어도 이 꽉 물고 철저하게 비밀로 하고 있어요.
그래서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고 발작이 올 것 같으면 거실에 있는 남편 몰래 화장실로 숨어 들어가서 변기 뚜껑을 닫고 쪼그려 앉아 가슴을 쥐어뜯으며 혼자 가쁜 숨을 헐떡여요.
거친 숨소리가 새어 나갈까 봐 수건으로 제 입을 꽉 틀어막고 눈물 콧물 다 쏟아가며 제발 살려달라고 속으로 수백 번 기도를 하면서 그 끔찍한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처절하게 기다리는 거예요.
정신과 의원도 동네 사람들 눈에 띌까 봐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멀리까지 가서 약을 타오고 그 독한 약봉지도 혹시나 가족들이 볼까 봐 영양제 통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어요. 남편이 세상모르고 깊이 잠든 새벽에 혼자 주방에 나와 몰래 물과 함께 약을 삼키며 하루하루를 눈물로 버티고 있답니다.
모두가 곤히 잠든 캄캄하고 고요한 밤이 되면 저는 어두운 거실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참을 수 없는 서러움에 눈물을 펑펑 쏟아요.
내가 평생 가족들을 위해 내 청춘 다 바치고 온갖 궂은일 마다하지 않으며 뼈 빠지게 희생했는데 막상 늙고 병든 내 옆에는 내 거친 숨소리 하나 들어줄 사람 없이 철저하게 혼자구나 싶어서 뼛속까지 외롭고 제 신세가 너무나 처량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가족들 걱정시킬까 봐 배려해서 꾹꾹 참으며 숨기는 건데 정작 제 아픈 속을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 끙끙 앓다 보니 가슴속에 서운함과 억울함이 시커먼 숯덩이처럼 쌓여가네요.
남편이 코를 골며 편안하게 자는 모습만 봐도 묘한 야속함이 밀려오고 때로는 차라리 내가 확 쓰러져서 숨이 멎어버려야 남편과 아이들이 내 아픈 걸 알아줄까 하는 몹쓸 생각마저 들 정도로 깊은 우울감에 사로잡혀요. 혼자서 이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가 보려고 발버둥을 치는데 자꾸만 더 깊고 차가운 수렁으로 빠져드는 것 같아 매일 밤이 너무나 무섭고 두렵습니다.
그래서 벼랑 끝에 선 절박한 마음으로 이곳에 질문을 남겨보아요. 전문가분들이나 저와 비슷한 아픔을 겪고 이겨내신 분들께 가장 먼저 알고 싶은 건 혼자 있을 때 갑자기 숨이 턱턱 막히고 죽을 것 같은 공황 발작이 밀려오면 어떻게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안전하게 다스려야 하는지 그 현실적인 마음 챙김 방법이에요.
가족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방이나 화장실에 혼자 갇혀서 짐승처럼 덜덜 떨고만 있는데 그럴 때 제 불안한 마음을 둥글게 다독이고 널뛰는 심장 박동을 차분하게 가라앉힐 수 있는 구체적인 호흡법이나 대처 비결이 있다면 진심으로 꼭 배우고 싶어요.
언제까지 독한 약에만 의존해서 죄인처럼 숨어서 앓을 수는 없으니 스스로 이 무서운 공포의 파도를 넘길 수 있는 단단한 내면의 힘을 기르고 싶거든요.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가 얹힌 것처럼 숨이 안 쉬어질 때마다 이러다 오늘 밤 정말 내 심장이 멎는 건 아닐까 하는 그 지독한 공포에서 제발 단 하루라도 온전히 벗어나서 깊고 편안하게 숨을 쉬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장 절실하게 조언을 구하고 싶은 두 번째는 이 끔찍하고 무서운 병을 평생 가족들에게 철저히 숨기고 저 혼자 무거운 십자가처럼 짊어지고 가는 게 과연 맞는 것인지 아니면 이제라도 남편이나 자식들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지혜로운 판단이에요.
만약 가족들에게 제 아픈 마음과 몸 상태를 솔직하게 고백해야 하는 게 맞다면 자식들이나 늙은 남편이 너무 무겁게 짐을 느끼거나 충격받지 않게 그러면서도 제 병을 온전히 이해하고 품어줄 수 있도록 어떻게 입을 떼고 덤덤하게 말해야 할지 그 지혜로운 대화 방법을 꼭 알고 싶어요. 엄마가 갑자기 죽을병에라도 걸렸다고 애들이 기겁하고 놀라지 않게 둥글고 부드럽게 제 상태를 설명하고 싶거든요.
저도 이제는 가족들에게 못난 모습 보여주기 싫어서 숨어 우는 짓은 그만두고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받으며 이 마음의 병을 건강하게 치료해 나가고 싶다는 진심을 전할 수 있는 그런 현명한 말하기 기술이 있을까요.
혼자 앓다가 썩어 문드러진 제 답답한 가슴에 다시 편안하고 맑은 숨이 들어올 수 있도록 아주 현실적이고 따뜻한 혜안을 나누어주세요.
평생 착한 엄마 흠 없는 아내로 살고 싶어서 모든 고통을 혼자 감당하려던 제 헛된 고집이 오히려 저를 낭떠러지로 무섭게 밀어 넣고 있는 건 아닌지 두렵고 막막한 마음에 두서없이 넋두리를 적었어요.
화장실 변기에 앉아 숨죽여 우는 이 늙고 초라한 여자에게 캄캄한 밤바다의 등대처럼 따뜻한 길잡이가 되어주실 귀한 답변을 간절하고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두서없이 길고 우울하기만 한 제 이야기 끝까지 귀 기울여 읽어주셔서 정말 마음 깊이 고맙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