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동안 단 한 번도 출퇴근길이 특별하게 무섭거나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피곤한 아침이고 사람들에 치이는 만원 지하철도 그저 조금 짜증 나는 일상 중 하나일 뿐이었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 평소와 전혀 다를 바 없이 꽉 막힌 출근길 전동차 안에서 손잡이를 잡고 서 있었는데 갑자기 제 몸이 제 통제를 완전히 벗어나는 기괴하고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업무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시기도 아니었고 전날 과음을 하거나 잠을 심하게 못 잔 것도 아니었는데 말 그대로 아무런 전조 증상 없이 갑자기 뒷목이 서늘해지면서 가슴 한가운데에 커다란 돌덩이가 얹혀진 것처럼 숨이 턱 막혀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냥 사람이 많고 공기가 탁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심호흡을 크게 해보려고 했지만 들여마실 산소가 세상에서 전부 사라져 버린 것처럼 폐로 공기가 전혀 들어오지 않았고 그 순간부터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져 내렸어요.
시간이 단 몇 초 흐르지도 않은 것 같은데 증상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어서 심장이 당장이라도 흉곽을 뚫고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미친 듯이 쿵쾅거리기 시작했어요.
마치 100미터 전력 질주를 하고 난 직후처럼 심박수가 통제할 수 없이 치솟고 손발이 차갑게 얼어붙으면서 당장 이 막힌 공간에서 빠져나가지 않으면 1분 안에 질식해서 죽어버릴 것 같다는 극한의 공포가 온몸을 집어삼켰습니다.
귓가에는 지하철의 덜컹거리는 소음이나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웅웅거리며 아득하게 멀어지고 오직 제 심장 뛰는 소리만 귀가 찢어질 듯이 크게 들리는데 눈앞마저 하얗게 점이 찍히며 아찔해지더라고요.
살면서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원초적이고 압도적인 죽음에 대한 공포감에 사로잡혀서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을 뻔한 것을 간신히 손잡이에 매달려 버텼지만 속으로는 제발 살려달라고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어요.
주변에 빽빽하게 서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제 상태를 눈치채지 못하고 무표정하게 스마트폰만 보고 있는데 그 틈에 끼어있는 저 혼자만 진공 상태의 우주에 버려진 것처럼 숨이 끊어지기 일보 직전의 지옥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역에 도착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기까지의 그 몇 분이 제 인생에서 가장 길고 끔찍했던 시간이었어요.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들을 거의 밀치다시피 비집고 밖으로 뛰쳐나가서 승강장 벤치에 쓰러지듯 주저앉았고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헤치고 짐승처럼 헐떡거리며 한참을 바닥만 쳐다보고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만 했어요.
조금 진정이 된 후에도 다리가 후들거려서 도저히 다시 전철을 탈 엄두가 나지 않았고 이러다 정말 심장마비로 길에서 객사하는 건 아닌가 싶어 너무 무서운 마음에 회사에 급하게 반차를 내고 곧바로 대학병원 응급실로 달려갔습니다.
응급실 침대에 누워 심전도를 찍고 엑스레이에 피검사까지 할 수 있는 심장 관련 검사는 다 받아보면서 혹시라도 심근경색 같은 큰 병이면 어떡하나 오만가지 끔찍한 상상을 하며 결과를 기다렸어요.
하지만 몇 시간 뒤에 돌아온 의사 선생님의 입에서는 제 심장이나 폐에는 아무런 이상 소견이 없고 신체적으로는 지극히 건강하다는 너무나도 황당하고 허무한 결과만 돌아왔습니다.
몸에 아무런 큰 병이 없다는 말을 들었으니 당연히 안심하고 기뻐해야 정상인데 오히려 저는 그날 이후로 제 모든 평범했던 일상이 완전히 박살 나버리는 더 큰 절망의 늪에 빠지게 되었어요.
차라리 어디가 아픈 거라면 약이라도 먹고 수술이라도 받을 텐데 뚜렷한 신체적 원인도 없이 언제 어디서 그 끔찍한 발작이 또 터질지 모른다는 예기불안이 생겨서 매일매일이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기분입니다.
다음 날 아침 출근을 하려고 지하철역 계단을 내려가는 순간부터 심장이 미세하게 빨리 뛰기 시작하고 개찰구에 카드를 찍는 순간 그날의 그 숨 막히던 공포가 다시 스멀스멀 온몸을 휘감으며 올라오더라고요.
전철이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소리만 들어도 식은땀이 나고 사람들이 꽉 찬 칸에 발을 들이밀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아서 전철을 몇 대나 눈앞에서 그냥 보내고 결국 지각을 하면서까지 택시를 잡아타고 출근하는 날들이 잦아지고 있어요.
하지만 택시를 타도 꽉 막힌 도로 한가운데 갇혀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다시 숨이 가빠지고 창문을 미친 듯이 열어젖히며 불안에 떨어야 하니 이제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기괴한 증상이 며칠째 이어지면서 회사 생활과 제 개인적인 멘탈은 완전히 너덜너덜하게 찢겨 나가고 있어요.
남들 앞에서는 덩치 큰 멀쩡한 성인 남자가 고작 지하철이나 버스 하나 타는 걸 무서워해서 벌벌 떤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너무나 수치스럽고 찌질하게 느껴져서 친한 동료나 상사에게조차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하고 속으로만 시커멓게 곪아가고 있습니다.
회사에 도착해서도 오늘 퇴근길에는 또 어떻게 그 끔찍한 대중교통을 타고 집에 가야 하나 하는 걱정 때문에 하루 종일 업무에 전혀 집중을 하지 못하고 모니터만 멍하니 바라보며 손톱만 물어뜯고 있어요.
회의실처럼 문이 닫혀있는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는 것조차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해서 이러다가는 정말 제 밥줄인 직장 생활마저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쫓겨나듯 퇴사를 하게 될까 봐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부모님이나 가족들에게조차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매일 아침 괜찮은 척 웃으며 집을 나서지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부터 두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차오르는 걸 혼자 외롭게 견뎌내야만 합니다.
주말에 친구들이 만나자고 약속을 잡아도 사람 많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 자체가 너무 큰 스트레스라 다 핑계를 대고 취소해버리고 어두운 방구석에만 이불을 뒤집어쓰고 박혀있으니 우울증까지 겹쳐서 세상에서 철저하게 혼자 고립된 불쌍한 괴물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나름대로 정신을 차리고 이 말도 안 되는 공포증을 이겨내 보려고 눈물겨운 노력도 정말 많이 해봤어요.
인터넷을 뒤져서 호흡을 가다듬는 명상법이나 복식호흡법도 글로 달달 외워보고 지하철을 탈 때 눈을 꼭 감고 신나는 음악을 크게 틀어서 시선과 청각을 분산시켜 보려고도 발버둥을 쳤지만 막상 밀폐된 공간에 갇히는 순간 머릿속은 새하얗게 포맷되어 버리더라고요.
아예 출근 시간을 한두 시간씩 앞당겨서 사람이 없는 텅 빈 지하철을 타보려고도 했지만 결국 전철 문이 닫히고 덜컹거리며 출발하는 순간 나 혼자 힘으로는 이 쇳덩어리 안에서 마음대로 나갈 수 없다는 통제 불능의 사실이 저를 다시 미치게 만들어서 중간에 식은땀을 흘리며 뛰쳐내린 적도 있습니다.
주말 내내 집에서 유튜브로 관련 영상만 찾아보면서 남들도 다 겪는 거니까 나도 이겨낼 수 있다고 수백 번 자기 암시를 걸어보지만 막상 월요일 아침이 밝아오면 그 모든 긍정적인 생각들은 백지장처럼 찢겨 나가고 오직 공포만 남더라고요.
내 몸의 주인은 나인데 왜 내 심장과 호흡을 내 마음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건지 제 스스로에 대한 깊은 환멸감과 배신감마저 들어서 이제는 제 자신을 믿는 것조차 불가능해졌습니다.
정신과에 가서 정식으로 상담을 받아야 하나 수십 번 고민했지만 막상 병원 문턱을 넘으면 제가 정말 멘탈이 무너진 정신 질환자가 되어버리는 것 같아 두려운 마음에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고 매일 밤 혼자서 가슴만 치며 끙끙 앓고 있어요.
제발 내일 아침에 눈을 뜨면 이 모든 게 다 끔찍한 악몽이었고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이어폰을 꽂고 편안하게 출근하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눈물이 다 날 지경입니다.
그래서 코치님께 정말 제 망가진 인생과 밥줄을 걸고 지푸라기라도 꽉 잡는 절박한 심정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싶습니다.
제가 출퇴근길마다 겪는 이 질식할 것 같은 죽음의 공포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공황장애의 초기 증상이 맞는지 아니면 극심한 스트레스나 피로 때문에 생기는 일시적인 과호흡 증상인지 전문가의 정확한 소견과 진단이 너무나도 궁금하고 헷갈려요.
만약 이것이 정말 공황장애라면 저는 도대체 이 끔찍하고 집요한 예기불안을 어떻게 부수고 다시 건강하게 세상 밖으로 걸어 나갈 수 있을까요.
만원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또다시 숨이 막혀오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그 공포스러운 발작이 시작되려는 찰나의 순간에 도망치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즉각적으로 제 뇌와 신체를 진정시킬 수 있는 아주 강력하고 현실적인 응급 마인드 컨트롤 기술을 꼭 배우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