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제 답답하고 부끄러운 속마음을 이곳에 조심스럽게 꺼내어 보아요. 저는 올해 60대 중반을 넘긴 평범한 주부예요.
평생 남편 뒷바라지하고 자식들 키우느라 제 몸 아픈 줄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제 와서 텔레비전에서나 보던 공황장애라는 무서운 병이 제 삶을 완전히 송두리째 흔들어놓고 있어요.
언제 터질지 모르는 그 숨 막히는 공포 때문에 집 밖을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스스로 만든 감옥에 갇혀 지내는 제 신세가 너무 처량해서 매일 밤 눈물로 지새우고 있답니다.
처음 그 무서운 증상이 찾아왔던 날은 아직도 눈에 선하고 평생 잊을 수가 없어요.
친척 결혼식에 가려고 붐비는 주말 버스를 탔는데 갑자기 가슴 한가운데에 커다란 쇳덩이 바위가 쿵 하고 얹혀진 것처럼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미친 듯이 쿵쾅거리고 등줄기에서는 서늘한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지면서 이러다 정말 낯선 버스 안에서 숨이 멎어 죽는구나 싶은 끔찍한 공포가 해일처럼 밀려왔어요.
황급히 중간 정류장에 내려서 길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한참을 짐승처럼 가쁜 숨을 헐떡이고 나서야 겨우 정신이 들더라고요.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큰 병원 응급실에 달려가서 온갖 심장 검사며 폐 검사를 다 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고 그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마음의 병이라는 허망한 이야기뿐이었어요.
그날 이후로 언제 다시 그 끔찍한 발작이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예기불안 때문에 제 하루하루는 얇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 되어버렸어요.
가장 견디기 힘든 건 또다시 가슴이 조여오고 숨이 막힐까 봐 무서워서 평범했던 일상생활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동네 마트에 가서 반찬거리를 사는 것도 사람이 조금만 몰려 있으면 숨이 턱턱 막혀와서 담던 장바구니를 내팽개치고 도망치듯 빠져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사방이 막힌 밀폐된 공간이 미치도록 무서워서 좁은 엘리베이터도 타지 못하고 무릎 연골이 끊어질 듯 아파도 고층 아파트 계단을 억지로 쉬엄쉬엄 걸어 올라가요.
꽉 막힌 도로나 붐비는 지하철을 타면 그 숨 막히는 안에서 기절할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여서 이제는 아예 대중교통을 이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바깥출입을 극도로 피하게 되고 하루 종일 좁은 집 안에만 갇혀서 텔레비전만 멍하니 바라보는 식물인간 같은 서글픈 처지가 되어버렸네요.
동네 친한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이 좋은 가을날 예쁜 옷 차려입고 단풍 구경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닌다며 자랑을 하는데 저는 집 밖을 나가는 것 자체가 거대한 공포니까 약속을 다 거절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처음에는 다들 몸이 안 좋냐고 걱정해 주더니 자꾸 핑계를 대고 모임을 피하니까 이제는 연락조차 뜸해져서 제 곁에 아무도 남지 않은 것 같아 사무치게 외롭고 쓸쓸합니다.
창밖으로 활기차게 걸어가는 사람들을 베란다에서 조용히 내려다볼 때면 다들 저렇게 평범하고 당연하게 누리는 일상을 왜 나만 하지 못하고 벌벌 떨고 있나 싶어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바보 같아서 왈칵 뜨거운 눈물이 쏟아져요.
평생 남편과 자식들 위해 내 청춘 다 바쳐 헌신했는데 늙어서 이제 내 시간 좀 가져보려니 마음의 병에 걸려 방구석에만 갇혀 있는 제 늙은 처지가 너무나 서글프고 억울해서 미칠 것만 같아요.
가끔은 내가 전생에 무슨 큰 죄를 지어서 늙어가는 마당에 이런 기가 막힌 형벌을 받나 싶어 하늘이 원망스럽기도 해요.
이런 기가 막히고 답답한 속마음을 남편이나 자식들에게 속 시원히 털어놓지도 못하는 게 저를 더 병들게 하네요. 겉으로 피가 나거나 뼈가 부러진 게 눈에 보이는 게 아니니까 가족들은 제가 얼마나 끔찍한 공포와 매일 싸우고 있는지 도통 이해를 못 하더라고요.
남편은 늙어서 집에만 웅크리고 있으니 우울증이 온 거라며 억지로라도 당장 밖을 쏘아 다니라고 소리를 치고 객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은 엄마가 늙더니 유난히 예민하고 건강 염려증이 심해졌다며 전화로 핀잔을 줘요.
가슴이 꽉 답답하고 숨이 안 쉬어져서 한겨울에도 베란다 창문을 다 열어놓고 찬 바닥에 웅크리고 가쁜 숨을 쉬고 있으면 남편은 춥다고 문 닫으라며 짜증을 내요.
그럴 때면 이 넓은 세상에 내 핏줄 하나조차 내 찢어지는 아픔을 몰라주는구나 싶어 뼛속까지 시린 배신감과 처절한 고독감이 밀려와요. 가족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 억지로 밖을 나가보려고 현관문 앞에 서서 신발을 신다가도 갑자기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리고 어지러워서 다시 주저앉아 현관 바닥에서 엉엉 울어버린 적이 셀 수조차 없답니다.
시집살이 묵묵히 견디고 남편 무시 꾹꾹 참고 살았던 지난 억눌린 세월이 결국 이렇게 숨을 못 쉬는 무서운 화병과 공황장애로 터져 나온 건가 싶어서 제 지나온 바보 같은 삶을 자꾸만 원망하고 탓하게 되네요.
이렇게 매일매일 지옥 같은 두려움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보니 이제는 도저히 혼자 힘으로는 이 깊고 어두운 늪을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아 아주 절박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이곳에 도움을 청하게 되었어요.
의사 선생님이나 저와 비슷한 끔찍한 아픔을 겪고 이겨내신 훌륭한 분들께 가장 먼저 여쭤보고 싶은 건 혼자 밖을 나섰을 때 갑자기 심장이 마구 뛰고 숨이 막혀오는 그 발작의 찰나를 어떻게 스스로 진정시키고 안전하게 넘길 수 있는지 그 현실적인 대처 방법이에요.
아무도 없는 낯선 길거리나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덜컥 숨이 멎어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밀려올 때 곁에 손잡아 줄 사람 하나 없이 저 혼자서 그 불안한 마음을 둥글게 다독이고 널뛰는 심장 박동을 차분하게 가라앉힐 수 있는 구체적인 호흡법이나 비결이 있을까요.
언제까지 독한 신경안정제 약에만 취해서 죄인처럼 세상과 단절된 채 숨어서 지낼 수는 없으니 스스로 이 무서운 공포의 파도를 담담하게 넘길 수 있는 단단한 내면의 힘을 진심으로 기르고 싶어요.
아주 짧은 거리라도 좋으니 동네 산책길이라도 마음 편히 천천히 걸어보고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북적이는 재래시장도 마음껏 구경하면서 제 잃어버린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을 단 하루만이라도 온전히 되찾고 싶습니다.
불안감이 훅 치밀어 오를 때마다 이러다 내가 영영 이 좁은 방구석에서 한 발자국도 세상 밖으로 못 나가고 폐인처럼 늙어 죽는 건 아닐까 하는 그 지독한 절망감에서 제발 벗어나서 아주 깊고 편안하게 맑은 공기를 마시며 숨을 쉬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두 번째로 꼭 알고 싶은 것은 제 병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윽박지르거나 무심하게 구는 늙은 남편과 가족들에게 상처받지 않고 어떻게 하면 이 답답한 마음의 병을 지혜롭게 설명하고 따뜻한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대화법이에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 형체 없는 끔찍한 고통을 무뚝뚝한 남편이나 바쁘게 사는 자식들에게 어떻게 차분하게 털어놓아야 그들이 저를 예민하고 답답한 환자 취급하지 않고 진심으로 제 아픔을 공감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을까요.
무조건 숨기고 독한 약만 삼키며 혼자 버티는 게 정답인지 아니면 제가 평생 가슴 밑바닥에 담아두고 억눌러왔던 억울한 화와 상처들을 밖으로 시원하게 꺼내놓고 가족들과 대화로 풀어야 이 무서운 공황장애의 뿌리가 뽑힐 수 있는 건지 너무나 혼란스럽고 두렵습니다.
죽는 날까지 남들 눈치만 살피고 가족들 뒷바라지하느라 제 속이 숯검정처럼 다 썩어 문드러진 줄도 몰랐던 미련한 지난 세월을 뼈저리게 후회하며 이제라도 잃어버린 제 삶을 되찾아 당당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요.
매일 밤 방구석에 웅크려 짐승처럼 가쁜 숨을 헐떡이며 남몰래 소리 없이 눈물짓는 이 늙고 초라한 여자에게 캄캄한 밤바다의 길잡이 등대처럼 따뜻하고 명쾌한 지혜를 나누어 주실 귀한 조언을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어디 가서 미친 사람 취급받을까 봐 무서워서 입도 뻥긋 못 하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던 제 답답하고 불쌍한 속내를 이렇게 익명의 공간에 다 쏟아내고 나니 신기하게도 목에 턱 막혀있던 가시가 아주 조금은 스르륵 내려간 것처럼 위안이 되고 숨쉬기가 한결 편해지네요.
두서없이 길고 앞뒤 없이 무겁고 우울하기만 한 제 기나긴 눈물의 넋두리를 끝까지 귀 기울여 정성껏 읽어주셔서 정말 마음 깊이 고맙고 감사합니다.
부디 저에게 다시 닫힌 현관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당당하게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는 굳센 용기와 따뜻한 혜안을 나누어 주시길 두 손 모아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