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함으로 부터 내가 무너지지 않게 지키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무거운 마음을 딛고 몇분 안남은 퇴근 시간만 기다리는 직장인입니다. 최근에 저는 "나라는 사람이 원래 이렇게 보잘것없었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없이 던지고 있습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맡은 일을 잘 해내고 있지만, 속은 이미 시커멓게 타버린 것 같습니다. 이러다 정말 내가 완전히 사라져버릴 것 같다는 공포감이 들었던 적도 꽤 됩니다.

 

저는 꽤 오랜 시간 직장 생활을 하며 나름대로 단단한 자존감을 쌓아왔다고 믿었습니다. 어떤 업무가 주어져도 책임감 있게 완수했고, 동료들 사이에서도 제법 인정받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나르시시스트 성향이 강한 상사를 만나면서 그 모든 믿음이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그분은 사람의 약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결국 스스로를 부정하게 만드는 데 아주 능숙한 분이었습니다. 말씀드린바 있지만 처음에는 단순히 업무 스타일이 깐깐한 분이라고 생각해서 제가 더 완벽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제 착각이었습니다. 그분에게 중요한 건 업무의 성과가 아니라, 타인을 깎아내려 얻는 본인의 우월감이더군요. 분명히 시키는 대로 수정해 갔음에도 불구하고 "언제 이렇게 하라고 했냐", "기본적인 이해도가 떨어진다"며 저를 몰아세울 때, 처음에는 당혹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내가 문제인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식의 가스라이팅이 자주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업무뿐만 아니라 일상 전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간단한 보고서 문장 하나를 쓰는 데도 상사의 비난 섞인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 손이 떨립니다. 예전 같으면 금방 끝냈을 일들도 수십 번 검토하느라 진을 다 빼고, 결국 퇴근할 땐 녹초가 되어버립니다.

 

집에 와서도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었습니다. 내일은 또 어떤 일로 트집을 잡힐지, 어떤 모욕적인 말을 들을지 상상하느라 가슴이 두근거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늘어만 갔습니다.

 

가장 괴로운 건 제 안에 자리 잡기 시작한 우울함의 씨앗 입니다. 열정적이었던 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그저 상사의 눈치만 살피며 비굴하게 하루를 버티는 제 자신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가끔 거울 속에 비친 제 눈빛이 너무 생기 없고 초라해 보여서 안타까울 때도 있었습니다. 나름 베테랑이라고 자부하던 제가 고작 사람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무너져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주변 친구들은 "그냥 회사를 옮겨라", "신경 끄고 살아라" 쉽게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잖아요? 가족을 생각하면 당장 사표를 던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매일 영혼을 갈아 넣으며 버티는 것도 한계에 다다른 기분이었습니다.

 

상사는 제 자존감을 때리는것을 디딤돌 삼아 본인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 같은데, 저는 그 밑에서 점점 질식해가고 있었습니다. "너는 생각이 있냐 없냐"는 식의 폭언을 들을 때마다 제 존재 가치가 부정당하는 느낌에 숨이 턱 막혔습니다. 이게 단순히 스트레스를 넘어 심각한 우울증의 단계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덜컥 겁이 났었는데요, 그 단계까지는 가지 않은 것 같아 약간은 안심이 됩니다.

 

좋아하던 음식도 별로 맛이 없고, 주말에도 무기력하게 침대에만 누워 있고 싶어지고 그래서 어떻게든 일어나서 억지로라도 여기저기 나들이 다니고 이 상황을 극복해보고자 심리학 책도 읽어보고 마음을 다잡아보려 합니다.

 

그래도 막상 사무실 문을 열고 그 상사와 마주하는 순간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기분입니다. 저는 다시 예전처럼 제 일을 사랑하고, 스스로를 믿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상사의 가스라이팅으로부터 저를 보호하고, 무너진 마음을 다시 세울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나르시시스트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제 자신을 잃지 않고 우울함으로 부터 저를 지켜낼 수 있는 지혜를 찾아가겠습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어둠 속을 걷다가 빛을 발견하신 분이 계신다면 제게도 비결을 공유해주십시오. 저도 힘을 내고 있으니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 계시다면 용기를 잃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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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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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답변수 2,149채택률 4%
    작성자님, 지금 겪고 계신 마음의 무게와 혼란이 정말 깊고 크다는 것을 알아요. 상사의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스스로를 의심하고 마음이 무너져 가지만, 그 안에서도 자신을 지키고자 애쓰는 모습이 참 대단하십니다. 
    
    그 누구도 쉬운 일이 아니에요. 매일 출근하고, 맡은 일을 다 해내면서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타들어 가는 감정을 견딘다는 것은 정말 큰 용기입니다. 그 상사의 말과 행동이 작성자님의 진짜 가치를 대변하는 것이 아님을 꼭 기억해 주세요. 그것은 그분의 문제이지, 작성자님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순간 숨이 막히고 불안할 때는 잠시 멈추고 깊게 숨을 들이쉬며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말해보세요. 그리고 작게라도 자신이 잘한 것을 떠올리며 인정해 주세요. 작지만 소중한 성취들이 마음의 단단한 기초가 되어 줄 거예요.  
    
    주변의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도 큰 힘이 됩니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며,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좀 더 편안해질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 주세요.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산책, 따뜻한 샤워 같은 자기 돌봄도 꼭 챙기시길 바랍니다.  
    
    작성자님은 충분히 소중하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분이십니다. 이 어려운 시간들이 지난 뒤, 다시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날이 반드시 올 거예요. 
  • 프로필 이미지
    민트홀릭
    상담심리사
    답변수 1,434채택률 7%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매일 아침 무거운 발걸음으로 직장이라는 전장에 나가는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요
    단단했던 자존감이 타인의 악의적인 공격에 허물어질 때 느끼는 공포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고통이죠
    ​
    ​나르시시스트 상사의 행동은 개인의 성격 결함을 넘어 조직 내 권력 구조를 이용한 일종의 정서적 폭력으로 해석할 수 있어요
    상사는 조직이 부여한 위계라는 권력을 이용해 상대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자신의 우월함을 확인하는 도구로 쓰고 있는 셈이죠
    지금 느끼는 무력감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불균형한 권력 관계에서 오는 필연적인 반응임을 먼저 인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상사의 비난을 개인적인 평가가 아닌 일종의 '소음'으로 격리하는 연습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가 쏟아내는 말들은 당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지표가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이 얼마나 빈약한지를 보여주는 데이터일 뿐이에요
    업무의 물리적 공간과 심리적 공간을 분리해서 상사의 말에 부여하는 권위를 의도적으로 낮추어 보세요
    ​상사의 가스라이팅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업무 지시와 피드백을 기록하는 습관을 가져보길 권해요
    "언제 이렇게 하라고 했냐"는 식의 말 바꾸기를 방어하기 위해 텍스트로 남겨진 근거를 확보하는 거죠
    객관적인 기록이 쌓일수록 '내가 문제인가'라는 혼란에서 벗어나 상사의 부당함을 논리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길 거예요
    ​퇴근 후에는 직장인이라는 사회적 페르소나를 완전히 벗어던지는 의식이 필요해요
    회사 밖의 당신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자 독자적인 취향을 가진 존엄한 개인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해 보세요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사소한 취미를 통해 직장에서 훼손된 효능감을 회복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해요
    ​지금의 어둠은 당신의 존재가 보잘것없어서가 아니라 잠시 거친 비바람을 맞고 있는 것뿐이에요
    이미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지혜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아닐까 싶어요
  • 익명1
    읽는 내내 마음이 꽤 답답해졌어요. 버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강한 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프로필 이미지
    덤보러버
    청소년상담사
    답변수 531채택률 3%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성실하고 유능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오신 베테랑 직장인께서, 나르시시스트 상사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느끼고 계실 그 질식할 것 같은 고통이 글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져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단단했던 자존감이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는 기분, 거울 속 생기 없는 자신의 모습에 느끼는 비참함은 질문자님이 약해서가 아니라 상대의 공격이 그만큼 집요하고 파괴적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상사는 질문자님의 성실함과 책임감을 이용해 본인의 우월감을 채우고 있습니다. 업무가 아닌 인격을 부정하는 폭언은 명백한 정서적 학대이며, 이에 흔들리는 것은 인간으로서 아주 당연한 반응입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상사가 휘두르는 칼날이 질문자님의 '존재' 자체에 닿지 않도록 방어벽을 세우는 일입니다. 우울함의 어둠 속에서 나를 지켜내기 위한 현실적인 마음 처방전 세 가지를 전해드립니다.
    
    가장 먼저 하셔야 할 일은 '심리적 격리'입니다. 상사가 던지는 비난을 업무 피드백으로 받아들이지 마세요. 그 말들은 논리적인 지적이 아니라, 상사 자신의 열등감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뱉어내는 오물일 뿐입니다. 그가 독설을 뱉을 때 속으로 '저 사람은 지금 자기 내면의 괴물을 나에게 배설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나와 분리하세요. 그의 평가는 질문자님의 실력을 증명하는 지표가 아니라, 그저 그의 인격 수준을 드러내는 수치일 뿐입니다.
    
    둘째로 업무 기록을 철저히 '나를 위한 증거'로 남기세요. 시키는 대로 했음에도 말을 바꾸는 것은 가스라이팅의 전형적인 수법입니다. 상사의 지시 사항을 메일이나 메신저 등 기록으로 남겨두고, 부당한 폭언이 있었던 상황을 날짜별로 꼼꼼히 일기처럼 기록해 두세요. 이 기록들은 나중에 법적 혹은 행정적 근거가 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내 기억이 맞고 상사가 틀렸다'는 사실을 스스로 확인시켜주어 내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을 막아주는 가장 강력한 심리적 방패가 됩니다.
    
    셋째로 회사 밖의 삶을 철저히 사수하세요. 퇴근 후에도 상사의 목소리가 들리고 내일의 트집을 걱정하는 것은 이미 질문자님의 소중한 일상이 상사에게 점령당했음을 뜻합니다. 힘들더라도 주말에 억지로 나들이를 다니고 책을 읽으시는 노력은 정말 훌륭한 시도입니다. 다만, 그때조차 '극복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보다 "회사 밖의 나는 여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빛나는 존재다"라는 감각을 일깨우는 데 집중하세요. 상사가 침범할 수 없는 질문자님만의 고유한 영역을 아주 작은 것부터 하나씩 넓혀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람 하나 때문에 무너지는 베테랑이라는 자책은 그만두세요. 나르시시스트는 상대의 장점을 정확히 파악해 그것을 공격하는 전문가들입니다. 질문자님이 그만큼 가치 있고 빛나는 사람이기에 그 타겟이 된 것입니다.
    당장 회사를 옮길 수 없는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도, 질문자님의 영혼까지 그 상사에게 내어줄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은 비록 어둠 속을 걷는 듯해도, 예전처럼 자신을 사랑했던 그 빛나는 감각은 질문자님 안에 여전히 숨 쉬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믿었던 그때로 반드시 돌아가실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그 지옥 같은 사무실에서 버텨내신 자신을 마음껏 안아주세요.
    
  • 프로필 이미지
    찌니
    상담교사
    답변수 2,724채택률 3%
    글에서 느껴지는 고단함과 막막함에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오랫동안 성실히 쌓아온 자부심이 타인의 악의적인 언행으로 무너져 내릴 때의 그 공포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감히 짐작조차 하기 어렵지요.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은 결코 보잘것없는 사람이 아닙니다.
    ​나르시시스트 상사는 상대의 유능함을 먹잇감 삼아 자신의 결핍을 채웁니다. 그가 쏟아내는 비난은 당신의 무능함이 아니라, 상대의 비정상적인 지배욕일 뿐입니다. 그 목소리를 내면화하지 마세요.
    상사의 말을 '데이터'가 아닌 '소음'으로 분류하세요. "저 사람은 또 병이 도졌구나"라고 생각하며 철저히 관찰자 입장을 유지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폭언과 변덕을 기록하세요. 이는 추후 방어 기제가 될 뿐만 아니라, 상황을 객관화해 '내 잘못이 아님'을 확인시켜 줍니다.
    ​퇴근 후엔 철저히 업무와 단절하고, 아주 작은 성취감(좋아하는 향기 맡기, 10분 걷기 등)을 통해 나를 돌보세요.
    ​당신은 여전히 그 일을 해낼 능력이 있고,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사람입니다.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스스로를 놓지 않으려는 그 의지가 이미 빛의 시작입니다. 부디 자신을 가장 먼저 안아주세요. 님은 혼자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