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어떤 상황에서 힐링이 필요했는지
요즘 유독 하루하루가 길고 지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아침 일찍 붐비는 대중교통에 몸을 싣고 출근해서 하루 종일 모니터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업무에 시달리다 보면 퇴근 무렵에는 온몸의 에너지가 완전히 방전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특히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습니다.
끝내지 못한 일들에 대한 압박감과 인간관계에서 오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들이 엉켜서 집에 돌아와서도 쉽게 긴장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몸은 천근만근 무거운데 막상 침대에 누우면 이런저런 잡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잠도 깊게 자지 못하고 뒤척이는 날들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다 어제저녁 퇴근길에 문득 뺨을 스치는 바람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덥고 습했던 공기는 온데간데없고 쾌적하고 선선한 가을 공기가 코끝을 스치는데 이대로 꽉 막힌 집 안에만 들어가 있기에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잡한 머릿속을 시원한 바람으로 씻어내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이 일었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무작정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섰습니다.
② 제가 직접 해본 활동과 구체적인 솔직 후기
제가 선택한 힐링 방법은 바로 집 근처에 있는 동네 호수공원 밤산책이었습니다. 사실 평소에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주말 낮에나 가끔 들르던 곳인데 이렇게 늦은 밤에 온전히 산책만을 목적으로 나선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공원으로 이어지는 입구 계단에 도착했을 때부터 이미 낮과는 전혀 다른 차분한 분위기가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계단을 따라 은은하게 켜진 조명들을 보며 한 걸음씩 아래로 내려가다 보니 도심의 시끄러운 자동차 소음이 점점 멀어지고 맑은 풀벌레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공원 안으로 깊숙이 들어서자 넓은 호수를 가로지르는 길고 튼튼한 나무 데크길이 나타났습니다.
어둠 속에서 주황빛 라인 조명이 데크길을 따뜻하게 밝혀주고 있었는데 이 길을 걷는 순간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나무의 묵직한 질감이 참 좋았습니다. 호수 위를 직접 걷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이 길은 걷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아주 편안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시원한 밤바람이 수면을 스치고 불어와 얼굴을 간지럽힐 때마다 하루 종일 쌓였던 스트레스가 호수 저 멀리 날아가는 듯한 상쾌함을 느꼈습니다.
고개를 들어 호수 건너편을 바라보니 화려한 도시의 고층 빌딩과 아파트들이 뿜어내는 수많은 불빛들이 수면 위에 그대로 반사되어 무척이나 아름다운 야경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매일 치열하게 살아가는 저 삭막한 콘크리트 숲이 밤이 되어 잔잔한 호수 물결과 만나니 마치 한 폭의 거대한 수채화 작품처럼 보였습니다.
형형색색의 조명들이 물결에 흔들리며 반짝이는 모습을 가만히 서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복잡한 고민거리들이 얼마나 작고 부질없는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굵은 기둥들이 줄지어 서 있는 독특한 터널 구조물이 나왔습니다.
이곳은 따뜻한 간접 조명 덕분에 시각적으로 깊은 안정감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탁 트인 바깥 길을 걷다가 이렇게 아늑한 터널 안으로 들어오니 마치 나만의 조용한 공간에 들어온 것처럼 마음이 더욱 차분하게 가라앉았습니다.
다시 넓게 포장된 산책로로 나와서 걷기 시작했는데 가로등이 워낙 밝게 잘 켜져 있어서 늦은 시간임에도 걷기에 아주 쾌적했고 온전히 내 호흡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넓고 평탄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길 한편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기자기한 토기 화분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거대한 호수와 화려한 야경 속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작은 식물들을 보니 묘하게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산책의 마지막 코스로 시야가 가장 넓게 트인 잔디밭 위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기대고 앉아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찰랑거리는 호수 물결을 바라보는 그 순간은 감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평화롭고 완벽한 휴식이었습니다.
③ 직접 체감한 힐링 효과의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보다도 머릿속의 짙은 안개가 걷힌 것처럼 정신이 무척 맑아졌다는 것입니다. 실내에 가만히 앉아 쉬거나 스마트폰만 들여다볼 때는 뇌가 계속 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기분이었는데 시원한 자연풍을 맞으며 일정한 리듬으로 걷다 보니 복잡했던 생각들이 저절로 가지런히 정리되었습니다. 또한 가볍게 몸을 움직이면서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목과 어깨의 뻐근함도 많이 사라졌고 그날 밤에는 잡생각 없이 정말 오랜만에 깊고 단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자연이 주는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청각적인 고요함이 어우러져 완벽한 심리적 안정을 주었습니다.
반면에 약간 아쉽거나 주의해야 할 점도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에 취하고 시원한 바람이 너무 좋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무리해서 걷다 보니 다음 날 다리와 발바닥에 살짝 뻐근한 근육통이 찾아왔습니다. 평소 운동량이 부족했던 탓도 있겠지만 힐링을 위해 나간 산책에서 너무 오래 걷는 것은 오히려 피로를 누적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녁 바람이 생각보다 꽤 차가워져서 얇은 옷차림으로 나갔더니 산책 후반부에는 살짝 쌀쌀함이 느껴져서 감기에 걸릴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④ 이웃분들을 위한 추천 팁과 같은 상황인 분들께 드리는 한마디
저처럼 늦은 밤 동네 산책으로 힐링을 시도해보실 분들을 위해 두 가지 정도 팁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얇고 가벼운 바람막이 같은 겉옷을 반드시 챙기시고 쿠션감이 아주 좋은 편안한 운동화를 신으시라는 것입니다. 날씨가 많이 선선해져서 걷다 보면 땀이 식으며 체온이 떨어질 수 있고 산책로를 오래 걸어야 하니 발이 편해야 진정한 힐링이 됩니다.
두 번째는 걷는 데만 집중하지 마시고 무조건 벤치에 십 분 이상 가만히 앉아있는 시간을 꼭 가져보시라는 것입니다. 걷는 활동도 좋지만 벤치에 기대앉아 바람 소리를 들으며 시야를 넓게 두고 밤풍경을 감상할 때 찾아오는 그 특유의 넉넉한 여유로움이 정말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요즘 일이나 대인 관계로 인해 지쳐서 무기력함을 느끼시거나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는 분들이 계신다면 오늘 저녁 당장 가벼운 차림으로 밖으로 나가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멀리 좋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야만 피로가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굳이 돈을 들이지 않아도 꼼꼼한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우리 집 주변에 있는 평범한 공원과 맑은 가을 공기가 생각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줄 것입니다.
가만히 방 안에 웅크려 있지 마시고 시원한 밤바람에 무거운 걱정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치열하게 버텨낸 여러분 모두가 선선한 가을밤처럼 쾌적하고 평안한 시간을 보내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