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쓰레기통 노릇 하다가 공감 능력 완전히 상실한 후기

안녕하세요 매일 회사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평범한 30대 직장인이에요. 

 

다들 직장 생활하면서 가장 힘든 게 산더미 같은 일 자체보다 숨 막히는 사람 관계라고 하잖아요?

 

저 역시도 그 끔찍한 늪에 아주 깊게 빠져서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하고 지독한 번아웃을 겪었어요. 

 

제 번아웃의 가장 큰 계기는 바로 거절하지 못하는 미련한 성격 탓에 부서 내에서 남들의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자처했던 것이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었고 둥글둥글하고 모난 데 없는 성격 덕분에 회사에서도 선후배 할 것 없이 저를 아주 편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동료들이 저를 믿고 의지한다는 생각에 내심 뿌듯하기도 했고 조직 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어요. 

 

점심시간마다 상사의 불합리한 지시를 욕하며 분통을 터뜨리는 동기부터 시작해서 출근길 지옥철에서 짜증 났던 이야기 퇴근 후 밤늦게까지 메신저로 자기 팀원들 뒷담화를 길게 늘어놓는 타 부서 선배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하소연을 묵묵히 다 들어주었죠. 

 

내가 조금 피곤하더라도 꾹 참고 맞장구쳐 주며 위로해 주면 이 사람들의 팍팍한 스트레스가 조금이나마 풀리겠지라는 얄팍한 오만함과 무조건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바보 같은 강박이 제 감정의 우물을 서서히 바닥까지 말려버리고 있다는 걸 그때는 정말 1%도 짐작조차 하지 못했어요.

 

그렇게 매일같이 남들이 쏟아내는 분노와 우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의 배설물들을 고스란히 뒤집어쓰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제 몸과 마음에 아주 심각한 이상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라고요. 

 

가장 먼저 찾아온 건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느껴지는 걷잡을 수 없는 피로감과 뒷목이 뻣뻣해지는 원인 모를 두통이었어요. 출근해서 누군가 제 자리로 다가와 한숨부터 푹 쉬며 말을 걸려고 폼을 잡으면 심장이 철렁 내려앉고 명치가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해져서 숨쉬기조차 버거웠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저를 가장 공포스럽게 괴롭혔던 증상은 바로 타인의 감정에 동화되는 공감 능력이 완전히 거세되어 버렸다는 거예요. 

 

예전 같으면 동료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씩씩거리면 저도 같이 화를 내주고 슬퍼하면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며 위로의 말을 건넸거든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누군가 제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힘든 상황을 토로해도 마음속으로는 어쩌라고 그래서 나보고 도대체 어쩌라는 거지라는 차갑고 냉소적인 생각만 맴돌 뿐 아무런 감정의 동요가 일어나지 않았어요. 

 

얼굴로는 영혼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유 정말 힘드시겠네요라고 기계적인 위로의 멘트를 자동 응답기처럼 뱉어내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찌푸린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빨리 이 끔찍하고 소모적인 대화가 1초라도 빨리 당장 끝나기만을 바라는 제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스스로가 소름 끼치고 덜컥 겁이 나기도 했어요.

 

이 조용하고도 지독한 감정 노동 번아웃을 겪으면서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순간은 회사 밖의 소중한 일상과 진짜 내 사람들마저 산산조각이 났다는 걸 깨달았던 어느 주말 저녁이었어요. 오랜만에 정말 친한 10년 지기 친구를 만나 밥을 먹는데 그 친구가 최근에 겪은 아주 슬프고 절망적인 개인사를 털어놓으며 눈시울을 붉히더라고요. 

 

평소의 저라면 마땅히 같이 마음 아파하고 손을 맞잡으며 진심 어린 위로를 펑펑 건넸어야 할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그 눈물 나는 순간조차 제 머릿속에는 아 또 부정적인 이야기네 내 감정까지 축 처진다 그냥 집에 가서 빨리 눕고 싶다라는 이기적이고 차가운 생각만 스멀스멀 기어올랐어요. 

 

가장 소중한 친구의 찢어지는 아픔 앞에서도 0.1%의 공감이나 슬픔을 느끼지 못하고 완전히 고장 난 안드로이드 로봇처럼 무미건조하게 앉아있는 제 모습을 스스로 자각했을 때의 그 끔찍한 절망감과 자괴감은 세상 어떤 단어로도 다 표현할 수가 없어요. 

 

매일 회사 사람들의 징징거림을 들어주느라 억지로 감정을 쥐어짜 낸 탓에 정작 내가 진짜 사랑하고 챙겨야 할 소중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따뜻한 감정의 여유조차 0%로 텅 비어버렸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고 내가 사람으로서 진짜 심각하게 망가졌구나 뼈저리게 느꼈던 가장 비참하고 끔찍한 순간이었어요.

 

내가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망가지고 파괴되었을까 혼란스러워하며 괴로워하던 찰나에 우연히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직무 스트레스 자가 점검 테스트를 해보게 되었어요.

 

 질문들에 하나씩 답을 클릭하면서도 저는 속으로 그저 남들 이야기 좀 들어준 것뿐인데 남들처럼 매일 야근을 한 것도 아닌데 스트레스 수치가 뭐 얼마나 높게 나오겠어라며 반신반의했어요. 그런데 모든 문항을 마치고 모니터에 뜬 최종 테스트 결과를 마주한 순간 뒤통수를 아주 커다란 망치로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감정 쓰레기통 노릇 하다가 공감 능력 완전히 상실한 후기

 

화면에 뜬 제 점수는 주의 필요 상태를 알리는 15점이었어요. 

 

전체 참여자 16,010명 중에서 제가 상위 19% 구간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도 덜컥 겁이 났지만 직무 스트레스가 높은 편이라 정서적 소진과 업무 영향에 주의가 필요한 상태예요라는 노란색 경고 문구가 제 텅 빈 가슴 한가운데에 날카로운 비수처럼 꽂혔어요. 

 

심지어 30대 남성 평균 점수인 14점보다도 1점이나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었죠. 

 

남들처럼 과도한 실적 압박이나 살인적인 철야 근무에 시달린 것도 아닌데 오직 사람들의 감정을 쓰레기처럼 받아내는 감정 노동만으로도 이렇게 정서적 소진이라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걸 객관적인 지표로 확인하니 헛웃음이 다 나오더라고요. 

 

내가 남들의 스트레스를 덜어주겠다고 좋은 사람 코스프레를 하며 내 속을 까맣게 태워가는 동안 내 마음의 건강 수치는 서서히 100% 회복 불가능한 위험 수위를 향해 미친 듯이 치닫고 있었다는 걸 이 성적표 같은 결과를 통해 아주 명확하고 냉정하게 직면할 수 있었어요.

 

이대로 가다가는 인간성을 완전히 상실한 괴물이나 감정 없는 돌덩이가 되어버리겠다는 끔찍한 위기감에 저는 그날 이후로 독하게 마음을 고쳐먹고 저를 지키기 위한 저만의 생존 회복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가장 먼저 실천한 건 바로 타인과 제 사이에 아주 높고 견고한 심리적 방어벽을 세우는 차가운 선 긋기 연습이었어요. 

 

출근해서 누군가 또 습관적으로 탕비실이나 휴게실에서 저를 붙잡고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려 하면 예전처럼 다정하게 눈을 맞추며 들어주는 대신 표정을 딱딱하게 굳히고 아 제가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할 급한 문서가 있어서요 먼저 일어나보겠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대화를 싹둑 끊어내는 훈련을 했어요. 

 

처음에는 상대방이 당황하거나 섭섭해하는 기색이 역력해서 미안한 마음에 하루 종일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마음이 지옥 같았어요. 

 

하지만 1번 2번 거절의 횟수가 쌓일수록 기적처럼 사람들이 더 이상 저를 만만한 감정 쓰레기통으로 대하지 않게 되었고 저 역시 불필요한 타인의 감정을 뒤집어쓰지 않게 되면서 묘한 해방감과 안도감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점심시간에도 무리 지어 다니며 남의 험담을 안주 삼아 떠드는 소모적인 식사 자리를 핑계를 대고 과감하게 피한 뒤 혼자 근처 공원을 30분씩 묵묵히 걷거나 벤치에 앉아 조용히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제 텅 빈 마음을 고요하게 정화하는 시간을 가졌더니 바짝 메말랐던 감정의 샘이 아주 미세하게나마 다시 촉촉하게 차오르는 게 느껴졌어요.

 

억지로 착하고 좋은 사람 코스프레를 그만두고 회사에서 융통성 없고 차가운 사람 취급을 조금 받더라도 내 다친 마음을 가장 먼저 챙기기로 결심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 저는 예전보다 훨씬 몸이 가볍고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어요. 

 

물론 아직도 누군가 곁에서 우는 소리를 하거나 짜증을 내면 무의식적으로 숨이 막히고 1분이라도 빨리 도망치고 싶어지는 방어기제가 튀어나오지만 적어도 퇴근 후 제가 진짜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에는 다시 100% 진심으로 공감하고 따뜻한 온기를 나눌 수 있는 평범한 감각을 꽤 많이 되찾았거든요. 

 

지금 이 순간에도 직장에서 혹은 어느 모임에서 누군가의 끝없는 징징거림과 뾰족한 분노를 묵묵히 다 받아내며 속이 숯검댕이처럼 새까맣게 썩어 들어가고 있는 착한 분들이 분명 어딘가에 계실 거예요. 

 

그분들께 같은 지옥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여러분은 세상 그 누구의 불행이나 감정도 대신 감당하고 책임져 줄 의무가 1도 없고 그들의 쓰레기를 아무 말 없이 받아주는 만만한 쓰레기통은 더더욱 아니랍니다. 

 

남들에게 매정하고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을 절대 두려워하지 마세요 남의 감정을 애써 챙기느라 정작 가장 소중한 내 감정이 0%로 모조리 소진되어 잿더미처럼 무너져버리면 이기적인 그 사람들은 절대 여러분의 망가진 마음을 대신 고쳐주거나 1%라도 책임져주지 않거든요.

 

당장 내일 아침 출근해서라도 꾹 참고 있던 불편한 대화의 자리를 박차고 핑계를 대며 일어나는 아주 작은 용기를 내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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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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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푸강아지똥
    상담교사
    답변수 1,124채택률 7%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매일 회사라는 고된 일터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용기 있게 자신만의 선을 세워 마침내 평온을 찾아가신 과정이 정말 깊은 울림을 줍니다.
    
    착한 사람 증후군과 '감정 쓰레기통'의 위험성
    타인의 불평과 우울을 거절 없이 다 받아주는 행동은 배려가 아닌 '정서적 자해'에 가깝습니다. 남의 감정을 처리해주느라 내 마음의 에너지를 바닥까지 써버리면, 결국 진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온기마저 소진되는 '정서적 방전'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차가운 선 긋기는 냉정이 아닌 '자기 보호'
    직장 동료의 하소연을 끊어내고 탕비실을 나오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내 정신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입니다. 거절할 때 느끼는 미안함보다 내가 소진되어 괴로운 크기가 훨씬 크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셔야 합니다.
    
    혼자만의 정화 시간 확보하기
    점심시간에 소모적인 뒷담화 모임을 피하고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끼거나 공원을 걷는 선택은 마음의 샘을 다시 채우는 아주 훌륭한 회복 루틴입니다. 직장 내에서의 평판보다 내 마음의 평화가 언제나 최우선이어야 합니다.
    
    타인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를 가장 먼저 챙기기로 결심하신 그 단호한 용기에 깊이 공감하며, 앞으로도 소중한 일상과 진짜 내 사람들을 따뜻하게 지켜나가시기를 응원합니다.
    채택된 답변

    코치님 덕분에 고민이 해결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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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데이지
    청소년상담사
    답변수 1,741채택률 4%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글을 읽어보면 단순히 ‘공감 능력이 없어졌다’기보다, 오랫동안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받아주는 역할을 반복하면서 정서적으로 소진된 상태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누군가 힘들다고 하면 또 들어줘야 할 것 같고, 화가 나 있으면 같이 화내줘야 할 것 같고, 힘들어하면 위로해줘야 한다는 부담이 계속되면 어느 순간 타인의 감정 자체가 피하고 싶은 자극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친한 친구의 힘든 이야기에도 ‘또 부정적인 이야기네,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서 인간성이나 공감 능력이 망가졌다고까지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미 정서적으로 여유가 거의 남지 않은 상태에서 또 누군가의 감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에 마음이 자동으로 거리를 두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쉬고 경계를 만들기 시작한 뒤 소중한 사람들에게 다시 공감할 여유가 생겼다는 점도 그런 해석과 잘 맞습니다.
    
    특히 잘하신 부분은 ‘더 잘 공감해야지’라고 자신을 몰아붙이는 대신 공감에도 한계와 경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신 것입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과 상대의 감정까지 내가 책임지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지금은 여유가 없어서 오래 이야기하기 어렵다”, “오늘은 이 이야기까지 들어줄 컨디션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것도 관계 안에서 충분히 가능한 행동입니다.
    
    다만 앞으로는 ‘좋은 사람이 되려면 전부 들어줘야 한다’에서 반대로 ‘나를 지키려면 차가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로 너무 멀리 이동할 필요도 없습니다. 표정을 일부러 딱딱하게 만들거나 높은 방어벽을 세우지 않아도 경계는 만들 수 있습니다. 따뜻하게 대하되 모든 하소연을 받아주지는 않는 것, 상대를 이해하되 해결해주려고 하지 않는 것, 내가 여유 있는 만큼만 관계에 참여하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또 자가검사에서 나온 점수는 현재 상태를 돌아보는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특정 점수만으로 번아웃이나 정서적 소진을 확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글에서 중요하게 볼 부분은 실제로 피로와 두통, 가슴 답답함, 사람을 피하고 싶은 반응까지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이런 신체적·정서적 증상이 다시 심해지거나 회사 밖의 관계와 일상까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면 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등에서 현재의 스트레스와 소진 상태를 한 번 점검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번 경험에서 얻어가셨으면 하는 것은 ‘다시는 누구의 힘든 이야기도 들어주지 말자’가 아니라 내 공감과 에너지도 무한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타인을 챙기는 마음과 나를 보호하는 경계는 서로 반대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 여유를 지킬 수 있어야 정말 소중한 사람에게 필요할 때 따뜻하게 다가갈 힘도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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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니
    상담교사
    답변수 3,961채택률 3%
    타인의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내려놓고 용기 있게 자신을 되찾으신 모습에 깊은 경의와 진심 어린 응원을 보냅니다.
    ​남을 배려하느라 자신의 정서가 까맣게 타들어 가고, 가장 소중한 사람 앞에서조차 공감 능력이 마비되었을 때 느끼셨을 그 끔찍한 자괴감과 절망감이 얼마나 뼈아팠을지 감히 헤아려봅니다. '착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을 깨부수고 단호하게 선을 긋기까지, 그 첫 거절의 순간에 느꼈을 두려움과 심장의 쿵쾅거림은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한 가장 숭고한 용기였습니다.
    ​직장은 당신의 소중한 영혼과 인생을 바치는 곳이 아니며, 타인의 찌꺼기 감정까지 감당할 의무는 더더욱 없습니다. 차갑다는 오명을 무릅쓰고 거절의 방어벽을 세운 덕분에 사랑하는 이들에게 전할 온기를 되찾으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지금 겪으신 생존의 경험과 메시지는 같은 늪에서 숨 막혀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단단한 밧줄이자 큰 위로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타인이 아닌, 오롯이 자신의 평온을 최우선으로 챙기는 건강하고 당당한 일상을 계속 이어가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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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트홀릭
    상담심리사
    답변수 2,662채택률 5%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작성자님께서 겪으신 번아웃은 타인을 향한 과도한 공감과 착한 사람 이데올로기가 만든 지독한 정서적 소진이었어요.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자처하며 내 마음의 에너지를 전부 소모해 버린 탓에 정작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줄 온기마저 메말라 버렸던 것이지요.
    ​하지만 늦지 않게 단호한 선 긋기를 시작하고 나를 지키기 위한 방어벽을 세운 것은 정말 현명하고 용기 있는 선택이었어요.
    ​타인의 감정을 덜어주는 일보다 내 마음의 건강을 먼저 챙기는 것이 결코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차가운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까 봐 두려워하기보다 내 마음이 잿더미가 되는 것을 더 경계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번 경험을 통해 깊게 깨달으셨을 거예요.
    ​앞으로는 타인의 불행을 짊어지려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오직 작성자님의 평온한 일상과 진짜 소중한 내 사람들에게만 따뜻한 온기를 나누어 주시기를 바랄게요.
    ​매일 치열한 전쟁터 같은 직장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내며 단단한 회복의 길을 걸어가고 계신 작성자님을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 프로필 이미지
    verastar
    임상심리사
    답변수 1,248채택률 5%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타인의 부정적인 감정을 묵묵히 받아내며 자신의 감정 샘이 바닥날 때까지 견뎌내셨던 시간과, 그 안에서 느끼셨을 피로감과 자괴감이 얼마나 묵직했을지 깊이 체감됩니다. 오랜 지기 친구의 아픔 앞에서조차 감정이 동화되지 않고 무미건조해졌음을 깨달았을 때 느끼셨을 그 끔찍한 절망감과 소름 끼침은, 작성자님이 결코 이상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영혼까지 탈탈 털려버린 '정서적 소진(Burnout)'의 지극히 정직한 경고 신호였습니다.
    
    스스로 직무 스트레스 점수를 확인하고 위기감을 느껴, 남들에게 '차가운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나를 지키기 위해 단호하게 선을 긋기 시작한 3개월간의 용기와 실천에 깊은 경의를 보냅니다. 거절하고 돌아서는 순간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시방석 같았을 텐데도 그 고비를 견뎌내어 마침내 내 일상과 진짜 소중한 사람들을 향한 공감 능력을 회복해 내신 것은 정말 다행스럽고 숭고한 성취입니다.
    
    작성자님이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깨닫고 공유해 주신 진실처럼, 직장 내에서 무조건적인 친절과 들어줌은 미덕이 아니라 나를 파괴하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남들의 스트레스를 대신 짊어질 의무는 그 누구에게도 없으며, 내 감정의 우물이 우뚝 서 있어야 비로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진짜 온기를 내어줄 수 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타인의 불평을 들으면 방어기제가 작동하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잔상이 남아있겠지만, 그것은 뇌가 나를 지키기 위해 작동시키는 아주 건강한 호신용 경보장치입니다. 앞으로도 탕비실 대화를 단정하게 끊어내고, 혼자만의 산책과 음악으로 마음을 정화하는 그 견고한 울타리를 계속해서 단단하게 유지해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동병상련의 고통을 겪고 있을 수많은 '착한 사람'들에게 전해주신 그 솔직하고 뼈 아픈 조언은 같은 늪에 빠져 숨 쉬기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든든한 구원표가 될 것입니다. 오늘 밤에는 남들의 감정 쓰레기를 다 털어내고, 나 자신을 온전히 지켜낸 스스로의 단단해진 어깨를 편안하게 토닥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익명1
    늘 다른 사람의 감정을 받아주다 보면 어느 순간 내 마음이 먼저 지쳐버릴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무조건 참고 맞춰주기보다, 나를 지키기 위한 거절과 거리두기도 꼭 필요한 것 같네요. 
    다시 소중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눌 여유를 되찾으셨다니 다행이에요. 앞으로는 본인의 마음도 잘 챙기셨으면 좋겠어요.
  • 프로필 이미지
    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답변수 3,326채택률 4%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작성자님께서 공감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너무 오랫동안 남의 감정까지 대신 살아주느라 정작 자신의 마음을 돌볼 여유가 바닥난 것 같아요.
    
    누군가 힘들다고 할 때마다 들어주고, 화를 낼 때 같이 화내주고, 울 때 위로해주고… 그렇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이제는 더 이상 못 받겠습니다” 하고 문을 닫아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친구의 눈물을 보고도 아무 감정이 들지 않았던 그 순간을 두고 자신을 차갑거나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몰아붙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저는 그때의 무감각이 작성자님 마음이 보내온 마지막 구조신호였다고 생각해요.
    
    “나도 이제 좀 살펴줘.” “나도 너무 힘들어.” “모든 사람의 감정을 내가 책임지지 않아도 돼.”
    그 신호를 알아차리고 관계의 거리를 조절하기 시작하신 건 정말 잘하신 일입니다.
    
    특히 거절한다고 해서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과 상대의 감정을 내가 떠안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니까요.
    
    “지금은 제 이야기를 들어드릴 여유가 없어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들을게요.” “미안하지만 이 이야기는 제가 감당하기가 조금 어렵네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도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중요한 능력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남는 건 마지막 부분이에요. 
    
    다시 소중한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에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
    그건 작성자님이 망가졌던 게 아니라 잠시 너무 지쳐 있었던 것이라는 증거 같아요.
    
    우리 마음도 배터리와 같아서 계속 남에게 나눠주기만 하면 결국 0%가 됩니다. 0%가 된 사람에게 더 나누라고 하는 건 사랑이 아니라 소진이겠지요.
    
    이제는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기보다
    나까지 잃어버리지 않는 사람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작성자님은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을 구해줘야 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이제는 남의 마음을 품어주기 전에
    가끔은 자신의 마음부터 꼭 안아주세요.
    
    “오늘도 나 정말 많이 애썼다.”
    그 한마디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