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 마음을 어디에도 털어놓을 데가 없어서, 이렇게 처음으로 글을 씁니다. 저는 50대 후반이고, 결혼하고 지금까지 그냥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아왔어요.
작년 말에 남편이 정년퇴직을 했습니다. 퇴직식 날, 남편이 꽃다발 들고 집에 들어오는데 그렇게 짠할 수가 없었어요. 30년 넘게 하루도 안 빠지고 출근해서 우리 가족 먹여 살린 사람이잖아요. 그날은 진심으로 고맙고 짠했습니다. 그래서 저 스스로도 그랬어요. 몇 달은 아무것도 안 시키고 그냥 푹 쉬게 해줘야지, 그동안 고생 많았으니까.
1. 지금 어떤 상황이 반복되나요?
근데 그 몇 달이 반년이 되고, 이제 거의 1년이 다 되어갑니다. 남편은 여전히 아무것도 안 해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해요.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소파에 눕습니다. 그러고는 리모컨을 손에서 놓지를 않아요. 티브이 보다가 졸다가, 깨면 또 핸드폰으로 유튜브 보고. 하루가 그렇게 갑니다. 처음엔 저도 그러려니 했어요.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게, 하루 세 끼를 다 집에서 차려달라고 하면서 정작 마트에 같이 가자고 하면 귀찮다고 안 갑니다. 무거운 거 들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집에만 있으면 답답할 텐데 산책 한 번을 안 나가려고 해요. 거실 소파에 누워서 한숨을 푹푹 쉬고 있는 남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까지 같이 숨이 막힙니다. 집이 넓지도 않은데 그 사람이 뿜어내는 무기력한 기운이 온 집 안에 꽉 차 있는 느낌이에요.
근데 정말 힘든 건, 제 하루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거예요. 예전엔 남편 출근시키고 나면 그때부터 제 시간이었어요. 집안일 대충 해놓고 오전엔 문화센터 가서 요가도 배우고, 점심때는 친구들 만나서 수다도 떨고. 소소하지만 그게 제 유일한 숨구멍이었거든요. 근데 지금은 그것조차 못 해요. 외출 준비하는 모습만 봐도 남편이 한마디씩 합니다. "어디 가?" "점심은?" 이런 식으로요. 말투도 살갑지가 않아요. 그 표정 보면 나가려던 발걸음이 그냥 딱 멈춰버려요.
그러다 보니까 친구들이랑 약속도 자꾸 미루게 되고, 결국 저도 집에만 있게 됐어요. 이게 반복되니까 저도 모르게 하루하루가 그냥 흘러가더라고요. 예전엔 하루가 짧다고 느꼈는데 요즘은 하루가 왜 이렇게 긴지 모르겠어요.
머리로는 이해가 돼요. 남편도 평생 다니던 회사 그만두고 나니까 자기 자리가 없어진 것 같고, 사회에서 쓸모없어진 것 같은 그런 상실감이 있을 거예요. 저도 그 마음 모르는 거 아니에요. 근데 문제는, 그 우울함을 저한테 화로 풀 때가 많다는 거예요. 밥상 차려주면 국이 조금 식었다고 인상 쓰고, 반찬이 마음에 안 든다고 젓가락도 안 대고. 그럴 때마다 속에서 뭔가 욱하고 올라와요. 제가 이 집 가정부도 아니고, 평생 밥 해주고 살림하고, 이제 나이 들어서까지 남편 눈치 보면서 밥상 차려야 하나 싶고요. 요즘은 진짜 사소한 것까지 신경이 곤두서요. 밥 먹을 때 쩝쩝거리는 소리, 거실에서 헛기침하는 소리, 그런 것 하나하나가 다 거슬려서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갑니다.
2. 혼자 어떻게 해봤나요?
이대로 가다간 둘 다 병나겠다 싶어서, 저 나름대로 이것저것 해봤어요.
먼저 새로운 일이나 취미를 찾아보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봤어요. 요즘은 시니어 일자리나 구청 프로그램도 잘 되어 있으니까, 뭐라도 배워보시는 게 어떻겠냐고요. 아니면 아파트 헬스장이라도 같이 등록해서 아침마다 운동 다니자고도 해봤고요. 근데 제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가 알아서 한다"부터 나와요. "너나 잘해라", "평생 일하다 겨우 쉬는데 늙어서 무슨 일이야" 이런 말을 들으면 저도 더 이상 뭐라고 할 말이 없어져요.
그래서 이번엔 같이 나가는 것부터 해보려고 했어요. 주말에 근처 공원이라도 바람 쐬러 가자고, 아니면 그냥 마트라도 같이 가자고 살살 달래봤죠. 근데 매번 귀찮다고 거절하거나, 겨우 끌고 나가도 표정이 안 좋아요. 걷지도 않으려 하고요. 결국 저까지 마음이 조급해져서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남편을 바꾸는 건 포기하자, 그럼 내 마음이라도 편하게 먹자, 이렇게 다짐도 해봤어요. 저 사람도 퇴직하고 마음이 허전해서 저러는 거겠지, 불쌍한 사람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속으로 숫자를 세며 참았어요. 화가 확 올라올 때마다 베란다 가서 혼자 바람 쐬면서 마음을 눌렀고요. 친구들 만나러 그냥 나가버릴까 생각도 했어요. 근데 막상 신발 신으려면 혼자 집에 남을 남편 생각이 나서 발이 안 떨어지더라고요. 마음 한구석이 계속 찜찜해서요.
참다 참다 결국 크게 싸운 적도 있어요. 그날은 서로 언성 높이면서 그동안 쌓인 걸 다 쏟아냈는데, 싸우고 나면 며칠 동안 집안 분위기가 얼음장 같아져요. 서로 말도 안 하고. 그럼 저는 더 힘들어져요. 싸우기 전보다 오히려 마음이 더 무거워지는 것 같아요.
3. 가장 묻고 싶은 것은?
앞으로 남은 인생을 계속 이렇게 서로 스트레스만 주고받으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눈앞이 캄캄해집니다.
퇴직 후에 의욕을 잃고 신경질적으로 변한 남편을, 상처 주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밖으로 끌어낼 수 있는 대화법이 있을까요? 제가 무슨 말만 꺼내면 무시한다고 받아들이거나 잔소리로 듣는 것 같아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남편 눈치 보지 않고 제 일상과 마음의 평화를 되찾으려면, 저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요. 남편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이 마음에 가득한데, 이 감정을 좀 내려놓고 저 자신을 지키면서 지혜롭게 거리를 두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왔는데, 이 나이 들어서 남편 때문에 매일 밤 가슴이 답답해서 잠을 설치는 제 처지가 참 가엾게 느껴져요. 자식들한테 말하면 부모 걱정시키는 것 같아서 입도 뻥긋 못 하고 있습니다.
제 상황을 객관적으로 봐주시고, 지혜로운 조언 부탁드립니다.
코치님 덕분에 고민이 해결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