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맞서 치열하게 버텨낸 시간에 대하여 : 약의 도움없이 독서와 산책으로 극복중

 

 

 

 

 

청춘의 한가운데서 취업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혔을 때가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것이 무섭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숨이 조여오던 시기였습니다.

 

 

 

당시에는 그것이 단순한 취업 준비생의 예민함이나 일시적인 슬럼프라고 가볍게 넘겼습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도 알 수 없는 가슴 두근거림이 불쑥 찾아왔고, 친구나 지인 등 편한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점차 두려워져 방안에만 틀어박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당시 네이버 지식인 검색창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괜찮을까요? '이제 정말 다 놓아버리고 싶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암울한 미래가 불안해 미칠것 같아요' 같은 문장을 수없이 입력하며 밤을 지새웠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겪었던 깊은 절망은 100퍼센트 우울증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병원을 찾아가 전문가의 상담이나 약물 치료를 받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혼자 방에 갇혀 마음을 삭이며 버텨야 했습니다. 바보 같지만 그랬습니다. 누가 도와줄 사람도 없었고 사회적으로도 청년과 우울함을 연결시켜 주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한 시대였으니까요.

 

 

 

시간이 흘러 우여곡절 끝에 취업도 하고 사회에서 제 자리를 잡고 오랜 시간 평탄하게 지내왔습니다. 근 20년 직장 생활을 하며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일해왔고, 동료들 사이에서도 제법 인정받는 중간 관리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직장에서 나와 잘 안 맞는 상사를 만나면서 모든 평화가 무너졌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꼼꼼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상사라고 생각하며 최대한 맞추려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제 판단 자체가 완전히 부정당했고, 본인이 직접 지시한 결과물에 대해서도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냐며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분명 제 업무 처리에 객관적인 문제가 없었음에도 사사로운 트집과 인격적인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상사의 뻔뻔한 태도 앞에 서면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가장 먼저 들이닥친 증상은 결정 장애와 인지 능력의 저하였습니다. 아주 사소한 이메일 문구 하나를 보내는 데도 수십 번을 검토하느라 업무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고, 일요일 오후만 되면 다음 날 출근해 겪을 모욕적인 상황이 두려워 밤잠을 설쳤습니다.

 

 

 

타인의 공격에 자존감이 깎여나가며 모든 의욕이 사라지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논리적으로 상황을 설명하려 해도 핑계 대지 말라며 말을 잘라버리는 태도 앞에서 입을 닫게 되었고, 예전에는 즐겁게 하던 취미 생활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느껴졌습니다.

 

 

 

밖에서는 멀쩡한 사회인으로 보이지만, 사무실 안에서는 상사의 자존감을 채워주기 위한 타깃이 되어 무력하게 비난을 받아내야 했습니다. 나름대로 베테랑 직장인인 내가 고작 인간관계 하나 때문에 이토록 위축되고 모욕감을 느껴야 한다는 사실이 스스로를 더욱 우울증의 깊은 늪으로 밀어 넣었으며, 제 자신이 너무나 무능하고 한심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자기 비하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단순한 업무 스트레스라고 치부하기엔 일상생활이 무너지고 있었기에, 인터넷의 자료와 최근에는 여기 트로스트 커뮤니티의 문답들도 찾아보고 직접 글도 올려보면서, 이것이 혹시 반응성 우울증의 단계로 진입하는 것은 아닌지 경계했습니다.

 

 

 

과거 청년시절에 취업 실패 때 느꼈던 우울감과 이번 직장 상사로 인해 겪은 우울함은, 비록 형태는 달랐지만 본질은 같았습니다. 외부의 거대한 압박 앞에서 나를 지켜낼 방어막과 에너지가 바닥났을 때 찾아오는 마음의 병 즉, 우울증 이었습니다.

 

 

 

일단 수면 장애로 병원을 방문했으나 불면증을 위한 수면제 처방만 받았고, 별도로 항우울제 같은 약물을 복용하는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담당 의사선생님은 제가 완전한 우울증 단계로 발전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신 듯합니다.

 

 

 

일단 저는 이 고통스러운 상황이 나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 온전히 상대방에게서 비롯된 문제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비로소 회복의 단초를 마련했습니다.

 

 

 

약물 치료 대신 저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방법들은 일상 속의 실질적이고 평범한 방법들이었습니다. 우선 퇴근 후에는 여기 트로스트에서 얻은 여러 조언들을 수용하여 회사와 나를 철저히 분리하려 노력했습니다.

 

 

 

회사에서 얻은 우울함을 집까지 가져와 끙끙 앓는 대신 심리학 관련 서적이나 힐링이 될 만한 수필집 등을 읽으며 불안하고 우울한 마음을 달랬고, 때되면 무작정 집 밖으로 나가 가벼운 산책을 하며 복잡한 머릿속을 환기했습니다.

 

 

 

트로스트 커뮤니티에 제 처지를 익명으로 털어놓고 이런저런 게시글을 올려 답을 얻으며 제 상황을 객관화했으며, 다른 이들의 조언을 통해 타인의 태도에 내 감정을 통째로 내어주지 않는 마음의 거리를 두는 연습을 치열하게 이어갔습니다.

 

 

 

처음 그 지옥 같은 상황을 겪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저는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별 것 아닌 일에도 멘탈이 무너져 하루종일 우울했었다면, 이제는 저녁 시간이 되면 회사의 일과 나의 인격을 명확하게 선 긋고 분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완벽하게 과거의 상처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타인의 무례한 언행에 스스로를 소모시키지 않는 방어력이 생겼고, 회사원으로서의 나라는 존재에 대한 평가보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내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기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저처럼 취업의 문턱에서 좌절하거나 직장 내 보이지 않는 폭력 속에서 막막함을 느끼며 절망적인 우울감을 견디고 있을 분들에게 진심을 담아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 느끼는 무기력과 고통, 우울함은 자신이 부족하거나 나약해서 겪는 일이 아닙니다. 치열하게 살아가려다 잠시 마음의 동력이 꺼진 것뿐입니다.

 

 

 

누구나 삶의 특정 구간에서는 버거울 정도로 무거운 짐을 지게 되고, 때로는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고 싶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그것은 낙오가 아니라 잠시 쉬어가라는 신호일 뿐입니다.

 

 

 

지나고 보면 그 시기는 인생의 전체가 아니라 단지 거쳐 지나가는 짧은 터널에 불과합니다. 지금 당장은 앞이 캄캄하고 빠져나갈 길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그 어둠 속에서도 여전히 시간은 흐르고 있으며 우리는 매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탓하며 구석으로 몰아넣지 마십시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오늘 하루도 그 무서운 자리를 잘 버텨내며 살아낸 자신을,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먼저 알아주고 다독여주기를 바랍니다. 제가 경험해봤기에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자신은 생각보다 훨씬 더 단단한 사람임을 알게 될것이고, 이 터널의 끝에서 반드시 다시 환한 빛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비록 우울함이라는 바람에는 잠시 흔들릴지언정 결코 무너지지 않기를, 멀리서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저도 이 우울증에 결코 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을 쉬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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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6
  • 익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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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을 드시지 않고도 독서와 산책으로 
    우울증을 잘 견뎌내고 계시네요
  • 익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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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사의 불합리한 요구에 우울증이 왔다는 말이 가슴을 아프게 하네요..
    일과 일상을 구분하기란 사실 쉽지 않은데 본인만의 방법으로 극복하셨다니 의지가 대단하세요..
    힘이 되어줄 좋은 글이라 도움이 되네요.. 건강한 날 보내시길 바래요
    
  • 익명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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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읽으면서 취업 준비 시절의 깊은 절망과 직장 내 관계에서 겪으신 고통이 얼마나 오래 마음에 상처로 남았을지 느껴졌습니다. 저도 힘든 시기에 스스로를 탓하며 버티기만 했던 적이 있어서 “우울함이 나약함이 아니라 마음의 동력이 잠시 꺼진 것”이라는 말이 정말 크게 와닿았어요. 트로스트 글쓰기와 산책, 독서가 회복에 도움이 되셨다고 하셨는데,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가장 먼저 효과를 느끼셨던 방법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지금도 우울감이 심하게 올라오는 날에는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시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