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약 설트랄린 복용기ㅡ각종 부작용과 나에게 맞는 약을 찾기까지 걸린 2년의 시간

우울증약 설트랄린 복용기ㅡ각종 부작용과 나에게 맞는 약을 찾기까지 걸린 2년의 시간

 

우울증이 언제 생겼을까?

생각해보면 그 시기를 언제라고 콕 집어 말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유전적인 영향이 컸던 것 같거든요. 

어머니께서 과거에 우울증과 조울증을 앓으셨던 것 같아요. 

그때는 부모님 세대라 우울증이라는 개념이 크지 않았고, 병원도 정신병원이라는 명칭이었고, 병원에 가는 사회적 분위기도 아니라서 어머니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셨어요. 

그러다 나이가 들고 제가 성인이 되면서 우리 엄마가 그때 우울증을 앓으셨던 거구나.. 하고 알게 되었어요. 실제로 정신 건강도 육체 건강처럼 유전 확률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우울해지는 케이스였어요. 

그 생각을 좀 멈추고 싶었는데, 늘 아무것도 못 하겠다 나는 실패했다 어차피 안 될 거다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똬리를 틀고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그러다 보니 정말 아무것도 못 하게 되었고.. 

이런 제 모습이 너무 낯설 정도로 뇌가 완전히 망가진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일단 저는 맞는 약을 찾기까지 꽤 고통스러운 여정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아빌리파이를 먹었었습니다. 

이 약 먹고 살이 쪘어요.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이 체중 증가였어요.

살이 정말 순식간에 쪘어요. 복용한 지 2주일도 채 안 되었는데 바로 살이 붙더라고요. 

저는 원래 마른 체질이라 평생 몸무게가 급격히 늘어본 적이 없어서 걱정스러웠어요. 

병원에서 정신과 약은 처음에는 무조건 2주 정도 참으면서 복용해야 한다고 해서 꾹 참고 먹었지만, 체중이 계속 불어났어요. 

5kg, 7kg, 8kg... 훅훅 늘더라고요.

10kg이 되기 전에는 안 되겠다 싶어 결국 의사 선생님과 상담 후 약을 바꿨습니다.

 

바꾼 약은 데파코트.

다행히 살은 더 찌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엄청난 졸음이 쏟아지더라고요. 

그냥 조금 졸린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과수면 상태였어요. 

주말에는 전날 밤에 잠들어도 다음 날 오후 1~2시에 일어날 정도였어요. 

원래 불면증이 있었는데, 불면이 나아진 게 아니라 하루는 아예 못 자고 하루는 기절하듯 자는 식이 반복되었고 늘 눈이 피로했어요. 

약 효과는 커녕 하루 종일 몽롱한 상태가 지속되어서 결국 또 약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약을 모두 금방 금방 바꾸지 않았고, 꾸준히 복용해본 후에 효과가 없는 걸 인지하고 의사와 상담 후에 바꿨어요.

 

세번 째로 바꾼 약은 환인설트랄린.

그렇게 거쳐서 최종적으로 정착한 약이 바로 환인설트랄린이에요. 용량은 25mg 입니다. 프로작, 인데놀도 같이 먹고 있고요.

그 전에 겪었던 체중 증가와 과수면 부작용이 없었고 드디어 효과를 본 약이에요.

이 약을 먹고 난 뒤(다른 약들과 병행했던 덕분인지도 모르겠지만) 평생 1분도 집중을 못 하던 제가 50분짜리 강의를 한 번에 다 듣게 되었어요! 

어릴 때부터 심했던 강박과 우울, 불안, 불면 중에서 특히 수면장애가 많이 좋아졌어요. 

그리고 예전에는 화가 나면 곧바로 욱해서 표현하거나 눈물부터 나서 감정 조절이 정말 안 됐는데, 감정 기복도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느끼고 있어요.

또 신기한 건 MBTI도 바뀌었어요! 

늘 N이었던 성향이 S가 되고, 고정적이던 T가 F로 나오기도 하더라고요.

물론 저는 MBTI 검사가 할 때마다 조금씩 바뀌기도 하는지라, 나중에 또 바뀔지도 모르겠지만요.

부작용은 없느냐? 하면 사실 이것도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입마름 부작용이 조금 있긴 하지만, 약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서 이렇게 1L 물마시기 물병을 가지고 다니며 시간마다 물을 열심히 마시고 있고, 약은 꾸준히 복용 중입니다.

우울증약 설트랄린 복용기ㅡ각종 부작용과 나에게 맞는 약을 찾기까지 걸린 2년의 시간

 

저는 저에게 맞는 약을 찾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울증 약조차 나랑 안 맞는구나 난 진짜 실패한 인생인가 봐 하면서 스스로 자기비하도 많이 했는데요.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다른 약을 계속 시도해 본 게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약을 먹는 동안에도 다른 방법으로도 노력해야 합니다. 방법이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에요.

쉬는 날에 늦잠자지 않기.

일찍자고 일찍일어나기.

무조건 매일 매일 30분이라도 산책하며 햇빛 쬐고 샤워하기.

사소한 건데 이게 커요.

병원가면 아마 거의 모든 의사들이 하는 솔루션 중 하나일 거 같아요.

 

진짜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루틴의 위력이 정말 커요. 

왜냐하면 하루를 길게 쓰기 위해서예요. 하루가 너무 짧아지면 오늘도 난 한 게 없구나...하는 부정적인 생각의 굴레로 빠져버리거든요. 그걸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에요.

우울증과 불면증은 바늘과 실 같은 짝꿍이라, 이 두 가지를 겪는 분들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걸 극도로 힘들어해요. 저도 그랬고요.

저도 처음에는 이런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들이는 게 너무 힘들고 버거웠는데 하루아침에 오늘은 7시에 일어나야지! 이게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기상 시간을 앞당기면서 생활 패턴을 고쳐나갔어요.

 

 

같은 터널을 지나고 계신 분들에게.

지금 이 순간에도 약이 잘 안 맞아서 고생하고 계신 분들, 혹은 저처럼 부작용 때문에 스트레스 받거나 비슷한 어려움을 검색하다가 이 글을 보게 된 분들이 계시겠죠.

제가 약을 먹은 지 벌써 2년이 되었어요. 

전문가분들이 그러시는데, 우울증은 최대한 빨리 병원에 와서 약을 먹기 시작할수록 치료 기간도 훨씬 빨라진대요. 그러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약의 힘을 믿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처음엔 내 몸에 맞는 약을 찾는 과정이 고되고 캄캄한 터널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이 약도 안 들으면 어쩌지? 하는 절망감이 들 수도 있고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내 몸에 귀 기울이다 보면 반드시 나에게 스며드는 찰떡같은 약을 만나게 되더라고요.

저의 목표는 약을 먹어가면서 증상이 호전되었으니 이제 잘 관리해서 점점 약을 줄이며 단약하는 것까지가 목표예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맞는 약을 찾았으니 점점 목표 지점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고, 가까워졌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우울로 고생하시는 분들은 약의 힘을 믿여보셨으면 좋겠어요.

약이 힘들다면 제가 말한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햇빛 쬐기 이 방법이라도 해보시면 좋겠어요.

각자 꼭 맞는 방법을 찾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버텨내고 있을 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우리 조금만 더 힘내서 환한 빛을 찾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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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울증을 주제로 4.4만명이 이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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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MBTI를 주제로 9.8만명이 이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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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불면증을 주제로 1.5만명이 이야기 중

댓글5
  • 익명5
    약을 여러 개 드셔 보신 만큼 부작용을 많이 겪으셨네요. 저도 부작용이 있는데 이 글 보고 좀 위로 받고 갑니다.
  • 익명4
    저도 우울증 약은 한 번에 맞는 약을 찾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직접 2년 동안 여러 약을 바꾸며 겪으신 과정을 보니 얼마나 힘든 시간이었을지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약을 찾으신 점이 정말 대단하세요. 궁금한데 설트랄린으로 바꾸고 나서는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셨나요? 처음 복용했을 때도 적응 기간 동안 불편한 증상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 익명3
    2년간의 기록을 보니 많이 노력을 하셨네요..
    잘 극복하셨다니 다행이네요.. 건강한 하루 보내시길 응원할께요
  • 익명2
    약을 세 번이나 바꾸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맞는 약을 찾으셨네요
    생활 습관도 바꾸고  많이 좋아지셨다니 앞으로도 힘내세요
  • 익명1
    글쓴이님 글 정말 한 자 한 자 가슴에 꾹꾹 눌러 담으며 읽었어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체중 증가에 과수면까지 안 맞는 약 때문에 몸도 마음도 고생 많으셨을 텐데, 포기하지 않고 끝내 맞는 약을 찾아내신 과정이 진짜 눈물겹고 대단하세요. 정신과 약 처음 먹을 때 부작용 오면 '난 약도 안 듣나 봐' 하고 지레 포기하시는 분들 정말 많은데, 2주 넘게 살이 훅훅 붙고 하루 종일 머리 멍해서 기절하듯 자는 그 고통을 견디면서 의사쌤이랑 꾸준히 상의하고 약 바꿔가신 거 진짜 자신을 포기하지 않은 위대한 발걸음이셨어요.
    
    약이 맞기 시작하면서 50분 강의 다 들을 수 있게 된 거랑 감정 기복 줄어든 이야기는 지금 터널 속에 있는 다른 분들께 엄청난 희망이 될 것 같아요. 뇌가 완전히 망가진 것 같았지만 결국 적절한 약을 만나면 다시 돌아온다는 걸 증명해 주신 거니까요. 특히 하루가 짧아지면 오늘도 한 게 없다는 부정적인 생각의 굴레에 빠진다는 말씀은 진짜 우울증을 겪어본 사람만 아는 찐 조언이라 무릎을 탁 치게 만드네요. 늦잠 안 자고 햇빛 쬐며 산책하는 사소한 루틴이 부정적인 생각을 막아주는 안전장치라는 걸 많은 분들이 꼭 아셨으면 좋겠어요.
    
    맞는 약 찾으셨으니 이미 절반은 성공하신 거니까 앞으로 의사쌤이랑 상의해가면서 서서히 줄이다 보면 원하시는 단약이라는 최종 목표도 분명히 건강하게 이루실 수 있을 거예요. 서두르지 말고 지금처럼 내 몸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차근차근 나아가시길 바라요. 같은 터널을 지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등불 같은 글 써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최종 목표까지 저도 같이 온 마음을 담아 꽉 응원할게요! 우리 조금만 더 힘내서 환한 빛을 향해 가봐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