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저는 우울증 약을 2년째 먹고 있어요.
자가점검을 통해 우울증을 발견하고 병원에 가게 됐다는 후기는 많이 봤는데
저는 이미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자가점검을 오랜만에 해본 경우라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설트랄린을 2년째 먹고 있는데 이 과정까지 순탄하진 않았어요.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 복용 후에 한번에 좋아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아니었거든요.
처음부터 지금 약을 먹었던 건 아니거든요.
이전에 복용했던 약들은 저와 잘 맞지 않았어요.
부작용이 너무 많았습니다.
일단 우울은 그대로에
체중증가
메스꺼움
불면증이 더 심화되고
그렇게 1년 넘게 고생하다 저와 맞는 약이 바로 이 약이었어요.
약 찾기 대장정으로 시간 흘러갈 때도 많다고 하니...
저같은 케이스가 드문 케이스는 아닌 걸로 알아요.
현재 약을 복용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는
일단 예전에 있었던 부작용은 없다는 거예요.
그리고 감정기복도 많이 안정됐고
예전처럼 짜증이나 예민함이 심하게 올라오는 일도 많이 줄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우울증 자가점검을 해봤어요.
예전에 자가점검을 했을 때는 매번 긴급 SOS에 해당하는
가장 위험한 상태로 나왔었거든요.
그때는 검사 결과를 보는 것 자체가 무서울 정도였고
내가 정말 많이 힘든 상태라는 걸 결과를 통해 다시 확인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데 이번 결과는 마음환기 필요였어요.
이런 결과가 나올 줄 몰라서 조금 놀랐어요.
저는 제가 약을 먹고 난 이후에는 스스로가 좋아졌다고 느껴서
안정 상태가 나오진 않을까? 은근히 기대했거든요 ㅎㅎ
그래도 심각한 상태로 나온 건 아니고
현재 제 상태가 특정 우울 상태에 해당하기보다는
평균적인 범주에 있다는 결과라서.. 뭐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어요.
이러한 결과가 나온 이유가 제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한살 한살 나이를 먹어가며 걱정거리가 아무래도 조금씩 늘어나잖아요.
예전에는 하나의 문제만 해결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면
지금은 일이나 인간관계, 앞으로의 생활처럼 생각해야 할 것들이 조금씩 많아졌어요.
몸이 예전 같지 않게 피곤한 날도 있고요.
그런 부분들이 질문에 답할 때 조금씩 반영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서 저는 이번 결과를 보고
아직 마음환기는 조금 필요하구나 정도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지금 관리 방법은?
2년 째 먹고 있는데 저의 최종 목표는 단약이에요.
그래서 단약을 목표로 관리 중이에요.
제 마음대로 약을 끊을 생각은 없고요.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서 조금씩 제 생활을 관리하고
필요한 부분은 병원에서 의료진과 계속 상의해가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예전처럼 다시 크게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스트레스를 쌓아두지 않으려고 해요.
예전에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억지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너무 지치는 날에는 일정을 조금 줄이고 쉬어주는 것도 관리라고 생각해요.
기분을 환기할 수 있는 취미나 가벼운 외출도 일부러 하고 있고요.
우울하다고 집 안에만 있는 건 정말 도움이 안되더라고요.
운동도 하고 있고...
개인적으로 전 우울감을 불러일으키는 컨텐츠도 보지 않습니다.
결국 제가 생각하는 단약과 관리방법은
약을 빨리 끊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약을 끊어도 제 마음이 다시 무너지지 않을 만큼
안정적인 상태를 만드는 것에 가까워요.
예전에 약을 바꾸면서 힘든 시간을 오래 겪어봤기 때문에
안정된 상태를 충분히 유지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조급하게 단약 시기를 정해놓기보다는
지금의 안정적인 상태를 잘 유지하면서
그때가 왔을 때 의료진과 함께 천천히 준비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약을 먹고 있더라도,
또는 내 나름대로 취미생활도 하고 관리를 하고 있더라도
힘든 순간은 다시 찾아올 수 있어요.
그럴 때는 절대 혼자 참지 마시고 누군가에게 꼭 얘기하세요.
의사와 통화해도 되고, 정 힘들면 109에 하세요. 아님 1588-9191이요!
자가점검을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그 마음도 이해해요.
저도 예전에는 검사할 힘조차 없었고
검사를 해봤자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그 결과를 보기 싫어서 차라리 모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자가점검을 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의 저와 지금의 제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혹시 결과가 걱정돼서 검사를 망설이고 계신다면
너무 겁먹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결과가 어떻든 그건 나를 판단하는 점수가 아니라
지금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한번 들여다보는 계기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처럼 이미 치료를 받고 있는 분들도
가끔씩 내 상태를 점검해보는 느낌으로 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고요.
저도 앞으로 꾸준히 치료받으면서
약을 먹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언젠가는 약 없이도
안정적인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를 목표로 천천히 관리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