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이 고역이었습니다. 50대에 접어들며 어깨에 얹힌 가장의 무게와 직장에서의 스트레스가 임계점을 넘은 것 같았습니다. 종일 멍하고, 좋아하던 취미 생활도 귀찮아졌으며, 별것 아닌 일에도 짜증이 솟구쳤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건 가족들에게 자꾸만 모진 말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밤에는 자려고 누우면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새벽녘까지 잠들지 못하는 날이 허다했습니다.
단순한 번아웃이나 갱년기 증상이라 치부하며 버텠지만, 상태는 점점 나빠져 급기야 일상적인 업무조차 제대로 처리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던 중 트로스트 앱을 알게 되었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우울증 자가점검을 진행했습니다.
질문에 하나씩 답을 내려가다 보니 그동안 외면하려 했던 제 상태가 객관적인 수치로 드러나더군요. 검사 결과는 '심한 우울 상태'로, 점수는 무려 37점이었습니다. '일상 유지가 어려울 만큼 우울감이 깊어져 적극적인 도움과 돌봄이 필요한 상태'라는 문구를 보는 순간, 가슴 한구석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50대 남성 평균이 21점인데, 제 점수는 그보다 훨씬 높았고, 전체 참여자 중 상위 24%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제 의지 부족이라 자책했던 고통들이 질병의 증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두려움과 동시에 묘한 안도감이 밀려왔습니다.
이 결과를 눈으로 확인한 이상 더는 미룰 수 없었습니다. 검사 결과를 스마트폰에 저장한 채, 집 근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습니다. 의사 선생님께 트로스트 검사 결과 화면을 보여드리며 제 상태를 설명해 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자가점검 결과가 제 현재 상태를 상당히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며, 구체적인 증상과 생활 습관 등에 대해 자세히 상담해 주셨습니다.
상담과 정밀 검사를 거쳐 정식으로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렉사프로정 10mg'**과 수면 유도제를 처방받았습니다. 약물 복용 초반 약 2주 동안은 약간의 메스꺼움과 졸음, 입안이 바짝 마르는 듯한 부작용이 나타나 다소 불편했습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의 안내대로 꾸준히 매일 같은 시간에 약을 복용하자 3주 차부터 부작용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현재 6개월 동안 지속해서 복용 중인데, 치료 전에 비해 마음을 짓누르던 무거운 우울감과 불필요한 불안감이 한결 완화되었습니다. 덕분에 수면의 질이 크게 개선되었고, 일상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력과 집중력도 다시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매일 30분씩 가벼운 산책을 하고, 수면 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약물 치료와 생활 습관 관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처음 자가점검을 할 때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두렵기도 하고, 50대 남성이 정신과를 찾는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시선 때문에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가점검은 제 상태를 객관적으로 직시하고 적절한 치료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준 결정적인 첫걸음이었습니다.
혹시 지금 마음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점검이나 진료를 망설이고 계신다면, 혼자서 고민하기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자가점검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스스로의 상태를 알아채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이미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