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자가진단 21점 나오고 렉사프로 복용하고 이겨내는 나의 이야기

안녕하셔요

 

살다 보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어느 순간 갑자기 밀려올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정말 남들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하게 살던 사람이었습니다. 아침에 눈뜨면 집안일 하고, 남편 출근시키고, 오후엔 시장 봐서 저녁 준비하고.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하루하루였지만, 그게 제 삶의 전부였고 저는 그걸로 충분히 만족했었어요.

 

그런데 몇 년 전, 남편이 추진하던 사업이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정말 순식간이었어요.

 

처음에는 그냥 지나가는 바람이겠거니 했습니다.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는 거지, 하고요. 근데 집으로 빚 독촉 전화가 하루가 멀다 하고 걸려 오고, 평생 티브이에서나 보던 빨간 딱지라는 걸 실제로 마주하게 되니까 정신을 차릴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게 평온하던 삶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어요. 당장 내일 아침이 오는 게 무서웠습니다. 밤마다 이불 속에서 뒤척이며 천장만 바라봤어요. 옆에서 곤히 잠든 남편 숨소리를 들으면서도 저는 한숨도 못 자고, 머릿속으로는 계속 최악의 상황들만 그려졌습니다.

 

그렇게 불면증이 시작됐어요. 그리고 얼마 안 가서 가슴이 턱 막히고 숨이 안 쉬어지는 증상까지 찾아왔습니다. 집 전화벨만 울려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어요. 혹시 또 빚 독촉인가 싶어서 손이 벌벌 떨리고, 받기도 전에 이미 숨이 가빠지곤 했습니다.

 

근데 제일 무서웠던 건 그게 아니었어요. 제 감정을 제가 통제할 수 없다는 거였습니다. 별일 아닌 걸로 남편이나 애들한테 버럭 소리를 지르고, 그러고 나면 방문 닫고 들어가서 몇 시간씩 훌쩍이며 울었어요. 그러다 문득 거울 속 제 모습을 보면, 이게 정말 나인가 싶고, 내 정신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소름이 끼치도록 무서웠습니다.

 

밤마다 핸드폰 붙잡고 검색했어요. 가슴 답답할 때, 잠 안 올 때 정신과, 공황장애 초기증상. 이런 걸 몇 시간씩 들여다보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눈을 붙이고, 그마저도 얕은 잠이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에 우연히 앱으로 우울증 자가점검이라는 걸 해봤어요. 큰 기대는 안 했는데, 결과가 21점이 나오더라고요. '우울 상태'라는 문구 밑에 무기력, 외로움, 흥미 저하로 일상이 버거울 수 있다는 설명이 쭉 떠 있었어요.

 

우울증 자가진단 21점 나오고 렉사프로 복용하고 이겨내는 나의 이야기

 

그 글자들을 가만히 보고 있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아, 내가 그동안 정말 많이 힘들었구나, 이게 나 혼자만의 착각이 아니었구나 싶어서요. 60대 이상 여성 평균이 26점이라고 하니 저는 그보다 5점 낮은 거였지만, 그게 위안이 되진 않았어요. 이미 제 마음은 바닥까지 내려가 있었으니까요.

 

우울증 자가진단 21점 나오고 렉사프로 복용하고 이겨내는 나의 이야기

 

그 결과를 보고, 더는 이렇게 혼자 끌어안고 있으면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집 근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갔어요.

 

병원 앞에서 정말 오래 서성였습니다. 문고리를 잡았다 놨다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몰라요. 내가 정신과라니, 하는 생각도 들고, 남들이 알면 어쩌나 하는 겁도 났고요. 그래도 그날 용기를 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제 얘기를 정말 차분하게 들어주셨어요. 중간에 말이 막히고 눈물이 나도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주셨고요. 그러고는 우울증과 불안 증상이 함께 온 상태라며,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처방받은 게 렉사프로정 10mg이었어요.

 

처음 한두 달은 아침마다 그 작은 알약 하나 삼키는 것조차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걸 먹는다는 게 내가 정말 환자구나, 하는 걸 매일 확인하는 기분이었거든요. 속이 더부룩하고 입이 마르는 부작용도 며칠 있었고요.

 

근데 신기하게도, 3개월, 6개월 꾸준히 먹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 가슴을 짓누르던 그 무게가 조금씩 가벼워지더라고요. 밤에 잠드는 것도 훨씬 수월해졌고, 전화벨이 울려도 예전만큼 심장이 덜컥하지 않았습니다.

 

약을 먹는다고 형편이 갑자기 좋아지거나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적어도 그 상황을 조금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는 힘, 버텨낼 수 있는 마음의 체력 같은 걸 만들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요즘은 약 복용이랑 같이 마음을 돌보는 시간도 꾸준히 가지려고 해요. 심리상담도 정기적으로 받으면서 그동안 속에 꾹꾹 눌러뒀던 것들을 조금씩 꺼내놓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이런 얘기를 남한테 한다는 게 낯설었는데, 이제는 상담 시간이 한 주 중에 제일 기다려지는 시간이 됐어요.

 

아침에는 10분이라도 가만히 앉아서 명상을 하고요. 집 근처 산책로를 30분씩 걷는 것도 빼먹지 않으려고 해요. 예전 같으면 그냥 스쳐 지나갔을 바람 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같은 게 요즘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몰라요. 별것 아닌 것 같은 이런 시간들이 요즘 제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자가점검 버튼 하나 누르는 것조차 망설이고 계신 분이 있다면 꼭 한번 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점수가 어떻게 나오든, 그건 여러분이 잘못 살아서가 아니에요. 그냥 그동안 너무 무거운 걸 혼자 짊어지고 오느라 마음이 지친 것뿐이에요.

 

혼자 끙끙 앓지 마시고, 필요한 도움은 꼭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 마음을 먼저 챙기는 게 결국 제일 중요한 일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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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 익명2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셨을지 감도 안 오네요.
    힘든 시간 잘 버텨내시고 꼭 평온해지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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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작성자님,  
    삶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가 갑작스럽게 밀려왔을 때의 그 벅찬 감정과 고통, 정말 깊이 공감합니다. 남편 분의 사업이 무너지며 겪으신 정신적 충격과 그로 인해 시작된 불면증, 숨 막히는 가슴 답답함, 그리고 삶의 위축감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마음이 무겁습니다.  
    
    우울증 자가진단에서 21점이 나와 무기력과 외로움, 흥미 저하로 일상이 힘들 수 있다는 결과를 접하며 그동안 혼자 견뎌온 마음의 고통이 외면할 수 없는 현실임을 깨닫게 되신 것도 무척 큰 용기였어요. 그리고 그날 처음 병원을 방문하신 용기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누구나 쉽지 않은 결정이고 망설임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그걸 넘어서 한걸음 내디딘 점이 정말 중요합니다.  
    
    렉사프로 10mg을 복용하시면서 경험하신 불편한 부작용들, 약을 먹는 행위 자체가 자신을 환자로 받아들이는 느낌 때문에 느끼는 무거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3개월, 6개월 꾸준히 복용하시면서 조금씩 증상이 가벼워지고, 예전처럼 잠들기 힘들던 밤들이 조금씩 호전되어 감을 느끼고 계신 점, 정말 다행이고 칭찬드리고 싶어요.  
    
    약으로 모든 상황이 갑자기 좋아지지 않아도, 그 약이 마음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내고 버티는 힘을 키워주는 큰 힘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 주세요.  
    
    또한 심리상담을 정기적으로 받으시면서 마음속 깊은 이야기들을 꺼내놓는 연습을 하시는 지금의 일상도 참 소중한 변화입니다. 명상과 산책 같은 작은 습관들이 버거웠던 하루를 견디게 하는 힘이 되어 주지요.  
    
    이 글을 읽는 분들께도 꼭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자가진단 버튼 하나 누르기도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지만, 그 시작이 내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고 돌보는 첫걸음입니다. 혼자 애쓰지 마시고 꼭 필요한 도움을 받아 주세요. 자신의 마음을 아끼고 돌봐 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일임을 믿으셨으면 해요.  
    
    작성자님이 이렇게 솔직한 경험과 꾸준한 노력을 통해 회복해 가시는 모습을 응원하며, 언제나 그 길에 함께하겠습니다. 힘내세요.  
  • 익명1
    남편분의 사업 실패와 빚 독촉, 그리고 홀로 집안의 중심을 잡으려 애쓰시며 밤마다 숨죽여 울었을 작성자님의 고단함이 가슴에 깊이 닿았습니다.
    
    저 역시 부모님의 사업 실패와 사기로 떠안게 된 막대한 빚을 갚느라 20대 청춘을 오롯이 쏟아부었던 적이 있습니다.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버텼지만, 불면증과 공황 증상이 찾아왔을 때의 그 낯설고 무서운 감정을 저 역시 뼈저리게 느껴보았습니다.
    
    원래 성격이 느긋하고 낙천적인 편이라 웬만한 일에는 무던한 저조차도 자괴감과 무기력함에 짓눌려 아침에 눈뜨는 것이 고통스러웠기에, 작성자님께서 거울 속 자신을 보며 느끼셨을 공포와 절망이 얼마나 크셨을지 감히 헤아려봅니다.
    
    하지만 정신과 문턱 앞에서 망설이면서도 용기를 내어 치료를 시작하시고, 약 복용과 심리상담, 아침 명상과 산책을 챙기며 스스로를 돌보기 시작하신 모습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저 또한 자가점검(21점, 가벼운 우울) 결과를 계기로 제 상태를 인정하고, 밤마다 10km씩 러닝을 뛰며 땀을 흘리고 주말에는 도서관에서 커피 한 잔과 독서를 즐기는 나만의 힐링 루틴을 만들어 비로소 긍정의 기운을 되찾을 수 있었거든요. 산책길에서 느끼는 햇살과 바람 소리가 마음을 살리는 강력한 처방이 되어준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약이 형편을 바꿔주진 않지만 상황을 떨어져 바라볼 마음의 체력을 만들어준다"는 작성자님의 담담하고 지혜로운 고백은, 지금도 혼자 끙끙 앓며 망설이고 있을 많은 분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정말 잘 견뎌오셨습니다. 이제는 타인이나 상황보다 작성자님 자신의 평온을 최우선으로 두시길 바라며, 앞으로의 하루하루에 따스한 햇살과 차분한 평온함만이 가득하기를 마음 깊이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