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자가점검 심한 우울 상태 24점 직장 상사 스트레스로 심리상담 시작했어요

요즘 아침에 눈을 뜨고 출근길에 나서는 발걸음이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처럼 너무 무거워서 제 답답하고 괴로운 이야기를 이곳에 좀 털어놓으려고 해요. 불과 반년 전만 해도 저는 일에 대한 열정도 나름대로 있었고 회사에서 적당히 인정도 받으며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이어가던 30대 직장인이었어요. 그런데 부서가 대대적으로 개편되고 새로운 팀장님이 오시면서 제 평온했던 일상은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죠. 

 

아침에 잠에서 깨면 지옥 같은 하루가 또 시작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턱 막히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는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명치가 꽉 막힌 듯 답답해지더라고요. 팀장님은 사사건건 제 업무를 간섭하는 것을 넘어 다른 팀원들이 다 듣는 열린 공간에서 제 능력을 깎아내리고 인격적인 모욕을 주는 언사를 서슴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제가 정말 능력이 부족하고 일을 못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자책하며 밤을 새워가며 완벽하게 일을 해내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돌아오는 건 수고했다는 말이 아니라 더 날 선 비난과 조롱뿐이었어요. 매일같이 쏟아지는 폭언과 교묘한 가스라이팅 속에서 저는 점점 스스로를 갉아먹으며 내가 정말 구제 불능의 바보 같은 인간인가 하는 깊고 어두운 자기혐오의 늪으로 무기력하게 빠져들고 있었어요.

 

퇴근을 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도 귓가에는 팀장님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환청처럼 계속 맴돌았어요. 옷을 갈아입고 씻을 최소한의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아서 캄캄한 거실 바닥에 외투도 벗지 않은 채 우두커니 쓰러져서 천장만 멍하니 바라보는 날들이 셀 수 없이 많아졌죠. 

 

금요일 저녁이 되어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어요. 퇴근 직후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가는 안도감이 끝나고 나면 토요일 오후부터는 다가올 월요일 출근에 대한 극심한 공포와 불안감이 온몸을 무겁게 짓눌렀거든요. 재미있다는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놓아도 단 1번도 웃음이 나지 않았고 평소에 그렇게 좋아하던 배달 음식을 시켜 먹어도 입안에서 모래알이 굴러다니는 것처럼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원인을 알 수 없는 극심한 소화불량과 찢어질 듯한 두통을 매일 달고 살아서 동네 내과를 수시로 들락거렸지만 의사 선생님께서는 그저 극심한 스트레스성 증상이라는 허무하고 뻔한 대답만 돌려주실 뿐 뾰족한 해결책은 없었어요. 잠자리에 누우면 내일은 또 회의 시간에 어떤 말도 안 되는 꼬투리를 잡혀서 팀원들 앞에서 철저하게 망신을 당할까 하는 불안감에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려서 새벽 3시 4시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게 아주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렸어요.

 

이런 끔찍한 악순환이 6개월 가까이 지속되다 보니 어느 순간 제 안의 가장 소중한 무언가가 툭 하고 끊어져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매일 아침 거울 속에 비친 제 얼굴은 생기라고는 1개도 찾아볼 수 없는 잿빛이었고 눈동자는 초점을 잃고 흐리멍덩해져 있었어요. 하루하루 피가 바싹바싹 말라가는 끔찍한 기분 속에서 차라리 내일 아침 출근길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달려오는 차에 치여서 다리라도 부러져 병원에 몇 달 푹 입원했으면 좋겠다는 무섭고도 극단적인 상상까지 하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는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내가 나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도저히 이대로는 숨을 제대로 쉴 수조차 없겠다는 생존 본능 같은 것이 번쩍 들었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절박한 심정으로 스마트폰을 켜서 마음 상태를 객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방법들을 미친 듯이 검색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트로스트 앱을 알게 되었고 퇴근 후 캄캄한 방안에 혼자 웅크리고 앉아 자가점검 문항들을 하나씩 천천히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질문 하나하나가 마치 제 비참하고 너덜너덜해진 일상을 누군가 몰래 훔쳐보고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아서 답변을 체크하는 내내 참았던 눈물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멈추지가 않았어요. 밖에서는 직장 동료들에게 부모님께 친구들에게 늘 괜찮은 척 강한 척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며 가면을 쓰고 살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솔직하게 제 밑바닥의 처참한 감정들을 마주하는 뼈아픈 시간이었거든요. 제발 누군가 제 마음을 알아주고 이 끔찍한 지옥 같은 고통에서 나를 제발 꺼내주었으면 하는 간절하고 애타는 마음으로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마지막 문항까지 체크를 마쳤어요.

 

 

우울증 자가점검 심한 우울 상태 24점 직장 상사 스트레스로 심리상담 시작했어요

 

모든 문항에 답을 하고 결과 화면이 로딩되는 짧은 순간 동안 저는 숨을 죽이고 긴장한 채 스마트폰 액정만 뚫어지게 바라보았어요. 화면이 바뀌고 심한 우울 상태라는 경고 같은 붉은색 글씨와 함께 24점이라는 숫자가 아주 선명하게 화면 중앙에 떠 있더라고요. 일

 

상 유지가 어려울 만큼 우울감이 깊어져 적극적인 도움과 돌봄이 필요한 상태라는 결과지의 문장을 천천히 소리 내어 읽어보는데 그동안 내가 무너져 내리는 줄도 모르고 꾹꾹 눌러참으며 버텨왔던 억울함과 서러움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소리 내어 울고 말았어요. 내가 꾀병을 부리는 게 아니었구나 남들보다 멘탈이 약하고 나약해빠져서 못 버틴 게 아니라 정말로 내 마음이 심각하게 병들어 가고 있었구나 하는 사실을 객관적인 지표로 확인받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런데 저를 더욱 크게 놀라게 하고 동시에 묘하게 엄청난 위로를 주었던 건 바로 그 24점이라는 숫자 아래에 작게 적혀 있던 통계 데이터 내용이었어요. 제가 받은 24점이라는 점수가 30대 남성 평균 점수와 완벽하게 동일하다는 문구를 보았거든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이 검사를 받았는데 제가 그중에서 53% 구간에 위치해 있고 심지어 30대 남성 평균과 일치한다는 사실이 머리를 쿵 하고 얻어맞은 것처럼 너무나도 충격적이었어요. 

 

처음에는 심한 우울 상태가 나올 정도로 내 점수가 이렇게 높은데 이게 평균이라고 하는 생각에 도무지 믿기지가 않아서 화면을 몇 번이나 다시 새로고침해서 들여다봤어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참 많은 감정이 교차하더라고요. 

 

대한민국에서 숨 막히는 직장 생활을 하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30대 남성들이 다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멀쩡하게 걸어 다니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매일 밤 피눈물을 흘리며 벼랑 끝에 위태롭게 서 있구나 하는 씁쓸하면서도 끈끈한 동질감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졌어요. 

 

나 혼자만 유별나게 모자라고 멘탈이 약해서 이 직장 지옥을 못 버티고 무너져 내린 게 아니라는 사실 한개만으로도 목을 조르고 있던 밧줄이 스르륵 풀리며 꽉 막혀있던 가슴이 한결 뚫리는 기분이었거든요. 

 

모든 불행의 원인이 비정상적인 직장 상사의 폭력적인 태도와 수직적인 조직 문화에 있는 것이지 결코 내 존재 자체가 잘못되거나 무능력해서가 아니라는 걸 1660456명이라는 수많은 사람들의 데이터로 위로받고 나니 더 이상 나 자신을 방치하면 안 되겠다는 강력한 생존 의지가 불타올랐어요.

 

결과를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고 나서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며칠 밤낮을 치열하게 고민했어요.

 

당장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 달려가서 약을 처방받을지 아니면 전문적인 심리 상담을 받아볼지 온갖 커뮤니티와 후기 글들을 뒤져가며 찾아보았죠. 

 

약을 먹으면 뇌 호르몬이 직접적으로 조절되어서 감정 기복이 빠르게 안정된다고들 하지만 저는 제 우울과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이 100% 직장 상사라는 점이 너무나 명확했기 때문에 접근 방향을 조금 다르게 잡고 싶었어요. 

 

단순히 약물로 제 감정을 둔감하게 억누르고 고통을 회피하기보다는 제 내면의 무너진 방어막을 아주 튼튼하게 다시 세우고 싶었거든요. 

 

상사의 악의적인 말들에 더 이상 무방비 상태로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을 단단하게 지켜낼 수 있는 심리적인 근육과 건강한 대처 방법을 전문가에게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간절함이 약물 치료보다 훨씬 더 컸어요. 

 

그래서 1회에 80000원 정도 하는 비용이 조금 부담되기는 했지만 큰 마음을 먹고 직장인 스트레스 상담 후기가 유독 좋은 회사 근처의 심리상담센터를 예약하고 방문하게 되었어요.

 

처음 상담센터의 낯선 문을 열고 들어가던 날의 그 두려움과 심장의 떨림은 아직도 너무 생생해서 잊을 수가 없어요. 태어나서 처음 보는 낯선 상담 선생님께 제 가장 비참하고 찌질하며 바닥을 치는 감정들을 전부 낱낱이 쏟아내야 한다는 게 부끄럽고 무서워서 대기실 소파에 앉아 10번도 넘게 도망칠까 고민했거든요. 

 

하지만 은은하고 따뜻한 조명 아래서 향긋한 차를 한 잔 내어주시며 어떠한 편견도 없이 다정하게 제 눈을 맞춰주시는 선생님의 인자한 모습에 그동안 꽁꽁 얼어붙어 굳게 닫혀있던 마음의 문이 아주 조금씩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어요. 선생님은 절대 제 말을 중간에 끊거나 재촉하지 않으시고 제가 불안감을 가라앉히고 편안하게 입을 뗄 수 있을 때까지 침묵하며 묵묵히 50분 내내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셨어요. 

 

아주 조심스럽게 더듬더듬 팀장님과 있었던 끔찍한 일들 그로 인해 매일 밤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던 참담한 심정들을 하나둘씩 털어놓다 보니 어느새 체면도 나이도 다 잊은 채 어린아이처럼 콧물까지 쏟아가며 엉엉 소리 내어 오열하고 있더라고요.

 

선생님은 제 이야기를 전부 경청해 주신 후에 제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시며 정말 단호하고 분명한 어조로 말씀해 주셨어요. 

 

직장 상사가 업무적인 지도를 넘어서서 개인적인 화를 내고 모욕을 주는 건 온전히 그 사람의 내면이 빈곤하고 인격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것이지 결코 제 능력이 부족하거나 제가 못난 인간이라서 겪는 일은 절대 아니라고요.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가해자의 비정상적인 감정 쓰레기통 역할을 하느라 내 소중하고 귀한 자아를 갉아먹을 필요가 전혀 없다고 명확하게 가해자와 저를 분리해서 선을 그어 주시는데 그 말 한마디가 제 족쇄를 끊어내 주는 기적 같은 위로가 되었어요. 

 

그동안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갈등이 다 내 탓이라고 스스로를 뼛속까지 미워하고 잔인하게 학대하던 시간들이 얼마나 억울하고 나 자신에게 가혹했는지 깨닫게 되면서 내면 깊은 곳에 단단하게 엉켜있던 실타래가 스르륵 풀리는 벅찬 기분이었죠.

 

그날 이후로 지금 2달째 일주일에 1번씩 퇴근 후에 정기적으로 상담센터를 방문하며 다치고 찢어진 마음을 꿰매고 치료하며 회사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어력을 키우는 훈련을 치열하게 하고 있어요. 물론 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내일 당장 우리 팀장님이 천사표 멘토로 변한다거나 제 업무 환경이 하루아침에 꽃길로 바뀌는 마법 같은 일은 1%도 일어나지 않아요. 

 

여전히 아침 출근길은 가슴이 답답하고 출근하자마자 쏟아지는 짜증 섞인 질책을 묵묵히 견뎌내야 하는 서러운 현실은 눈앞에 그대로 존재하고 있죠. 하지만 그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는 제 안의 대응 방식과 마음가짐이 상담을 통해 완전히 180도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상사의 비난 한마디가 심장에 비수처럼 꽂혀서 내 존재 가치가 곤두박질치는 것처럼 처절하게 아파했다면 이제는 제 머릿속과 심장 겉면에 아주 두껍고 투명한 방탄 유리벽을 한 개 튼튼하게 세우는 이미지 트레이닝 연습을 매일같이 하고 있거든요.

 

상사가 또 회의실에서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며 인신공격을 퍼부을 때 예전처럼 죄인처럼 덜덜 떠는 대신 마음속으로 아주 크게 저건 내 업무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저 사람의 분노 조절 장애일 뿐이다 타격감 0이다 라고 속으로 끊임없이 주문을 외워요. 

 

그렇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다 보면 상사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독설들이 내 깊은 마음에 닿기도 전에 제가 세워둔 튼튼한 방탄 유리벽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나서 바닥으로 허무하게 튕겨 나가버리는 시각적인 상상이 생생하게 그려지면서 제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놀라운 힘이 생기더라고요.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이 훈련이 3주 4주 익숙해지니 상사가 아무리 길길이 날뛰어도 감정적으로 덜 동요하게 되고 이성적으로 업무적인 피드백만 걸러 듣는 스킬이 조금씩 늘어나는 걸 스스로 체감하고 있어요.

 

그리고 상담 선생님의 적극적인 권유로 퇴근 후의 일상과 회사 생활을 완벽하게 분리하는 데 엄청난 공과 에너지를 들이고 있어요. 예전에는 집에 와서도 상사의 날카로운 표정을 무한 반복으로 곱씹으며 밤새 이불을 걷어차고 억울해하느라 저녁 시간을 다 날려버렸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회사 회전문을 나서는 순간 직장인으로서의 스위치를 억지로라도 끄고 오롯이 나라는 개인의 삶으로 돌아오는 스위치를 켜는 의식적인 노력을 매일 반복하고 있어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우울한 생각에 빠질 틈을 주지 않기 위해 무조건 비트가 빠르고 신나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질 정도로 동네를 1시간 이상 걷거나 달리면서 뇌에 맴도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강제로 날려버리고 있어요. 나를 괴롭히는 상사 때문에 내 소중한 저녁 시간과 건강을 위한 수면 시간까지 바치는 건 내 인생에 너무 억울한 일이잖아요.

 

오직 상담과 제 의지만으로 이 험난한 과정을 이겨내고 있어서 가끔은 너무 지치고 다 포기하고 약의 힘을 빌리고 싶어질 때도 문득문득 찾아와요. 하지만 바닥까지 철저하게 무너졌던 제 자신이 이렇게 스스로의 힘과 의지로 아주 조금씩 다시 두 다리로 일어서고 있다는 사실 한 가지가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져서 가슴이 뭉클할 때도 있답니다.

 

지금 제 솜씨 없는 이 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서도 직장 상사의 악의적인 괴롭힘이나 인간관계 문제로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고통받고 계신 분들이 분명히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 저와 똑같이 24점 부근을 받으신 수많은 30대 직장인 분들 속으로는 피눈물을 삼키면서도 묵묵히 버텨내고 계실 텐데 제발 혼자서만 방구석에 틀어박혀 앓지 마시라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료로서 간절하게 부탁드리고 싶어요. 

 

직장 생활은 원래 다 치사하고 아니꼬운 거라고 내가 조금 더 참으면 다 해결될 거라고 맹신하는 그 체념이 결국은 내 소중한 뇌를 심각하게 병들게 하고 영혼을 파괴하는 무서운 독약이 되더라고요.

 

우리 몸이 베이거나 다쳐서 뼈가 부러지고 피가 철철 나면 고민하지 않고 당장 병원에 가서 상처를 꿰매고 깁스를 하는 게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잖아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마음이 잔인하게 찢어지고 멍들어서 피를 뚝뚝 흘리고 있을 때 심리 전문가를 용기 있게 찾아가서 내 상처를 보여주고 위로받고 치료를 받는 건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지혜롭고 멋진 건강한 행동이에요. 

 

내가 매일 밤 이불을 뒤집어쓰고 얼마나 짐승처럼 서럽게 울고 있는지 입을 열고 꺼내어 살려달라고 소리치지 않으면 세상 그 누구도 내 아픔을 먼저 알아서 챙겨주지 않아요. 저도 처음에는 앱으로 고작 문항 몇 개 체크하는 점검 한번 해본다고 해서 꼬여버린 내 직장 현실이 뭐가 달라지겠어 하고 비웃었거든요. 

 

하지만 액정 화면에 붉은 글씨로 명확하게 찍힌 24점이라는 결과와 30대 남성들의 참혹한 통계를 두 눈으로 직접 마주하고 나니 내가 지금 당장 살기 위해서라도 움직여야겠다는 강력한 행동력이 생겼거든요. 

 

막연하게 우울하다고 뜬구름 잡듯 느끼는 것과 구체적인 지표와 수치로 내 마음의 병을 똑바로 직면하는 것은 정말이지 차원이 다른 깨달음을 준답니다.

 

지금 당장 내일 병원 문을 두드리거나 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잡는 게 너무 무섭고 막막하게만 느껴지신다면 오늘 저녁 방에 혼자 조용히 누워 이 앱을 켜고 단 5분만 투자해서 가벼운 점검부터 꼭 1번 해보셨으면 하는 게 제 진심 어린 바람이에요. 

 

내 마음이 터지기 1보 직전이라고 온몸으로 보내는 구조 신호를 부디 덮어두지 마세요. 우울증이나 번아웃은 멘탈이 약해 빠진 사람들의 전유물이 절대 아니라 오히려 그동안 당신이 잔인한 사회 속에서 너무나도 치열하고 눈물겹게 꿋꿋이 버텨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훈장 같은 거니까요. 

 

우리는 주변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위로를 건네면서 정작 매일 최전선에서 상처받는 자기 자신에게는 너무 가혹하게 채찍질만 하고 몰아세우는 것 같아요. 

 

이제는 남이 아닌 나 자신에게 가장 먼저 따뜻한 손을 내밀고 오늘도 지옥 같은 사무실에서 하루를 버텨내고 무사히 살아서 집으로 돌아오느라 고생 많았다고 스스로를 꼬옥 안아주셨으면 해요.

 

저 역시 오늘 밤 이렇게 길게 글을 쓰며 제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내일 아침에 눈을 뜨면 또다시 지옥 같은 회사에 출근하기 싫어서 한숨부터 땅이 꺼져라 내쉬고 터널 한가운데를 나 홀로 외롭게 걷는 기분에 눈물이 핑 돌 때가 여전히 많아요.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묵묵히 하루하루 멍든 제 마음을 보듬어주고 상처에 연고를 바르며 멈추지 않고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 반드시 이 터널의 끝에서 밝고 따사로운 햇살을 마주하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환한 웃음을 지을 날이 올 거라고 굳게 믿어요. 

 

제 두서없는 글이 방구석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숨죽여 눈물 흘리고 계실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의 불씨가 되고 무언가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우리 모두 절대 혼자가 아니에요. 평균 24점이라는 그 엄청난 숫자가 증명해주고 있듯이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함께 이 지독한 시기를 겪어내고 연대하고 있는 든든한 동지들이니까요. 

 

부디 내일은 오늘보다 단 1밀리미터라도 덜 답답하고 당신의 입가에 옅은 미소라도 번지는 하루가 되시기를 같은 직장인으로서 간절히 응원할게요. 다들 마음 건강 제일 먼저 챙기시고 오늘 밤은 평안한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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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6
  • 익명3
    상사 스트레스로 너무 힘드셨을거 같아요
    심리상담 하시고 좋아 지시면 좋겠네요
    익명2
    작성자
    따뜻한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주 상담을 받으며 다치고 찢어진 마음을 조금씩 꿰매어가고 있어요. 상사 때문에 제 소중한 일상과 저녁까지 망치지 않도록, 나를 보호하는 힘을 키워가며 꼭 회복하겠습니다. 응원 잊지 않을게요!
  • 프로필 이미지
    로니엄마
    작성자님의 글을 읽는 내내 얼마나 오랫동안 혼자 참고 견뎌오셨을까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직장에서 반복적으로 모욕적인 말을 듣고 자신의 능력과 존재까지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마음이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절대 작성자님이 약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힘든 상태를 스스로 알아차리고 상담을 시작하셨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고, 그 선택 자체가 자신을 살피고 지키기 시작한 아주 큰 용기라고 생각해요. 상담을 받는다고 현실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모든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던 마음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계신 것 같아 참 다행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는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상사의 말이 곧 작성자님의 가치가 아닙니다. 업무에 대한 정당한 지적과 사람의 인격을 깎아내리는 말은 전혀 다른 문제니까요. 누군가의 감정과 잘못된 행동까지 내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고 떠안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다만 자가점검의 24점이라는 숫자 자체가 진단을 확정하는 것은 아니니, 그 결과에만 기대기보다는 지금처럼 상담을 이어가면서 필요하다면 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평가받아보셨으면 해요. 상담이든 진료든 약물치료든 중요한 것은 ‘무엇을 선택하느냐’보다 지금의 고통을 혼자 견디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글 속에서 마음이 상당히 위험할 만큼 지쳐 있었다는 부분이 걱정됩니다. 혹시 앞으로도 자신을 해칠 것 같은 생각이 들거나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이 온다면 그때만큼은 혼자 버티려고 하지 마시고 가까운 가족이나 믿을 만한 사람에게 바로 알리고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회사보다도 무엇보다 작성자님의 안전이 먼저니까요.
    
    그리고 퇴근 후까지 그 사람의 목소리와 행동을 마음속에 데리고 오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하루의 일부를 힘들게 만든 사람이 내 저녁과 주말, 잠까지 빼앗아갈 권리는 없잖아요. 산책을 하든 음악을 듣든 맛있는 것을 먹든, 아주 작은 것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하나씩 되찾으셨으면 합니다.
    
    두 달째 상담을 이어오며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잘하고 계십니다. 회복은 한 번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문득 ‘예전만큼 흔들리지 않네’ 하고 알아차리는 순간들이 쌓여서 오는 것 같아요.
    
    부디 상사를 견디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상사 때문에 나 자신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직장은 인생의 한 부분일 뿐이고 작성자님의 인생 전체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정말 많이 버티셨습니다. 이제는 버티는 힘만 키우지 마시고, 나를 보호하는 힘도 함께 키워가세요.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덜 힘들고, 언젠가는 출근길에 더 이상 가슴이 조여 오지 않는 날이 꼭 오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꼭 지켜주세요.
    
    익명2
    작성자
    맞아요, 저를 힘들게 한 그 사람한테 제 저녁과 주말까지 통째로 내어줄 권리는 전혀 없는데 그동안 바보같이 온 밤을 지새우며 괴로워했던 것 같아요. 로니엄마님 말씀대로 상사를 견뎌내는 사람이 되기보다 저 자신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 마인드 컨트롤도 더 열심히 하고 나를 보호하는 힘을 키워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네요. 
    
    자가점검 점수에만 너무 갇히지 말고 치료나 진료도 제 건강을 최우선으로 두고 유연하게 생각해 볼게요. 그리고 혹시라도 너무 지쳐서 위험한 생각이 들 때는 혼자 버티지 않고 꼭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겠다는 약속도 마음에 깊이 새기겠습니다.
  • 익명1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상사의 말과 행동 때문에 자신의 가치까지 의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미 도움을 구하고 상담을 시작하신 것 자체가 자신을 지키기 위한 큰 용기라고 생각해요. 조금씩이라도 마음의 거리를 만들고, 무엇보다 자신의 건강과 안전을 가장 먼저 챙기셨으면 합니다. 
    오늘도 버텨낸 자신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꼭 건네주세요.
    익명2
    작성자
    따뜻한 말씀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상사 때문에 제 존재 자체를 의심하면서 깊은 늪에 빠져 있었는데, 제 선택이 큰 용기였다고 인정해 주시니까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더라고요.
    
    짧은 글이지만 제 마음에 슥 스며들어서 정말 큰 힘이 되었어요. 진심 어린 응원 잊지 않고 힘내겠습니다. 익명1님도 오늘 밤 평안하고 따뜻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