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직무 스트레스와 번아웃 극복기에 이어서 이번에는 그 지독했던 완벽주의가 어떻게 제 소중한 밤을 갉아먹고 끔찍한 불면증으로 이어졌는지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해요.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직장인들에게 퇴근이라는 건 그저 물리적인 공간의 이동일뿐 진짜 업무의 종료를 의미하지는 않더라고요.
퇴근 카드를 찍고 붐비는 지하철에 몸을 싣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제 머릿속은 단 한 번도 회사 밖을 벗어난 적이 없었어요. 오히려 주변이 조용해지면 남들에게 빈틈없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더욱 선명하게 살아나서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까지도 저를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거든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푹신한 침대에 누우면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 싹 풀려야 하는데 저에게는 오히려 그때부터 머릿속에서 본격적인 제이의 야근이 시작되는 기분이었어요.
오늘 오후 회의 시간에 상사에게 보고했던 기획안 수치에 혹시 내가 놓친 오타가 있지는 않았는지 내가 무심코 건넨 업무 피드백에 동료가 기분 상해서 내일 분위기가 어색해지면 어떡할지 끊임없이 하루의 모든 일과를 복기하며 스스로를 날카롭게 검열했던 게 지옥 같은 불면증의 끔찍한 시작이었어요.
하루 종일 모니터와 씨름하느라 몸은 천근만근 무겁고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처럼 피곤한데 막상 방에 불을 끄고 눈을 감으면 오히려 온몸의 감각이 미친 듯이 예민해지기 시작했어요. 내일 오전 팀 회의 시간에 나올 법한 예상 질문들을 속으로 수십 가지로 쪼개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거기에 아무런 막힘 없이 완벽하게 대답하는 제 모습을 상상하느라 뇌가 단 일 초도 쉬지를 못하는 거예요.
마치 당장 컴퓨터 전원을 완전히 꺼야 하는데 백그라운드에서 수십 개의 고사양 프로그램이 윙윙거리며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는 과부하 상태랑 똑같았죠. 분명히 따뜻한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데도 목과 어깨의 근육이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있고 심장은 100m 전력 질주를 한 사람처럼 쿵쾅거려서 도저히 깊은 잠의 세계로 빠져들 수가 없었어요.
분명 안락하고 푹신한 내 방 침대 위에 누워있는데 체감상으로는 수십 명의 상사들이 팔짱을 끼고 빙 둘러서서 저를 날카롭게 지켜보는 차가운 회의실 한가운데 덩그러니 남겨진 것처럼 엄청난 숨 막힘과 압박감에 매일 밤 시달려야만 했어요.
불면증이 사람을 진짜 미치게 만드는 이유는 단순히 오늘 밤 잠을 못 잔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 이 수면 부족이 결국 내일의 업무 효율을 떨어뜨릴 거라는 불안감이 또다시 완벽주의를 자극해서 뇌를 각성시킨다는 점이에요.
침대 머리맡에 둔 탁상시계의 숫자가 새벽 2시, 3시로 바뀔 때마다 이러다 내일 중요한 미팅에서 멍을 때리거나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면 어떡하지 하는 엄청난 공포감이 해일처럼 덮쳐왔어요.
무조건 지금 당장 잠을 자서 체력을 보충해야 한다는 그 강박 자체가 저에게는 또 하나의 거대한 업무이자 해결해야 할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어버린 거죠. 잠이 너무 안 와서 답답한 마음에 캄캄한 거실을 서성이다가 차가운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켜고 다시 침대로 돌아와 누워도 억울함과 불안감에 온몸에 식은땀만 줄줄 흐르더라고요.
그 수많은 불면의 밤들 중에서 가장 괴로웠던 순간은 새벽 네 시쯤 창밖이 푸르스름하게 밝아오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며 결국 오늘도 단 한 시간도 제대로 못 자고 출근 지옥을 맛봐야 한다는 절망감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엉엉 소리 내어 울었던 그 캄캄하고 처절하게 외로웠던 밤이었어요.
초반에는 저도 어떻게든 이 불면의 늪에서 빠져나가 보려고 유튜브에서 수면에 직빵이라는 주파수 음악도 틀어놓고 라벤더 오일도 베개에 뿌려보고 심지어 따뜻한 우유를 데워 마시는 등 온갖 유명하다는 민간요법을 다 동원해 봤어요.
그런데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거대한 괴물처럼 똬리를 틀고 있는 업무 강박의 스위치를 끄지 않는 이상 백색소음이나 따뜻한 차 같은 외부적인 요소들은 정말이지 아무런 소용이 없더라고요.
나중에는 제발 단 세 시간만이라도 푹 자고 싶다는 간절함에 결국 처방약인 수면 유도제까지 먹었는데 약 기운에 취해 억지로 기절하듯 잠들고 나면 다음 날 오전 내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비몽사몽 몽롱하게 헤매게 되었어요.
그토록 제가 피하고 싶어 했던 어이없는 업무 실수를 결국 저지르게 되었고 상사에게 불려 가 호되게 혼난 날 밤에는 스스로에 대한 엄청난 자책감까지 더해져서 전날보다 훨씬 더 지독하고 끔찍한 불면의 밤을 뜬눈으로 지새워야 하는 최악의 악순환에 단단히 갇히고 말았어요.
겉으로 드러나는 수면 부족이라는 가벼운 증상만 억지로 누르려고 했지 진짜 근본적인 원인인 제 마음속의 가혹한 완벽주의와 회사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을 외면하고 방치한 대가는 몸과 마음이 모두 무너져 내리는 참혹한 고통이었어요.
정말 이대로 가다가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과로로 쓰러지거나 정신이 완전히 망가져 버리겠다는 끔찍한 위기감이 번쩍 들었어요. 지난번 글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전문가의 심리 상담을 병행하면서 저는 밤마다 침대 위로 질질 끌고 왔던 회사 업무와 온갖 불안한 걱정들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저만의 특별한 퇴근 의식을 치르기 시작했어요.
퇴근 후에는 회사 사람들의 연락을 일절 보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잠들기 삼십 분 전에는 작은 노트를 펼쳐서 내일 출근해서 해야 할 업무 리스트와 지금 당장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거리들을 모조리 펜으로 꾹꾹 눌러 적어 내려갔어요. 복잡하게 엉켜서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는 불안감을 종이 위에 선명한 활자로 묶어두고 이제 이 노트가 밤새 내 걱정을 대신해 줄 테니 나는 완벽하게 쉰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 주문을 외우고 노트를 서랍장 깊숙한 곳에 쾅 닫아버리는 연습을 매일 밤 반복했죠.
내일 업무에서 자잘한 실수를 좀 하더라도 당장 내 인생이나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 내 완벽하고 빈틈없는 업무 성과보다 지금 이 순간 아무 생각 없이 꿀잠을 자는 내 건강과 휴식이 백만 배는 더 중요하다는 걸 뼈에 새기듯 되뇌었더니 항상 바짝 굳어있던 어깨와 뒷목이 신기하게도 스르르 풀리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침대에 누웠는데 30분 이상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억지로 눈을 감고 시계만 쳐다보며 괴로워하지 않았어요. 차라리 과감하게 이불을 박차고 거실로 나와서 아주 미지근한 물을 한 잔 마시거나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어렵고 지루한 인문학 책을 읽으면서 잔뜩 긴장한 뇌의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자연스럽게 분산시켰어요.
이런 노력들이 하루 이틀 만에 불면증을 마법처럼 씻은 듯이 낫게 해 준 것은 아니지만 저를 옥죄던 완벽주의라는 무거운 족쇄를 매일 밤 조금씩 느슨하게 풀기 시작하니까 수면의 질이 극적으로 달라지는 게 몸으로 느껴지더라고요.
자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새벽에 깨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아침에 알람 소리에 일어났을 때 모처럼 온몸이 가볍고 개운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그 첫날 아침의 벅찬 감격은 정말 어떤 말로도 다 표현할 수가 없어요. 나라는 사람의 존재 가치가 회사에서의 완벽한 업무 처리와 상사의 칭찬으로만 증명되는 게 아니라는 걸 온전히 깨닫고 나니 그토록 무섭고 차갑게 저를 짓누르던 새벽의 공기가 어느새 부드럽고 포근한 위로로 느껴지기 시작했거든요.
혹시라도 지금 이 시간에도 출근에 대한 엄청난 압박감이나 완벽하지 못했던 오늘의 평범한 업무를 끊임없이 자책하며 뜬눈으로 괴로운 밤을 지새우는 직장인 분들이 계신다면 당장 그 무의미한 생각의 스위치를 끄고 스스로에게 오늘도 안 죽고 잘 버텼다며 따뜻하게 안아주시길 진심으로 바랄게요.
여러분의 지친 몸을 뉘인 그곳이 사무실의 연장선이 아니라 온전한 쉼터가 되기를 바라며 평안한 밤과 달콤한 숙면을 온 마음 다해 뜨겁게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