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제가 몇 시간을 자는지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졸리면 자고 아침에 일어나서 피곤하면 ‘오늘 좀 피곤하네’ 하고 말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수면시간을 확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궁금해서였습니다.
어제 몇 시간 잤는지, 중간에 얼마나 깼는지, 깊게 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게 은근히 재미있더라고
요.
그런데 문제가 생긴 건 그다음부터였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몸 상태를 느끼기도 전에 숫자부터 확인하게 됐습니다.
6시간 12분.
이런 숫자를 보면 갑자기 피곤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6시간밖에 못 잤네.’
반대로 생각보다 오래 잔 날에는 조금 안심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잠깐입니다.
중간에 깬 시간이 길거나 깊은 수면이 적게 나오면 또 신경이 쓰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밤에도 계산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12시에 누우면 7시에 일어나니까 7시간.
그런데 바로 잠드는 건 아니니까 실제로는 6시간 반 정도.
그러다가 새벽에 한번 눈을 뜨면 시계를 봅니다.
새벽 3시 47분.
그 순간부터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계산이 시작됩니다.
‘지금 다시 바로 잠들면 세 시간 정도는 더 잘 수 있겠네.’
눈을 감습니다.
그런데 잠이 안 옵니다.
조금 있다가 다시 시간을 확인합니다.
4시 13분.
이번에는 마음이 조금 급해집니다.
‘벌써 26분이나 지났네.’
그리고 4시 40분이 되면 이제는 잠을 자는 것보다 잠을 얼마나 못 자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에 더 집중하고 있
습니다.
참 이상하더라고요.
원래 잠이라는 건 정신을 놓아야 가능한 건데 저는 밤새 잠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몇 시에 잠들었는지 확인하고
몇 시간 남았는지 계산하고
중간에 몇 번 깼는지 기억하고
아침에는 결과까지 확인합니다.
잠을 자는 사람이 아니라 잠을 감시하는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는 더 이상한 경험도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생각보다 몸이 괜찮았습니다.
‘오늘은 좀 잘 잤나 보다.’
기분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수면시간을 확인해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짧았습니다.
그 숫자를 보는 순간 갑자기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정도밖에 못 잤는데 오늘 괜찮을까?’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말입니다.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잠을 못 자서 불안한 건지, 못 잤다는 걸 확인해서 불안한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요즘은 작은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자다가 깨도 시간을 확인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침에도 눈 뜨자마자 몇 시간을 잤는지부터 보지 않고 그냥 몸 상태부터 느껴보려고 하고요.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새벽에 깨면 제일 궁금한 게 시간이더라고요.
‘지금 몇 시지?’
그걸 모르는 상태로 다시 눈을 감고 있는 게 처음에는 오히려 답답했습니다.
그래도 시간을 한번 확인하고 나면 그다음부터 시작되는 계산을 아니까 참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는 오늘 몇 시간 자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고, 어젯밤 깊은 잠을 몇 시간 잤는지도 몰
랐습니다.
그냥 잤습니다.
요즘은 건강을 챙긴다고 운동량도 재고 심박수도 재고 수면시간도 재는데, 적어도 잠만큼은 너무 자세히 알려
고 하는 게 저한테는 오히려 독이 되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실제로 수면을 기록하는 게 도움이 되는 분들도 있겠죠.
그런데 혹시 저처럼 수면시간을 확인하기 시작한 뒤부터 오히려 잠에 더 예민해진 분도 계신가요?
특히 새벽에 잠깐 깼을 때 시간을 확인하시나요?
아니면 몇 시인지 아예 모르고 다시 자는 게 편하신가요?
요즘은 잘 자는 방법보다 잠을 신경 쓰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게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