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하고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건 좋은데 요즘은 한 친구 때문에 만남이 조금 불편해졌어요. 처음에는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겠거니 하고 들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만나기만 하면 다른 사람 흉을 보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더라고요.
누가 말을 어떻게 했다느니, 누구는 성격이 이상하다느니, 또 누구는 자기밖에 모른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계속 나와요. 처음에는 친구도 그 사람 때문에 속상한 일이 있었겠지 싶어서 들어줬습니다. 가까운 사이니까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한 사람 이야기가 끝나면 또 다른 사람 이야기가 나오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대부분 상대방의 잘못이나 부족한 점에 관한 내용이에요. 어쩌다 한 번 속상한 일을 털어놓는 것과 습관처럼 남의 흉을 보는 건 조금 다르지 않나 싶어요.
저도 사람인지라 누군가에게 서운한 일이 생기면 다른 친구에게 이야기할 때가 있어요. 그러니 남의 이야기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친구를 나쁘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친구는 좋은 이야기를 하다가도 어느 순간 꼭 누군가의 단점을 꺼내더라고요.
더 난처한 건 저도 알고 지내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예요. 저는 그 사람에게 특별히 나쁜 감정이 없는데 친구가 계속 안 좋은 이야기를 하니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그 사람 편을 들면 친구가 서운해할 것 같고, 맞장구를 치자니 제 생각도 아닌 말을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합니다.
가끔은 그냥 웃으면서 넘기거나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보기도 해요. 그런데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도 다시 비슷한 내용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대놓고 남의 이야기 좀 그만하자고 말해야 하나 싶다가도 오래 알고 지낸 친구에게 너무 까다롭게 구는 건 아닐까 망설여집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과 그 친구의 생각에 동조하는 건 다른 일인데, 자꾸 그 경계가 애매해지는 것 같아요.
특히 친구가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제 생각은 어떠냐고 물어보면 더 곤란해요. 제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일인데 한쪽 이야기만 듣고 누가 잘못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잖아요. 그래서 양쪽 사정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하면 친구는 제가 너무 좋게만 생각한다고 하기도 해요.
그럴 때는 괜히 제가 눈치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친구는 자기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것 같은데 저는 자꾸 중간에서 말을 아끼게 되니까요.
요즘은 문득 이런 생각도 들어요. 다른 사람에 관해서 저렇게 이야기하는 친구라면 제가 없는 자리에서도 제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요. 물론 실제로 그런 말을 했다는 걸 아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여러 사람의 사적인 이야기를 너무 쉽게 꺼내는 모습을 보다 보니 저도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어디까지 해야 할지 조심스러워졌어요.
예전에는 친구 사이니까 편하게 이야기했던 일도 요즘은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별생각 없이 털어놓은 이야기가 다른 자리에서 또 다른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건 아닐까 싶어서요. 이런 생각까지 하는 제가 친구를 너무 의심하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친구와 인연을 끊고 싶은 마음은 아니에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이고 좋은 점도 분명히 있는 친구거든요. 다른 이야기를 할 때는 편하고 즐거울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이가 들면 인간관계도 조금 편안해질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네요. 괜히 남의 이야기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친구가 하는 말을 매번 지적하면서 분위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아요.
요즘은 친구를 만나기 전부터 오늘도 누군가의 험담을 듣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어요. 예전에는 반가운 마음이 먼저였는데 이런 생각이 드는 것 자체가 조금 씁쓸합니다.
혹시 주변에 만나기만 하면 다른 사람의 흉을 보는 친구가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