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만 되면 마음이 묘해져요. 남들은 연휴라고 좋아하지만, 대가족 시댁에 가는 며느리에게는 쉬는 날이라기보다 또 하나의 큰일을 치르는 날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누구네는 이번 연휴에 가족끼리 여행 간다며 사진 올리고, 누구네는 맛있는 거 먹으면서 여유롭게 쉬었다고 하는데, 나는 시댁 주방에서 하루 종일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거든요.
물론 어머님들도 가만히 계시는 건 아니에요. 일찍부터 음식 준비하시고 전 부치고 나물 무치고 국 끓이면서 같이 고생하세요.
며느리들이 오면 이것저것 챙겨주시고 힘든 일도 함께 해주시죠. 어머님 고생하는 걸 알기에 저도 더 열심히 움직이게 되고요.
그렇게 다 같이 음식 준비해서 밥 한 끼 먹고 나면 또 시작이에요. 어머님들도 하루 종일 일하셨으니 잠깐 쉬시고, 남은 설거지는 자연스럽게 며느리들이 맡게 돼요.
사람이 많으니 접시며 수저며 컵이 끝도 없이 나오고, 냄비랑 프라이팬까지 쌓이면 싱크대가 꽉 차요. 설거지 다 끝냈다 싶으면 과일 내오고 커피 타고, 조금 있다가 또 다음 식사를 준비해야 하고요.
잠깐 거실에 앉아보려고 하면 이것 좀 해줄래? 라는 말에 다시 일어나게 되고, 결국 명절 내내 제대로 앉아서 가족들과 이야기 한 번 못 나누고 주방만 들락날락하게 되는 거죠.
그러다 휴대폰을 잠깐 보면 누구는 가족들과 여행 가서 찍은 사진을 올려놨어요. 그걸 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명절을 보낼 수는 없나 싶다가도, 괜히 비교하는 것 같아 마음을 접게 되고요.
어머님들도 고생하시는 걸 아니까 누구를 탓하고 싶은 것도 아니에요. 어머님 세대가 평생 해오신 명절의 고생이 우리 세대에서도 당연한 의무처럼 이어지는 건 조금 달라졌으면 좋겠어요.
명절은 가족을 만나는 날이기도 하지만, 가족 모두가 함께 쉬고 즐거워할 수 있는 날이기도 하잖아요.
이번 명절에도 주방에서 묵묵히 일하신 분들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우리도 언젠가는 명절에 이번엔 어디 갈까를 고민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