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계산대에서 자꾸 뒤를 돌아봅니다.
제 장바구니에 물건이 많고 뒷사람이 하나만 들고 있으면 먼저 계산하시라고 해요.
좋은 일 같죠.
문제는 그럴 때마다 제가 손해 봤다는 생각도 조금 든다는 겁니다.
지난 토요일엔 특히 그랬습니다.
제가 앞에 섰는데 뒤에 한 분이 생수 한 병만 들고 계셨습니다.
먼저 가시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분 뒤에도 다른 사람이 한 명 있었습니다.
또 먼저 보내달라고 하진 않았는데, 왠지 그 사람 눈치를 보게 되더라고요.
결국 저만 계산이 늦어졌습니다.
그날 집에 와서는 왜 내가 먼저 양보했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부터 양보하지 않았으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텐데요.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치사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어차피 잠깐 기다린 건데 남에게 친절하게 굴었다가 억울해한다니요.
저는 남들에게 거절당하는 걸 싫어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남에게 거절하는 것도 싫어해요.
누가 부탁을 하지 않아도 부탁할 것 같은 표정을 보면 먼저 제 시간을 양보합니다.
회의실을 쓰고 있으면 누가 기다리는지부터 보고, 카페 자리에 앉아 있다가 손님이 많아지면 커피가 남았어도 나옵니다.
사실 그런 순간엔 마음이 편합니다.
상대에게 싫은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고, 제가 좋은 일을 한 것 같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집에 돌아와선 내 시간을 내가 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호의를 베풀고 싶어서 베푼 건지, 누군가 불편해하는 시선을 못 견뎌서 자리를 비켜준 건지 헷갈려요.
다음에는 뒤에 물건 한 개 든 분이 있어도 그냥 제 차례에 계산해 보려고 합니다.
그게 그렇게 못된 행동은 아닐 테니까요.
그런데 또 그분이 급한 사정이 있으면 어떡하나 싶습니다.
이 작은 걱정 하나를 넘기는 데도 연습이 필요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