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 직장 상사 밑에서 겪은 가스라이팅과 극복의 기록
치열한 무한 경쟁 속에서 직장 생활을 이어오며 제 나름대로 일에 대한 높은 자부심과 확고한 추진력을 가지고 성실하게 살아왔습니다.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업무 과업을 완수하고 다양한 종류의 인간 군상을 겪어내면서,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인간관계의 갈등쯤은 지혜롭고 능숙하게 조율하고 풀어낼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회사에서 만난 한 사람으로 인해 그동안 쌓아온 모든 믿음과 자존감이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내에서 나르시시스트 성향이 가장 강하게 발현되는 임원을 직속 상사로 만나게 되면서, 평탄하고 안정적이던 일상이 완전히 뒤틀려버린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일에 대한 기준이 남달리 엄격하고 자기주장이 뚜렷한 분이겠거니 여겼습니다. 세대가 바뀌고 시대가 변하면서 오는 업무 방식의 자연스러운 차이일 뿐이라 생각하며, 그 성향에 맞추어 어떻게든 잘 적응해 보려고 수없이 스스로를 채찍질 했습니다. 제가 조금 더 그 사람 눈치를 살피고 맞추어 가면 언젠가는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잔인하게 흘러갔습니다. 제 판단과 기억은 상사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철저하게 부정당하기 일쑤였고, 분명 본인이 직접 지시하고 승인했던 사안조차 결과가 조금만 어긋나면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냐, 네가 제멋대로 왜곡해서 받아들인 것이다"라며 모든 책임을 교묘하게 제게 떠넘기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명백히 제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사의 그토록 뻔뻔한 태도와 날 선 비난 앞에만 서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려 제대로 반박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비로소 '내 몸과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는 깊은 위기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괴로운 나날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회사에 다니며 중간 관리자 직급이 되어 회사업무 전반에 익숙해져 있었고, 나름대로 팀을 이끌어 가는 위치에서 부서의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왔지만, 사내의 실권을 틀어쥐고 있는 나르시시스트 성향의 임원 상사와 매일 부딪히며 지내야 하는 관계는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형국이었습니다.
겉보기에는 일반적인 업무 지시와 피드백이 오가는 평범한 상하 관계로 보일 수 있고, 조직 안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흔한 직장 내 갈등처럼 비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실상은 끊임없이 상대방의 자존감을 갉아먹고 짓밟아야만 자신의 권력과 정당성이 채워지는 철저히 일방적인 지배 구조였습니다. 이 사람은 아마도 자신의 내면에 자리잡은 깊은 불안과 텅 빈 자존감을 타인을 깎아내리고 통제하는 방식으로 메우고 있었다고 보이고, 불행히도 그 주요 타겟이 된 저는 매일 사무실이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 무력하게 비난을 받아내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회사로 향하는 길마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피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땅히 벗어날 방법도 없는 상태로 매일 지옥을 경험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업무를 진척시키다 보면 분명히 본인의 명확한 판단과 구체적인 지시로 인해 시작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 결과가 조금만 틀어지거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모든 탓은 제 몫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상사가 던지는 말들은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냐. 자네는 왜 항상 내 말을 네 마음대로 해석해서 듣는 거냐!?"
"자네는 생각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 이 정도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지금까지 버티고 올라왔냐."
“내가 다 너 잘되라고 이런 쓴소리를 하는 건데, 왜 혼자 주눅 들고 유난을 떨고 그러냐."
분명히 중요한 지시 사항은 업무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따로 수첩에 메모까지 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은 너무나 당당하고 고압적인 태도로 화를 내며 저를 마치 사소한 일 처리도 제대로 못 하는 심각한 문제 있는 사람처럼 몰아갔습니다. 다른 동료들이 모두 지켜보는 공개된 회의 자리에서도 인격 모독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제가 그 상황에 당황하여 얼굴이 붉어지거나 위축되어 말을 잇지 못하면 오히려 "왜 또 쓸데없이 주눅들어 분위기를 흐리느냐"라며 제 탓으로 포장하기 일쑤였습니다. 조금이라도 억울한 부분을 풀고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논리적인 근거를 대며 상황을 설명하려고 하면 "어디서 감히 말대답하며 변명만 늘어놓느냐, 그런 식이니까 네가 발전이 없는 거다"라며 매번 말을 가로막고 소통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렸습니다. 대화가 아니라 단방향의 폭행에 가까운 시간들이 매일같이 반복되었습니다.
상사의 지속적인 가스라이팅과 인격적인 비난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제 안에는 걷잡을 수 없는 심리적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가장 먼저 뚜렷하게 나타난 증상은 심각한 결정 장애와 인지 능력의 급격한 저하였습니다. 중간 관리자라는 직급이 무색하게, 아주 사소한 이메일 문구 하나를 작성해 보내는 데도 혹시나 사소한 트집을 잡히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수십 번을 고치고 또 확인하느라 업무 속도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려졌습니다.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상사의 날카롭고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환청처럼 귓가를 맴돌았고, 편안해야 할 주말 오후에도 다가올 월요일 출근이 공포스러워 밤잠을 설쳤습니다. 예전에는 열정을 가지고 즐겁게 해내던 업무들과 소소한 취미 생활마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느껴졌고, 무엇보다 제 자신이 너무나 무능하고 한심한 사람처럼 여겨지는 지독한 자기 비하의 늪에 깊게 빠졌습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 구렁텅이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깊은 무력감은 결국 불면증을 야기시켰고 우울증의 문턱까지 저를 밀어 넣었으며, 평온하던 일상생활의 균형마저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처음에는 이 모든 부당한 상황을 혼자 삭이며 버텨보려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사람도 제 진심을 알아주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악순환을 반복하는 가장 어리석은 일뿐임을 깨닫고, 더 이상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생각에 조금씩 방식을 바꾸어 나갔습니다.
저는 일단 모든 업무 지시와 소통 과정에서 구두 지시를 받는 것은 가급적 지양하고 텍스트와 메신저 기록으로 남겨, 상사의 말 바꾸기와 기억 조작에 흔들리지 않을 방어선을 구축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여기 트로스트 커뮤니티에도 제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비슷한 아픔을 겪는 분들의 진심 어린 조언을 들었습니다. 또한 심리 관련 전문 서적들을 찾아 읽으며 이 고통이 내 능력 부족이나 성격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비뚤어진 성격적 결함에서 기인한 것임을 내면에 인식시키며 철저히 분리해냈습니다.
또한 회사원으로서의 과도한 인정 욕구나 상사의 긍정적인 평가에 연연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상사의 감정적인 공격과 나라는 사람 사이에 철판 같은 벽을 세우고, 업무적으로 꼭 필요한 소통 외에는 감정을 섞지 않으며 내 소중한 에너지를 지키는 연습을 해나갔습니다.
모두 100% 효과를 발휘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하나씩 실천해보는 과정 자체가 제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 것이 사실입니다.
여러분, 나르시시스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타인을 꺾고 밟아야만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는 지독하게 비뚤어진 내면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맞추려 애를 쓰고 진심 어린 태도로 다가가도 그 사람을 변화시키거나 온전한 이해를 이끌어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미션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무실 한구석에서 숨을 죽인채 자신의 영혼이 갉아 먹히는 고통을 겪고 계신다면, 그것은 결코 여러분이 무능하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라 비정상적인 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책임을 다하려 애쓰느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있기 때문입니다.
부디 스스로의 판단력과 그동안 쌓아온 자존감을 의심하지 마시고, 나르시시스트 직장 상사의 무분별한 말들에 약한 마음을 내주며 상처 입지 마십시오. 대신에 굳건한 마음의 방패를 들어서 잔혹한 공격으로 부터 여러분 자신을 가장 먼저 지켜내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