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쯤 이었을까요.
엄마가 집 앞 마트에 잠깐 다녀 온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1시간이 지나도 오시지 않는 거에요.
중간에 동네 분을 만나셔서 이야기가 길어지는 것일까 생각하며 전 별 걱정 없이 집에서 엄마를 기다렸습니다.
한참이 지나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건가 싶어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받지 않으셨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들어온 엄마에게 왜 이렇게 늦었는지 물었는데 엄마의 대답이
"길을 가다가 갑자기 여기가 어딘지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아무 생각이 안나서 계속 걸었어. 순간 정신 차려보니까 옆동네 까지 가 있더라. 놀라서 헐레벌떡 그냥 왔어." 라고 하시는 거에요.
그 때가 엄마 50 후반 쯤 이셔서 저도 엄마도 그냥 잠깐 엄마가 정신이 없었나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 했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몇 년에 한 번 정도 운전 중인 엄마가 갑자기 멍해지고 맨날 오고 가던 출퇴근 길이 낯설게 느껴져서 멍하게 있다가 다시 운전해서 집에 오고 하는 일이 아주 간혹 있었습니다.
그러다 제 작년 겨울,
엄마가 요즘 너무 멍해지고 졸리고 뭔가 좀 이상하다고 느껴지셨나봐요.
병원에서 치매검사, 뇌파검사 등의 결과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뇌기능이 많이 저하되어 있고 우울감도 심각한 상태라고.
의사 선생님 말씀으론 5년 주기로 악화된다고 하셨어요.
아마 이대로 가다보면 5년 후 쯤엔 중도인지장애 더 이후엔 치매로 발전 될 가능성이 높다고..
엄마 나이가 60 초반 이시고 저 또한 20대 후반인 나이에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습니다.
평생을 궂은 일 따지지 않으시며 일하셨고 크게 아픈 적 없으셨던 분이라 더 당황스럽고 믿기지 않더라구요. 그냥 이상했어요 모든 게.
작년 까지만 해도 집에 오는 길을 잊으셔서 이사 오기 전 집 앞에 가서 한참을 있다가 온다던가 신발을 벗고 엘리베이터에 탄다던가...하는 등의 일이 많았었습니다.
초반엔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며 이해할 수가 없어 화가 나기도 하고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제일 저를 힘들게 했던 건 내가 사랑하는 엄마가 우리의 모든 순간들을 잊어버리고 우리 가족을 잊어버려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날이 오면 난 무너지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너무 무섭더라구요.
당최 그 마음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그 일이 계기가 됐는지 엄마가 체력도 급속도로 꺾이는 모습을 보이시더라구요.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아 몹시 스트레스였는지 위궤양, 구안와사, 진전증 등 크고 작게 앓는 날도 많아졌습니다.
형제 자매도 없는 터라 정말 작년까진 무슨 마음으로 살았던건지...여장부 같기만 하던 엄마가 점점 약해져만 가는 모습에 울기도 정말 많이 울었던 것 같네요.
병원 진단 후 약처방과 한방 치료, 한문 공부, 운동 등 다양하게 노력하시며 엄마, 아빠 그리고 저 온 가족이 노력 중입니다.
한참의 이해 할 수 없는 시간들이 지났고 요즘은 엄마의 증상? 들이 조금은 잠잠해진 것 같아요.
한 편으로는 치료의 효과인 것 같아 정말 감사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10년 전 쯤과 같이 잠잠하다가 더 악화되어서 얼마 뒤 더 안좋아져 있는 엄마를 보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떨쳐버리기가 참 어렵네요.
그저 엄마의 노력이, 우리 가족 모두의 노력과 간절한 마음이 그 어딘가에 닿아 감사한 일들이 일어난 것이길 하고 바랄 뿐 입니다.
댓글2
일상/루틴 게시판 인기글
최근 24시간 동안 받은 댓글·추천·스크랩 기준
최근 7일 동안 받은 댓글·추천·스크랩 기준
최근 30일 동안 받은 댓글·추천·스크랩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