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성인이 된 지 얼마 된 것도 아니긴하지만 

학생 때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짜증내는 횟수도 적고, 화나는 일도 별로 없고, 친한 친구가 멀어지면서 뒤에서 욕을 하고 다녀도 괜찮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아주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올라오고 감정조절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내 계획대로 안 흘러가는 내 일상도 마음에 안 들어요. 

할 일을 시작하는 것도 어렵고 계속 심란하고 정리도 안 돼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어요. 

 

고등학생 때는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는게 좋았는데 지금은 대화도 별로 하고 싶지 않고 대화하는 것도 어려워요. 내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게 잘 안 되는 것 같어요. 지금도 너무 두서없이 쓰는 것 같아서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어딘가에 소속되어있는 것도 힘들고 사람을 만나는게 지치는 것 같아요. 

어쨌든 살아가려면 사람들 사이에 소속되어있어야 할텐데 사람이 싫어지는 감정이 들면 안되는거잖아요. 사람들 사이에서 불편한데 또 가끔은 사람이 필요해요. 너무 모순적이여서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고등학생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이랑 있어도 눈치보게 돼요. 원래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긴한데 이것도 너무 별로에요. 해야할 일도 눈치보고 못하는 경우도 있고 할 말을 못해서 그냥 넘어간 적이 많아요.  생각이 너무 많아서 하나에 집중을 못하고 이리저리 치이는 느낌이에요. 할 일이 더 많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났던 고등학생이 더 행복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뭘 해도 뭔가 안 채워지는 느낌이에요. 

너무 두서없이 써서 죄송해요.

댓글8
  • 익명2
    그런마음읋 많이 힘들었던 적이 
    저도 있어요 ㅜㅠ
  • 프로필 이미지
    verastar
    임상심리사
    답변수 1,395채택률 5%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먼저 이 말씀부터 드리고 싶어요. 고등학생 때보다 지금이 더 짜증나고 감정 조절이 어렵고 사람이 지친다는 것, 그건 작성자님이 이상해지거나 성격이 나빠져서가 아니에요. 성인이 되면서 겪는 변화들이 생각보다 크거든요. 학생 때는 정해진 틀, 즉 학교라는 구조와 늘 함께하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성인이 되면 그 틀이 사라지고 모든 걸 스스로 계획하고 판단해야 해요. 그 책임의 무게와 불확실함이 감정을 더 예민하게 만드는 건 아주 흔한 일이에요.
    
    몇 가지 겪고 계신 것들을 하나씩 짚어볼게요.
    
    일단, 계획대로 안 흘러가는 일상이 마음에 안 들고 할 일을 시작하는 것도 어렵다고 하셨잖아요. 이건 지금 마음의 에너지가 많이 소진되어 있다는 신호예요. 에너지가 충분할 때는 계획이 틀어져도 유연하게 대처하는데, 지쳐 있을 때는 작은 변수에도 크게 흔들리고, 시작하는 것조차 큰 장벽처럼 느껴져요.
    
    둘째, 대화하는 게 어렵고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게 잘 안 된다고 하셨는데, 이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생각도 산만해지고, 그걸 말로 정리해서 내보내는 데도 평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들거든요. 지금 이 글도 두서없다고 하셨지만, 사실 작성자님이 겪는 걸 아주 세세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주셨어요.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셋째, 사람이 싫어지면서도 동시에 필요하다는 그 모순적인 마음, 이거 정말 이상한 게 아니에요. 사람은 원래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싶은 욕구와, 동시에 그 관계가 주는 피로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요. 특히 지금처럼 마음이 지쳐 있을 때는, 사람을 만나는 데 드는 에너지 자체가 버겁게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혼자는 외로우니 사람이 그리워지는 거예요. 이 두 마음이 함께 있는 건 모순이 아니라, 지친 사람에게 아주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감정이에요.
    
    넷째, 눈치를 보느라 할 말을 못하고 넘어가는 것도, 그게 원래 성향이라고 하셨지만, 지금은 그 정도가 더 심해진 것 같아요.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는 남의 반응을 살피는 데 더 예민해지고, 그러다 보니 자기 표현은 더 위축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나눠드릴게요.
    
    첫 번째로, 지금 상태를 게으름이나 성격 문제가 아니라 소진된 상태로 봐주셨으면 해요. 그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덜 탓하게 되고, 회복에 더 집중할 수 있어요.
    
    둘째, 지금 당장 뭔가를 다 잘 해내려 하지 마시고, 기준을 낮춰보세요. 할 일을 시작하기 어렵다면, 아주 작은 것부터, 5분만 해보자는 식으로 문턱을 낮춰보시는 거예요. 완벽하게 정리된 하루가 아니라, 오늘 하나만 했어도 잘한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세요.
    
    셋째,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서도 모 아니면 도로 생각하지 마세요. 모든 사람을 피하거나 모든 관계에 다 참여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지금은 에너지가 적은 소수의 편한 사람들과만 가볍게 만나고, 부담스러운 모임은 조금 줄여도 괜찮아요. 관계도 지금의 에너지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거예요.
    
    넷째, 눈치 보다 할 말을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주 작은 것부터 표현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큰 의견을 내는 게 아니라, 오늘은 이게 좋겠어 정도의 사소한 표현부터요.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부터 시작하면 조금 더 안전하게 연습할 수 있어요.
    
    다섯째, 고등학생 때가 더 행복했다고 느끼시는 것도 자연스러운 비교예요. 그때는 사실 많은 것들이 정해진 구조 안에서 흘러갔기 때문에 지금보다 덜 버거웠을 수 있어요. 지금은 모든 걸 스스로 구축해가는 시기라 훨씬 힘들게 느껴지는 게 당연해요. 그러니 그때와 지금을 단순 비교하며 자신을 탓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지금 말씀하신 걸 보면, 감정 조절의 어려움, 흥미나 즐거움이 줄어든 느낌, 대인관계 회피, 집중력 저하, 채워지지 않는 느낌까지 여러 영역에서 변화가 함께 나타나고 있어요. 이 정도로 폭넓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변화가 있다면, 단순한 성인기 적응 스트레스를 넘어 마음이 좀 더 깊이 지쳐 있는 상태일 수도 있어요. 그러니 이런 상태가 몇 주 이상 계속되거나 점점 심해진다면, 심리상담을 받아보시는 걸 꼭 권하고 싶어요. 지금 겪는 이 복합적인 변화들의 원인과 흐름을 전문가와 함께 짚어보면, 훨씬 명확하게 방향을 잡을 수 있어요.
    
    작성자님, 지금 겪고 계신 이 모든 변화는 작성자님이 이상해져서가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많은 걸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시기를 지나며 마음이 지친 거예요. 두서없이 썼다고 하셨지만, 사실 자신의 상태를 이렇게 세밀하게 알아차리고 표현하신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한 거예요. 조급해하지 마시고, 지금은 자신을 돌보는 데 조금 더 마음을 써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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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트홀릭
    상담심리사
    답변수 2,846채택률 6%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작성자님, 요즘 사소한 일에도 쉽게 짜증이 나고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일상 때문에 많이 지치셨겠어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관계 자체가 버겁고 눈치가 보여서 마음이 참 무거우실 거예요.
    ​사람이 싫어지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고 계시지만, 사실 사람을 필요로 하면서도 동시에 지치는 마음은 모순이 아니라 에너지가 고갈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신호랍니다.
    ​심리사회학적으로 볼 때 우리는 에너지가 한계에 달하면 뇌의 인지적 여유가 줄어들어 사소한 자극에도 예민해지고 생각이 꼬이게 돼요.
    ​지금은 무엇을 억지로 채우려 애쓰기보다,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온전히 작성자님 자신만을 위한 휴식을 허락해 주시는 시간이 필요해요.
    ​어떤 일도 잘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잠시 내려놓으시고, 오늘 하루는 오롯이 혼자만의 속도로 숨을 고르며 마음을 토닥여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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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답변수 3,510채택률 4%
    작성자님, 전혀 두서없는 글 아니에요.
    오히려 지금 마음이 얼마나 복잡하고 지쳐 있는지가 잘 느껴져요.
    
    사람이 싫어진 게 아니라, 어쩌면 사람을 받아낼 마음의 여유가 많이 줄어든 걸 수도 있어요.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누군가가 필요하고, 예전의 내가 그리운 마음도 이상한 게 아니고요.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자꾸 비교하지 마세요.
    지금의 나는 못난 게 아니라 조금 지쳐 있는 것뿐일 수도 있으니까요.
    
    왜 이러는지 당장 답을 찾지 않아도 괜찮아요.
    지금은 나를 고치려고 하기보다, 내 마음이 왜 이렇게 힘든지 가만히 들여다봐 주는 것부터 해보세요.
    
    글을 이렇게 솔직하게 써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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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니
    상담교사
    답변수 4,146채택률 3%
    글을 읽으며 마음이 많이 무겁고 혼란스러웠을 깊은 답답함이 느껴졌습니다. 결코 두서없는 글이 아니니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고등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성인이 되는 시기에는 삶의 주도권과 자유가 주어지는 동시에, 스스로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도 함께 찾아옵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상, 사람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과 고립감, 그리고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사람이 필요한 마음은 자아와 환경이 급격히 바뀌는 성인 이행기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혼란입니다. 결코 이상하거나 모순된 것이 아닙니다.
    ​지금은 마음의 에너지와 과부하가 심해 감정 조절이나 집중이 어려울 뿐입니다.
    거창한 계획 대신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 한 가지만 정해 실행해 보세요.
    ​사람들과 무리해서 관계를 유지하려 애쓰지 말고, 내 마음이 편안해질 때까지 스스로에게 충분한 혼자만의 시간을 허용해 주어도 괜찮습니다.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크기에 더 지치는 것입니다. 스스로에게 조금만 더 너그러워지셨으면 좋겠습니다.
  • 익명1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면서 왜 이렇게 달라졌지? 하는 마음이 더 답답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사람이 싫어진 게 아니라 사람을 대할 여유가 줄어든 것일 수도 있어요. 사람을 만나면 신경 쓸 것도 많고 눈치도 보게 되니 혼자 있고 싶다가도, 막상 혼자 있으면 또 사람이 그리워지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마음이고요.
    짜증이 늘고, 할 일을 시작하기 어렵고, 생각이 많아 집중하기 힘든 것도 단순히 성격이 변했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어요. 요즘 마음의 여유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먼저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작은 일부터 하나씩 정리하면서 내가 정말 힘든 게 무엇인지부터 천천히 찾아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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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푸강아지똥
    상담교사
    답변수 1,309채택률 7%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두서없이 쓰셨다고 사과하실 필요 전혀 없습니다. 지금 마음속에 엉켜 있는 실타래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꺼내어 놓으신 것만으로도 정말 잘하셨습니다.
    
    학생 때와 달리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나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상에 마음이 심란하며,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지치고 부담스럽게 느껴져 많이 당황스럽고 괴로우셨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느끼시는 그 모든 감정과 모순은 질문자님이 이상하거나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성인이 되며 겪는 아주 자연스럽고 전형적인 '상태 변화'입니다.
    
    이러한 상태가 찾아온 이유와 마음을 정리하기 위한 방향입니다.
    
    1. 왜 이런 변화가 찾아왔을까요?
    '보호받던 울타리'의 소멸과 무의식적 과부하
    고등학생 때는 학교라는 정해진 틀과 일정, 그리고 학생이라는 신분이 주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는 순간 모든 선택과 책임이 온전히 나에게 오게 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뇌는 이미 엄청난 중압감과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 상태입니다. 마음의 에너지가 고갈되어 있다 보니, 예전이라면 웃어넘겼을 사소한 일에도 여유가 없어 짜증이 올라오는 것입니다.
    
    사람이 싫지만 필요한 모순: 지극히 당연한 마음
    사람들과 어울리고 소속되는 것은 에너지 소모가 큰 일입니다. 지금처럼 마음이 지쳐 있을 때는 혼자 있고 싶고 사람을 피하고 싶은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은 누구나 타인과의 연결을 원합니다. 사람이 싫은 게 아니라 '사람을 대하면서 에너지를 쓰기가 너무 힘든 상태'인 것입니다. 결코 모순되거나 잘못된 감정이 아닙니다.
    
    고등학생 때가 더 행복했던 이유
    학창 시절에는 해야 할 일의 목표(시험, 진학 등)와 사람과의 관계가 비교적 명확했습니다. 반면 지금은 자유도가 높아진 대신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기에, 시작도 어렵고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을 느끼게 됩니다.
    
    2. 지금 마음과 일상을 정리하는 실천 방안
    자책 멈추기 (가장 중요한 첫 걸음)
    "내가 왜 이렇게 변했을까", "사람을 싫어하면 안 되는데" 하고 스스로를 비난하지 마세요. 에너지가 방전된 휴대폰으로 고사양 게임을 돌리려 하면 기계가 과열되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은 마음의 배터리가 잔량 5% 남짓 남아있는 상태라고 인정해 주셔야 합니다.
    
    할 일과 일상의 '단위'를 극도로 낮추기
    생각이 너무 많고 시작이 어려울 때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마세요.
    
    아주 작은 일 하나만 끝내기: "방 청소하기"가 아니라 "책상 위 쓰레기 하나 버리기", "공부하기"가 아니라 "책 한 페이지 펴기"처럼 5초 안에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단위로 시작해 보세요. 작은 완료의 경험이 뇌의 부담을 줄여줍니다.
    
    생각 노트에 털어놓기: 머릿속이 엉켜 집중이 안 될 때는 지금처럼 노트나 스마트폰 메모장에 생각나는 대로 글을 적어보세요. 머릿속에 둘 때보다 훨씬 객관화되고 정리됩니다.
    
    인간관계의 '거리두기'와 '휴식' 허용하기
    
    친한 친구들 앞에서도 눈치가 보이고 지친다면, 잠시 관계의 에너지를 줄여도 괜찮습니다. 약속을 매번 잡기보다 "요즘 컨디션이 조금 떨어져서 집에서 쉬어야겠다" 하고 솔직히 양해를 구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해 보세요.
    
    모든 사람에게 좋은 모습이나 완벽하게 정리된 말을 건넬 필요는 없습니다. 대화할 때 말이 조금 막히거나 두서가 없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해 주세요.
    
    나를 채워주는 '작은 감각' 찾기
    무언가 안 채워지는 느낌이 들 때는 거창한 목표를 찾으려 하기보다, 내 오감을 기분 좋게 만드는 일부터 해보세요. 따뜻한 물로 샤워하기,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15분 산책하기, 좋아하는 음식을 찬찬히 맛보기처럼 내 감각을 기분 좋게 채워주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인생의 큰 전환기에서 잠시 마음의 과부하가 걸린 시기일 뿐입니다. 완벽하게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려 애쓰지 마시고, 오늘 하루는 그저 내 마음을 다독이며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프로필 이미지
    해피데이지
    청소년상담사
    답변수 1,935채택률 4%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두서없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가 꽤 잘 드러나는 글입니다. 예전에는 웬만한 일은 넘길 수 있었는데 요즘은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고, 해야 할 일을 시작하기 어렵고, 생각은 많은데 정리가 안 되고, 사람을 만나는 것까지 피곤해졌다는 거잖아요. 이것을 단순히 ‘성격이 이상해졌다’거나 ‘감정조절을 못하는 사람이 됐다’고 보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특히 짜증이 늘었다는 부분은 그 자체보다 현재 감당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이전보다 줄어들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지치거나 불안과 스트레스가 오래 쌓이면 예전에는 별것 아니었던 일에도 쉽게 예민해질 수 있습니다. 계획이 조금만 틀어져도 견디기 어렵고, 해야 할 일이 많지 않은데도 시작하기가 벅차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사람이 싫으면서도 사람이 필요하다는 마음 역시 모순된 것은 아닙니다. 관계 자체가 싫어진 것보다 사람을 만날 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의 표정을 살피고, 내가 이상하게 말하지 않았는지 신경 쓰고, 하고 싶은 말도 참는 일이 반복된다면 친한 친구를 만나도 편하게 쉬기보다 계속 긴장하게 됩니다. 그러면 외로워서 사람을 찾았다가도 막상 만나면 지치는 일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또 ‘고등학생 때는 훨씬 바빴는데 오히려 행복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힘듦은 단순히 해야 할 일의 양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당시에는 소속감이나 목표, 친구관계, 하루의 일정처럼 나를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해주는 구조가 있었는데 성인이 된 뒤 그런 틀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방향을 잃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의 자신을 과거의 자신과 비교해서 ‘왜 이것도 못하지?’라고 몰아붙일수록 시작은 더 어려워질 수 있고요.
    당장은 삶 전체를 정리하려 하지 말고 하루의 난도를 조금 낮춰보세요. 해야 할 일을 모두 머릿속에 들고 있지 말고 적어본 뒤 오늘 할 것 한두 개만 정하고, ‘끝내기’보다 ‘10분만 시작하기’를 목표로 해보세요. 관계에서도 모든 사람에게 잘 맞추려고 하기보다 가까운 사람에게 작은 의견이나 싫고 좋은 것을 표현하는 연습부터 해보셨으면 합니다. 눈치를 안 보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눈치가 보여도 내 행동과 말을 조금씩 선택할 수 있는 경험을 만드는 것입니다.
    다만 이런 변화가 최근 잠깐이 아니라 꽤 지속되고 있고, 이전에 즐겁던 사람들과의 만남까지 피하고 싶어지고, 집중이나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고, 무엇을 해도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 계속된다면 단순히 성인이 되면서 성격이 변한 문제로만 넘기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우울이나 불안, 심한 스트레스, 수면 문제 등 여러 상태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현재 상태를 한번 점검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글만으로 어떤 상태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예전의 활발했던 나로 억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요즘의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여유가 없어졌을까?’를 알아가는 것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지금의 변화에는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스스로를 이상하다고 판단하기보다 언제부터 달라졌는지, 그 무렵 생활이나 관계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부터 천천히 되짚어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