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별뜻 없이 한마디씩 주고받을 때가 있잖아요?
저도 그 자리에서는 그냥 웃고 넘어가는 편인데 이상하게 집에 돌아오고 나면 그중 한마디가 계속 생각날 때가 있어요.
상대방은 이미 잊었을 것 같은데 저 혼자 그 말을 다시 떠올리면서 이런 뜻이었나,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건가 싶어집니다.
대놓고 기분 나쁜 말을 들은 거라면 차라리 이해가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애매한 말이 더 오래 남더라고요. 농담처럼 한 말이나 지나가듯 툭 던진 말인데 듣는 순간에는 조금 걸렸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신경 쓰이는 거예요.
상대방의 말보다 그 말에 무슨 뜻이 있었는지 혼자 계속 생각하는 시간이 더 힘든 것 같아요.
그 자리에서 바로 기분이 나빴다고 이야기하기도 애매합니다. 정말 아무 뜻 없이 한 말이면 제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는 것 같고, 그렇다고 마음에 걸리는 걸 그냥 넘기자니 계속 생각나요.
그러다 보면 당시 표정이나 말투까지 떠올리게 됩니다. 그때 웃으면서 말하기는 했는데 속으로는 진짜 그렇게 생각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전에 비슷한 말을 했던 적이 있었나 기억을 더듬어보면서 혼자 앞뒤를 맞춰볼 때도 있어요.
사실 저도 다른 사람에게 별생각 없이 한 말이 있을 거예요. 제가 한 말 때문에 누군가가 집에 가서 계속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사람의 말 하나하나에 너무 큰 의미를 두면 안 된다는 것도 압니다.
그런데 막상 제가 들은 말은 그렇게 쉽게 넘겨지지가 않네요.
특히 제가 평소 조금 신경 쓰고 있던 부분을 누가 건드리면 더 오래 남아요. 저 스스로도 자신 없는 부분인데 다른 사람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 역시 남들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구나 싶어집니다. 상대방은 제가 그 부분을 신경 쓰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한 말일 수도 있는데 말이에요.
결국 상대방의 한마디가 제가 원래 가지고 있던 마음을 건드려서 더 크게 느껴지는 건가 싶기도 해요.
문제는 그다음에 그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예요. 상대방은 평소와 똑같이 대하는데 저는 전에 들었던 말이 생각나서 조금 거리를 두게 됩니다. 전처럼 편하게 이야기하다가도 비슷한 주제가 나오면 괜히 긴장하게 되고요.
그렇다고 왜 그런 말을 했냐고 뒤늦게 물어보기도 어렵습니다. 며칠이나 지난 말을 다시 꺼내면 상대방은 그런 말을 했는지도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아요. 괜히 관계만 어색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싶어서 결국 아무 말도 못 합니다.
그러면서 속으로만 서운해하니 상대방 입장에서는 제가 왜 갑자기 조용해졌는지 모를 수도 있겠죠. 저도 이런 제 모습이 답답할 때가 있어요.
예전에는 나이가 들면 사람들 말에 조금 무던해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요즘은 말 한마디가 마음에 오래 남는 경우가 더 생기는 것 같아요. 사람들과 괜히 얼굴 붉히고 싶지 않아서 바로 표현하지 않고 참다 보니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제가 너무 예민한 건가 싶기도 해요. 다른 사람들은 기분 나쁜 말을 들어도 그 자리에서 한번 웃고 지나가면 정말 잊어버리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괜찮다고 생각했다가도 혼자 있는 순간 다시 떠오르거든요.
사람들과 편하게 지내고 싶은데 작은 말 하나에 마음이 흔들리다 보니 저도 모르게 상대방을 조심해서 대하게 됩니다. 계속 이러다 보면 별뜻 없는 말까지 나쁘게 받아들이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돼요.
저처럼 다른 사람이 지나가듯 한 말을 며칠씩 마음에 담아두는 분들도 계신가요? 애매하게 마음에 걸리는 말을 들었을 때 그 자리에서 표현하는 편인지, 별뜻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넘기는 편인지 궁금해요.
어느 정도까지는 제 마음을 살펴야 하고 어느 정도부터는 그냥 흘려보내야 하는 건지, 그 적당한 선을 찾기가 참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