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끝이 아니며
실패는 치명적이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계속하려는 용기입니다.
-윈스턴 처칠-
이번에는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영국의 총리 윈스턴 처칠의 이 유명하고 묵직한 명언으로 이야기를 열어볼까 합니다.
이 문장을 가만히 소리 내어 읽고 있으면 인생이라는 길고 험난한 항해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삶의 태도가 무엇인지 너무나도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우리는 보통 인생을 마치 하나의 뚜렷한 결승선이 있는 단거리 달리기처럼 여길 때가 많잖아요? 무언가를 이루어내면 그 길로 모든 고생이 끝나고 영원한 행복이 시작될 것이라 믿고, 반대로 무언가에 크게 실패하면 내 인생은 여기서 완전히 끝장나버렸다고 절망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 담담한 명언은 우리의 그런 얄팍한 착각을 아주 부드럽고도 단호하게 깨뜨려줍니다.
생각해 보면 성공이라는 것은 결코 인생의 마침표가 될 수 없습니다.
간절히 원하던 대학에 합격하거나 꿈에 그리던 직장에 취업을 하고 나면 마치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듯 모든 것이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줄 알았는데, 막상 그곳에 도달해 보면 또 다른 시작과 버거운 과제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경험 다들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겁니다.
정상에 올랐다는 짜릿한 성취감은 생각보다 금세 휘발되어 버리고 우리는 또다시 다음 목표를 향해 신발 끈을 고쳐 매야만 하는 쳇바퀴 같은 일상을 마주하게 됩니다.
만약 성공이 진짜 인생의 끝이라면 그 이후에 남겨진 수십 년의 긴 시간들은 대체 무엇으로 채워가야 할까요?
그래서 성공은 멈춰 서서 영원히 안주해야 할 종착역이 아니라, 더 먼 훗날을 향해 걸어가는 과정에서 잠시 스쳐 지나가는 작은 간이역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그 달콤한 성취에 취해 오만해지거나 걸음을 멈추지 않는 유연한 태도가 어쩌면 성공 그 자체보다 훨씬 더 귀한 삶의 지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대로 실패 역시 우리 인생을 단번에 무너뜨릴 만큼 치명적인 맹독이 결코 아닙니다.
물론 뼈아픈 좌절을 겪는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고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깊은 수렁에 빠진 기분이 드는 건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입니다.
남들은 다 잘만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 혼자만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러서 영영 인생의 낙오자가 된 것 같은 지독한 패배감에 며칠 밤낮을 눈물로 지새우기도 하죠.
하지만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과거의 흉터들을 가만히 뒤돌아보면, 당시에는 내 숨통을 끊어놓을 것만 같았던 그 거대한 실패들이 사실은 나를 더 단단하고 깊이 있는 사람으로 벼려내는 뜨거운 용광로였음을 깨닫게 되는 날이 반드시 옵니다.
실패는 내 삶이 완전히 틀렸다고 붉은색 줄을 긋는 무서운 사형 선고가 아니라 이 방향으로는 안 되니 다른 길로 돌아가 보라고 알려주는 꽤나 친절하고 확실한 표지판일 뿐입니다.
그 길고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면서 우리는 오만했던 자신을 차분히 되돌아보고, 타인의 아픔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넉넉한 가슴을 가지게 되니까요.
결국 성공의 환희나 실패의 절망 그 어떤 것에도 영원히 발목 잡히지 않고, 어제와 다름없이 묵묵히 오늘 하루의 몫을 걸어내는 그 투박한 용기만이 우리 삶을 지탱하는 진짜 튼튼한 기둥입니다.
대단한 열정이나 세상을 뒤집을 만한 거창한 투지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아침에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다시 일터로 향하는 것, 눈물이 앞을 가려도 꾸역꾸역 밥 한 술을 떠 넣으며 어떻게든 내일을 기약하는 그 조용하고 끈질긴 생명력 말입니다.
거센 폭풍우가 몰아쳐서 공들여 쌓은 탑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을 때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우는 대신, 아무 말 없이 툴툴 흙을 털고 일어나 새로운 벽돌 한 장을 다시 바닥에 내려놓는 일은 그 어떤 화려한 영웅의 업적보다도 훨씬 더 위대하고 눈물겨운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성공과 실패를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얄궂은 운명을 타고났습니다. 어제는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뻤다가 오늘은 바닥을 치며 좌절하는 것이 지극히 평범한 우리의 일상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그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의 기복과 상황의 변화 속에서도 완전히 중심을 잃지 않고, 비틀거리면서도 끝끝내 걷기를 포기하지 않는 묵직한 뚝심입니다.
내가 이룬 작은 성공에 너무 취해있지도 말고 내가 겪은 뼈아픈 실패에 너무 깊이 함몰되지도 않은 채, 그저 덤덤하게 내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하루를 성실하게 또 살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윈스턴 처칠이 우리에게 그토록 말하고자 했던 계속하려는 진정한 용기의 본질이 아닐까 싶습니다. 성공했다고 해서 교만해질 이유도, 실패했다고 해서 세상이 끝난 것처럼 고개를 숙일 이유도 우리에겐 전혀 없는 것이죠.
혹시 지금 너무나도 뼈아픈 실패를 겪고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도저히 일어날 힘조차 잃어버린 분이 계신가요? 아니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막상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잃고 묘한 공허함 속에서 방황하고 계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든 이 따뜻하고 든든한 문장이 마음속에 작은 위안이자 흔들림 없는 이정표가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오늘 겪은 그 어떤 일도 결코 인생의 완전한 끝을 의미하지는 않으니, 너무 지레 겁먹거나 자만하지 말고 그저 씩씩하게 심호흡을 한 번 크게 내쉬어 보세요. 그리고 툭툭 털고 일어나서 어제 걷다 만 그 길을 향해 그저 묵묵히 한 걸음을 더 내디뎌 보셨으면 합니다.
넘어지고 깨지더라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걸어 나가는 그 투박한 여러분의 뒷모습이야말로, 세상 그 어떤 화려한 성공보다 훨씬 더 눈부시고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을 테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