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cm/58kg 여성입니다. 체형 상담 원해요."
162cm, 58kg.
숫자를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키가 아주 큰 편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작은 것도 아닙니다. 58kg이라는 체중 역시 BMI로 계산하면 약 22.1로, 일반적인 성인 기준에서는 정상 범위에 해당합니다.
물론 숫자 몇 개만으로 한 사람의 건강이나 체형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두 숫자에는 묘하게 같은 아쉬움이 붙습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컸으면.
조금만 더 말랐으면.
키는 이제 바꾸기 어려우니 살이라도 조금 더 빼면 좋을 것 같습니다.
55kg 정도면 옷태가 조금 더 예쁠 것 같고, 52kg이 되면 사진을 찍을 때도 지금보다 자신감이 생길 것 같습니다.
그래서 58kg에서 3kg을 빼고,
또 3kg을 빼면,
그때는 얼마나 만족하게 될까요?
안녕하세요. 라이프・퍼포먼스 코치 김미아입니다.
162cm에서 조금만 더 크게, 58kg에서 조금만 더 가볍게.
우리는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바라며 수많은 기준을 세웁니다. 그런데 그 기준에 가까워질수록 만족도 함께 가까워질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몸에서 시작해, 우리가 자신에게 세우는 ‘합격선’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 이상하게도, ‘괜찮다’의 기준은 자꾸 움직입니다.
코칭을 하면서 삶에서 많은 것을 이루어 온 분들을 만납니다. 예를 들어 좋은 학교를 졸업했고, 괜찮은 직장에 다닙니다. 그런데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물으면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저보다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뒤에는 더 좋은 회사가 눈에 들어오고, 연봉이 오르면 비슷한 나이에 더 많이 버는 사람이 보입니다.
외모에 대한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58kg일 때는 55kg이 되면 만족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55kg에 가까워지면 52kg 정도가 더 예쁠 것 같습니다.
분명 처음보다 원하는 곳에 가까워졌는데, ‘이 정도면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지점도 함께 앞으로 움직입니다.
여기서 잠시 자신의 ‘조금만 더’를 떠올려 보아도 좋겠습니다.
조금만 더 ______한다면.
그 빈칸에는 무엇이 들어갈까요?
그리고 그것을 이루면 마음속의 합격선도 멈출까요?
아니면 그때는 또 다른 ‘조금만 더’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더 나아지고 싶은 마음은 우리를 성장시키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다만 한 가지는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더 높은 목표를 세우는 것과, 그 목표를 이루어야만 지금의 나에게 합격을 주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목표는 계속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목표가 높아질 때마다 지금의 내가 불합격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높은 합격선을 갖게 되었을까요.
저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계신 분들과도 코칭을 합니다. 물론 제가 만난 사람들의 경험만으로 국가나 문화 전체를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국내외 내담자들을 함께 만나면서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느껴온 차이는 있었습니다.
바로 자신에게 ‘이 정도면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의 높이였습니다.
저와 인연이 된 국내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신에게 요구하는 조건이 꽤 많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학력도 어느 정도 되어야 하고, 직장도 어느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나이에 맞는 경제적 성취가 있어야 할 것 같고, 결혼이나 주거, 외모처럼 또 다른 기준들이 더해지기도 합니다.
하나하나는 낯설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익숙합니다.
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자신의 몸을 어떻게 지각하고 생각하며, 그 몸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신체 이미지(Body image)라고 설명합니다. 여기에는 거울에 비친 모습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했던 기억, 누군가에게 들었던 말, 반복해서 보아온 이미지와 사회적 기준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162cm, 같은 58kg을 두고도 사람마다 느끼는 것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궁금해집니다.
지금 내가 나에게 세우고 있는 기준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누군가의 말이었을까요.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했던 경험이었을까요.
내가 직접 선택한 기준이었을까요?
💌 사회의 기준과 나의 기준을 꼭 나누어야 할까요.
이 질문에는 쉬운 답이 하나 있습니다.
“남들의 기준은 신경 쓰지 말고, 나만의 기준으로 살면 됩니다.”
그런데 실제 삶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나는 정말 마른 몸을 좋아할 수 있습니다.
큰 키를 멋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좋은 직업을 갖고 싶고,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 취향과 욕망이 사회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모두 가짜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기준 속에서 성장해 왔기에,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취향 역시 이미 나의 일부가 되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기준이 사회의 것인가, 나의 것인가’를 구분하는 것보다 다른 질문이 더 궁금합니다.
“나는 지금도 이 기준을 나의 것으로 선택하고 싶은가?”
잠시 자신에게 중요한 기준 하나를 떠올려 보아도 좋겠습니다.
나는 왜 이것을 원하는가.
아무도 나를 평가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이것을 원할까.
그리고 이 기준은 지금의 나를 앞으로 데려가는 기준일까요, 아니면 계속 부족한 사람으로 만드는 기준일까요?
💌 3kg 뒤에 기다리고 있는 것
체형에 대한 고민을 나눌 때 저는 숫자 다음의 이야기가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몇 kg이 되면 만족할 것 같으세요?”
“52kg이요.”
“52kg이 되면 무엇이 달라질 것 같으세요?”
옷을 더 예쁘게 입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을 찍을 때도 덜 신경 쓰일 것 같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자신감이 생길 것 같습니다.
질문을 조금 더 따라가다 보면 이런 대답에 도착하기도 합니다.
“그 정도가 되면 저도 제가 좀 마음에 들 것 같아요.”
처음에는 6kg을 빼고 싶은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그 숫자 뒤에는 자신감이나 만족감, 인정처럼 그 몸이 되었을 때 비로소 허락하고 싶은 감정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52kg이 되면 자신에게 무엇을 허락해주고 싶은가요?
그리고 그것을 지금의 나에게는 허락할 수 없는 이유가 있을까요?
왜 지금의 나는, 그 몇 kg만큼 덜 괜찮아야 할까요?
💌 목표에 대한 평가가 나에 대한 평가가 될 때
여기에서 자기가치(Self-worth)라는 개념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자기가치는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라고 느끼고 평가하는가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자신의 가치감이 특정한 조건의 충족에 의존하는 현상을 조건부 자기 가치(Contingent self-worth)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 개념을 자신의 문장으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나는 ______할 때 괜찮은 사람이다.”
빈칸에는 무엇이 들어갈까요?
날씬할 때.
좋은 직장에 다닐 때.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때.
사랑받을 때.
혹은 전혀 다른 답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조건을 잠시 지워보겠습니다.
그것이 없는 나는, 정말 그만큼 가치가 줄어드는 사람일까요?
몸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승진에서 떨어질 수도 있고, 목표를 이루지 못해 아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는 내가 가진 조건이나 결과에 대한 평가이고, 다른 하나는 나라는 사람에 대한 평가입니다.
지금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내가 가진 하나의 조건일까요, 아니면 나라는 사람 전체일까요?
💌 목표와 나의 가치는 꼭 함께 움직여야 할까요.
이번에는 지금 자신이 이루고 싶은 목표 하나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그리고 두 문장을 차례로 완성해 봅니다.
나는 ______을 이루고 싶다.
그것을 이루지 못한 지금의 나는 ______한 사람이다.
첫 번째 빈칸에는 목표가 들어갑니다.
그런데 두 번째 빈칸에는 무엇이 들어갔나요?
혹시 아무 말도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문장은 정말 첫 번째 문장을 따라가야 할까요?
55kg을 목표로 하면서도 58kg인 나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더 좋은 회사에 가고 싶으면서도 지금의 커리어를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더 많은 것을 이루고 싶으면서도 아직 이루지 못한 나에게 불합격을 주지 않을 수 있을까요.
더 나아지고 싶은 마음과 지금의 나를 인정하는 마음은 반드시 서로 반대편에 있어야 할까요?
💌 코치는 합격선을 정해주지 않습니다.
“살을 빼고 싶어요.”
그렇다면 살을 빼는 것이 목표일 수 있습니다.
코칭에서 반드시 그 안에 숨은 이유가 있다고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52kg이 되어야 하는지, 58kg인 지금 그대로여도 되는지를 코치가 대신 정할 수도 없습니다.
대신 질문할 수 있습니다.
그 숫자가 되면 무엇이 달라질 것 같나요?
그곳에 도착하면 자신에게 무엇을 허락해주고 싶나요?
그리고 지금도 이 기준을 나의 것으로 선택하고 싶은가요?
정말 52kg이 되고 싶다는 답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 숫자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여전히 살은 빼고 싶지만, 몸에 세운 목표와 나라는 사람에게 매기는 점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고 싶다는 답에 도착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답이 더 옳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코칭은 그 답을 밖에서 가져오는 대신, 자신의 안에서 발견해 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 칼럼을 마무리하며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162cm/58kg 여성입니다. 체형 상담 원해요.”
162cm가 합격인지,
58kg이 불합격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52kg이 되면 지금보다 더 예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더 좋은 직장에 가면 뿌듯할 것이고, 더 높은 연봉을 받으면 기쁠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더 나은 모습을 꿈꾸며 살아갑니다.
조금만 더 컸으면.
조금만 더 말랐으면.
조금만 더 좋은 학교였다면.
조금만 더 좋은 직장에 다녔다면.
조금만 더 많이 벌었다면.
조금만 더 인정받았다면.
그 마음 덕분에 우리는 성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더 나아지고 싶은 마음을 굳이 내려놓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 모든 ‘조금만 더’ 앞에서, 지금의 나에게 계속 불합격을 주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목표에는 합격선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시험에도, 채용에도, 사회가 만들어 놓은 여러 기준에도 합격과 불합격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가치에도 정말 합격선이 필요할까요?
58kg인 내가 52kg인 나보다 덜 가치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아직 원하는 직장에 가지 못했다고 해서, 원하는 만큼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그만큼 부족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더 예뻐지고 싶어도 좋습니다. 더 성공하고 싶어도 좋습니다. 더 높은 곳을 향해 가도 좋습니다. 다만 그곳에 도착해야만 비로소 자신에게 합격을 주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당신은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가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가치 있는 사람이기에 더 나은 삶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길 어디쯤에 있든,
당신은 당신 자체로 아름답고 빛나는 사람입니다.
💌 FAQ | 자기가치와 ‘조금만 더’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Q1. 더 예뻐지고 싶고, 살을 빼고 싶은 마음도 자기가치가 낮다는 뜻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의 외모를 가꾸거나 원하는 체중을 목표로 하는 것 자체가 자기가치의 문제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살펴볼 수 있는 것은 그 목표와 나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가입니다. “5kg을 빼고 싶다.”와 “5kg을 빼야 지금보다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목표를 갖는 것과 현재의 나를 부족한 사람으로 규정하는 것은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Q2. 자기가치(Self-worth)와 자존감(Self-esteem)은 어떻게 다른가요?
두 개념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문맥에 따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자기가치는 말 그대로 자신을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고 있는지를 이야기할 때 주로 사용되며, 자존감 역시 자신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가치감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이 칼럼에서는 두 개념을 엄격하게 구분하기보다, 외모·성취·인정과 같은 특정 조건에 자신의 가치를 얼마나 연결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자기가치’라는 표현을 중심으로 사용했습니다.
Q3. 체중이나 외모에 대한 고민도 코칭에서 다룰 수 있나요?
네. 다만 코칭은 적정 체중을 판단하거나 식단·운동법을 처방하는 영역은 아닙니다. 대신 “왜 이 숫자가 나에게 중요한가?”, “원하는 모습이 되었을 때 무엇이 달라질 것 같은가?”, “나는 어떤 기준으로 나를 평가하고 있는가?”처럼 체중이나 외모에 붙어 있는 생각, 기준, 목표를 탐색하는 과정은 코칭에서 다룰 수 있습니다. 건강이나 섭식과 관련해 의학적·심리적 평가와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김미아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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