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고민 중에서 아마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또 가장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이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인 것 같아요.
학창 시절에는 수학 문제나 영어 단어만 열심히 외우면 어떻게든 정답을 찾아내고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잖아요.
그래서인지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는 무의식중에 모든 인간관계 속에서 완벽하고 유일한 정답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헤매게 되는 것 같아요.
나와 모든 성향이 찰떡같이 잘 맞고 단 한 번의 갈등이나 오해도 없이 평화롭게 이어지는 그런 이상적인 관계가 어딘가에는 분명히 존재할 거라고 굳게 믿으면서 말이에요.
하지만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뼈아픈 이별을 겪으면서 관계에는 애초에 수학 공식 같은 명확한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금은 아프게 깨달아가고 있어요.
인간관계라는 복잡하고 어려운 숙제 속에서
단 하나의 완벽한 정답을 찾아내려는 미련을 버릴 때
비로소 타인과 나 자신을 향한 너그러운 이해가
우리 마음속에 따뜻하게 자리 잡기 시작하더라고요.
누군가를 만나서 마음을 나누다 보면 내 의도와는 다르게 자꾸만 삐걱거리고 어긋나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되잖아요.
그럴 때마다 내가 무언가 큰 잘못을 한 건 아닐까 아니면 저 사람이 나와는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 나쁜 사람인 걸까 하며 자책하거나 상대를 탓하곤 했어요. 자꾸만 틀리는 게 당연한 건데 그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혼자 속앓이를 참 많이도 했더라고요.
각자 수십 년을 전혀 다른 환경에서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품고 살아온 두 우주가 만나는 일인데 어떻게 단번에 톱니바퀴 물리듯 척척 맞을 수 있겠어요.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고 때로는 부딪히며 조금씩 모서리를 다듬어가는 과정 자체가 관계의 자연스러운 흐름인데 우리는 너무 조급하게 완벽한 완성품만 바랐던 것 같아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마음을 나누는 과정에서
자꾸만 어긋나고 틀리는 것은 결코 실패가 아니라
서로의 고유한 모양을 알아가는 아주 자연스럽고
필수적인 배움의 시간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아요.
가만히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엄마가 사주셨던 옷들도 처음부터 내 몸에 꼭 맞았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쑥쑥 클 거라며 항상 한두 치수 넉넉한 옷을 입혀주셨고 헐렁한 소매를 몇 번이나 접어 입으면서 내 몸이 그 옷에 맞게 자라기를 기다려야 했잖아요.
나를 위해 만들어진 옷이나 매일 신는 신발조차도 내 몸에 편안하게 익숙해지기까지는 꽤 오랜 적응의 시간이 필요한 법인데 하물며 복잡한 감정을 가진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오죽할까 싶어요.
처음부터 내 마음에 쏙 드는 완벽한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고 설령 기적처럼 그런 사람을 만났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다름을 발견하게 되는 게 우리의 삶이더라고요.
어릴 적 입던 헐렁한 옷이 몸에 맞게 길들여지듯
사람과 사람의 인연 역시 처음의 어색함을 지나
서로의 온도에 천천히 스며들고 익숙해지는 데에는
반드시 충분하고 다정한 시간이 필요한 법이더라고요.
사람과 사람이 마음을 포개는 과정은 종이 두 장을 반듯하게 겹쳐 놓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공장에서 똑같은 크기로 잘려 나온 복사용지조차도 아주 미세한 오차가 있는데 저마다 살아온 삶의 결이 다르고 입체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모서리 하나 튀어나오는 곳 없이 완벽하게 포개질 수 있겠어요.
상대방과 나를 억지로 똑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맞추려고 힘을 주다 보면 결국 얇은 종이 같은 우리 마음은 구겨지거나 찢어지는 상처를 입게 되더라고요.
겹쳐진 종이의 끝이 조금 안 맞으면 어때요 삐져나온 부분은 삐져나온 대로 상대방의 독특한 개성으로 존중해 주고 모자란 부분은 내가 살포시 감싸 안아주면 되는 거잖아요.
상대방을 나와 똑같은 모양으로 오려내려 하지 않고
종이 모서리가 조금 어긋난 채로도 괜찮다며
그 삐뚤빼뚤한 틈새마저 온전히 사랑해 주는 것이
서로를 지치지 않게 하는 진짜 다정한 배려인 것 같아요.
관계에서 완벽한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을 조용히 내려놓고 나니 오히려 사람을 대하는 제 마음이 한결 가볍고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껴요.
예전에는 누군가와 의견이 조금만 충돌해도 이 관계는 실패라며 단숨에 실망하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곤 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저 사람은 저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구나 하고 한 발짝 물러서서 고요하게 상대를 관망할 수 있는 작은 여유가 생겼어요. 정답이 없다는 말은 곧 우리 둘이 함께 만들어가는 모든 과정이 그 자체로 가치 있는 해답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잖아요.
틀려도 괜찮고 어긋나도 괜찮다는 넉넉한 마음가짐이 오히려 나와 상대방을 훨씬 더 단단하고 깊은 인연으로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이 되어주더라고요.
관계에는 애초에 정해진 완벽한 정답이 없기에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려고 애쓰며 보내는 그 모든 찰나가
결국 우리만의 가장 아름답고 고유한 해답으로
자연스럽게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굳게 믿어요.
나와 결이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마치 내가 한 번도 써보지 않았던 낯선 외국어를 아주 천천히 더듬거리며 배우는 과정과 비슷해요.
처음에는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고 오해도 생기며 내 뜻대로 소통이 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그냥 다 포기해 버리고 싶어지기도 하죠.
하지만 상대방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아주 서툴더라도 그 사람만의 고유한 언어와 감정의 맥락을 읽어내려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귀를 기울이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서로의 낯선 언어를 번역해 가며 오해의 폭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그 치열하고도 따뜻한 노력이 두 사람 사이를 그 어떤 충격에도 쉽게 부서지지 않게 꽉 잡아주는 튼튼한 토대가 되어준다고 생각해요.
서로의 낯선 마음을 더듬거리며 서툴게 읽어내고
조금씩 서로의 언어에 익숙해져 가는 그 뭉클한 시간들이
처음부터 완벽하게 잘 맞는 그 어떤 인연보다도
훨씬 더 깊고 진한 감동으로 우리 삶을 채워주더라고요.
우리는 흔히 오래되고 깊은 인연을 보며 저 두 사람은 처음부터 운명처럼 성격이 잘 맞았을 거라고 쉽게 부러워하곤 해요.
하지만 그 속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들도 수없이 많은 밤을 서운함으로 지새우고 격렬하게 부딪히며 상처를 주고받는 치열한 훈련의 과정을 거쳤을 거예요.
단지 그들은 그 고통스러운 삐걱거림 속에서도 서로의 손을 끝끝내 놓지 않기로 굳게 선택했고 다름을 비난하기보다는 포용하기로 매일매일 결심했을 뿐이죠.
진정으로 단단하고 건강한 관계는 운명처럼 주어지는 완벽한 기적 같은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피나는 양보와 이해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매일 벽돌을 쌓아 올리듯 정성스럽게 지어지는 튼튼한 집과 같더라고요.
진짜 깊고 다정한 인연은 운명처럼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수많은 어긋남과 갈등 속에서도 기꺼이 서로를 선택하고
다름을 품어주기로 매일매일 새롭게 다짐하는
두 사람의 눈물겨운 노력과 애정으로 완성되는 것 같아요.
과거에 내가 왜 그 사람과 끝내 잘 맞지 못했을까 왜 그 소중한 인연을 더 예쁘게 지켜내지 못했을까 하며 지난날의 서툰 내 모습을 자책하며 아파하고 계신 분들이 참 많으실 것 같아요.
하지만 그건 여러분이 부족하거나 인간관계에 실패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 시절의 두 사람이 서로의 삐뚤어진 모서리를 부드럽게 안아줄 만큼의 마음의 여유가 아직 부족했을 뿐이에요.
맞지 않는 조각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다 손끝이 다치고 피가 나는 것보다는 차라리 아쉽지만 서로를 놓아주고 각자에게 더 잘 어울리는 자리를 찾아 떠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하고 성숙한 이별의 방식이기도 하니까요.
지나간 인연에 대해 뼈아픈 실패의 기록처럼 자책만 남겨두기보다는 그 경험을 통해 내가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에 따뜻한 위안을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잘 맞지 않아 결국 끝이 나버린 지난 인연들에 대해
내 탓이라며 너무 깊이 자책하거나 아파하지 마세요
그저 우리는 그때 최선을 다해 서로를 안아주려 애썼고
그 서툰 노력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아름답고 빛났으니까요.
앞으로 우리 삶에 찾아올 수많은 새로운 만남 속에서도 우리는 필연적으로 또 상처받고 오해하며 끝없이 삐걱거리는 날들을 겪게 될 거예요.
하지만 이제는 그 어긋남이 더 이상 두렵거나 끔찍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아요. 처음부터 내게 딱 맞는 사람은 없다는 걸 겸허하게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낯선 사람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 조금은 기대되고 설레기까지 하더라고요.
상대방의 단점을 찾아내서 내 기준대로 뜯어고치려 하지 않고 아 이 사람은 이런 독특한 결을 가지고 있구나 하며 둥글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새 내 주변에는 마음이 넉넉하고 따뜻한 사람들로만 가득 채워져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겨요.
나와 완벽하게 딱 맞는 정답 같은 사람을 찾아 헤매는 대신
내 곁에 머물러주는 사람들과 함께 매일매일 새로운 해답을
조금씩 빚어내고 정성스럽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누릴 수 있는 진짜 기쁨이 아닐까 싶어요.
인간관계라는 이 평생의 어렵고도 무거운 숙제 앞에서 정답을 찾으려 애쓰느라 오늘 하루도 남모르게 속앓이를 하고 지쳐버린 분들이 계시다면 감히 이 다정한 글귀를 마음속 깊은 곳에 꾹꾹 눌러 담아드리고 싶어요.
나를 억지로 포장해서 누군가에게 끼워 맞출 필요도 없고 타인을 내 틀에 맞게 함부로 잘라낼 권리도 우리에겐 없어요. 그저 서로의 삐뚤어진 모서리가 맞닿아 조금 불편하더라도 그것을 불평하기보다는 체온으로 따뜻하게 녹여가며 함께 기대어 살아가는 것이 진짜 인생의 묘미이니까요.
오늘 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틈새로 불어오는 서늘한 오해의 바람은 잊어버리고 오직 서로의 다름을 다정하게 안아주는 따스한 마음의 온기만을 가득 느끼며 세상에서 가장 평온하고 달콤한 잠자리에 드시기를 온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한 번에 딱 맞는 완벽한 관계를 향한 조급함을 내려놓고
천천히 서로에게 스며드는 그 어설프고 다정한 시간들을
충분히 즐기고 음미하며 마음 편히 살아가는
가장 포근하고 너그러운 하루하루가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랄게요.


![지킬과하이드] 지킬편:: 일은 안 힘든데 인간관계가 힘들다](https://www.venturesquare.net/wp-content/uploads/2015/12/shutterstock_11003645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