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우울한 모습을 설명하기도 지쳐서 모든 연락을 끊고 완벽하게 고립되어 버렸네요..

언제부터인가 제 스마트폰은 그저 알람 시계나 유튜브 재생기 용도로만 쓰이는 차가운 쇳덩어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예전에는 친구들과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고 주말이면 어디서 만날지 약속을 잡느라 메신저 알림이 쉴 새 없이 울리곤 했는데 이제 제 화면에는 통신사에서 보내는 스팸 문자 외에는 그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아요.

 

제가 이렇게 철저하게 혼자가 된 건 누구의 탓도 아니고 바로 제 스스로가 사람들과의 모든 연결 고리를 잔인하게 끊어버리고 어두운 방구석으로 숨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처음 우울증이 시작되었을 때는 주변 사람들에게 기대어 하소연도 해보고 위로도 받아보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 우울함이 길어지자 사람들의 눈빛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해지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는 나 요즘 좀 힘들어라는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상대방에게 엄청난 감정적 민폐를 끼치는 짓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고 결국 입을 굳게 다물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는 사람들이 요즘 잘 지내냐고 안부를 물어올 때마다 억지로 밝은 척 가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아무 일 없는 듯 연기하는 게 너무나도 끔찍한 감정 노동으로 다가왔어요. 

 

속으로는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고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처럼 위태로운데 겉으로는 하하 호호 웃으며 남들의 평범한 일상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야 하는 그 극심한 인지부조화가 저를 완전히 미치게 만들더라고요. 내 마음은 이미 시커멓게 썩어 문드러졌는데 그걸 구구절절 설명하자니 내 자신이 너무 구차하고 찌질해 보였고 그렇다고 쿨한 척 숨기자니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서 결국 제가 선택한 가장 쉬운 도피처는 모든 연락을 무시하고 잠수를 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약속을 미루다가 나중에는 아예 카톡을 읽지도 않고 전화가 와도 무음으로 뒤집어둔 채 덜덜 떨며 수신음이 끊기기만을 기다렸어요. 그렇게 몇 달을 철저하게 회피하고 밀어내다 보니 당연하게도 사람들은 하나둘씩 제 곁을 떠나갔고 이제는 정말 제 안부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남지 않은 완벽한 고립 상태가 완성되었습니다.

 

모든 인연을 제 손으로 끊어내고 혼자 남겨졌을 때 처음 며칠 동안은 더 이상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묘한 해방감마저 느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얄팍한 안도감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고 이제는 뼛속까지 시려오는 소름 끼치는 고독함과 섬뜩한 외로움이 매일 밤 저를 목 졸라 오고 있습니다. 캄캄한 방안에 홀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 세상에 내가 내일 당장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도 슬퍼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겠다는 끔찍한 자각이 파도처럼 밀려와서 숨이 턱턱 막히고 눈물만 줄줄 흐르더라고요.

 

나를 짓누르는 이 지독한 우울감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시켰는데 정작 그 고립감이라는 또 다른 괴물에게 잡아먹혀서 이제는 영영 빛을 보지 못하는 깊은 심해로 영혼이 가라앉아 버린 기분이에요. 핸드폰 주소록을 수십 번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단 한 명에게라도 살려달라고 문자를 보내고 싶지만 이미 내가 다 내쳐버린 사람들에게 이제 와서 무슨 낯짝으로 연락을 하겠냐는 끔찍한 자괴감이 제 손가락을 무겁게 짓누릅니다.

 

이제는 사람의 온기가 너무나도 그립고 미치도록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제 스스로 만들어버린 이 견고하고 차가운 감옥의 문을 어떻게 열고 나가야 할지 도무지 방법을 모르겠어요. 혼자 있는 게 너무 외롭고 괴로우면서도 막상 누군가 저에게 다가오려고 하면 내 이 우울하고 병든 진짜 모습을 들킬까 봐 또다시 가시를 세우고 도망쳐버리는 이 기형적인 방어기제를 제발 제 손으로 박살 내버리고 싶습니다. 

 

도대체 이 끔찍한 자발적 고립의 늪에서 어떻게 해야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억지로 꾸며낸 밝은 모습이 아니라 상처투성이고 우울한 제 있는 그대로의 초라한 모습으로도 다시 사람들과 건강하게 연결되고 버림받지 않을 수 있는 현실적인 용기를 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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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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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글을 읽는데 마음이 참 아프네요.
    사람이 싫어서 연락을 끊은 게 아니라, 내 마음을 설명하고 또 설명하는 것조차 너무 지쳐서 결국 모두에게서 숨어버리신 것 같아요.
    
    “요즘 좀 힘들어”라는 말 하나 꺼내는 것도 상대에게 민폐가 될까 봐 참으셨다는 부분이 특히 마음에 남아요.
    그런데 아픈 사람이 매번 괜찮은 척 웃어야만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지금의 우울한 모습까지 보여준다고 해서 그 사람이 초라해지는 것도 아니고요.
    그리고 몇 달 동안 연락을 피했다고 해서 모든 관계가 끝난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지금 이렇게 **“누군가와 다시 이야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고립에서 빠져나오는 첫 신호일 수 있어요.
    
    처음부터 여러 사람에게 연락하려고 하지 마세요.
    주소록에서 딱 한 사람만 골라서,
    “한동안 내가 많이 힘들어서 연락을 피했어. 너한테 미안한 마음이 컸어. 아직 완전히 괜찮아진 건 아니지만, 조금씩 다시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어.”
    이 정도만 보내도 충분해요.
    
    상세한 설명도, 밝은 척하는 말도 필요 없어요.
    답장이 바로 오지 않더라도 그것을 ‘나를 버렸다’는 뜻으로 해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상대에게도 각자의 사정과 시간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지금처럼 우울감이 오래 지속되고 일상과 인간관계까지 무너질 정도라면, 혼자 의지로 버티는 것보다 정신건강의학과나 상담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꼭 권하고 싶어요.
    사람과 다시 연결되는 첫 번째 방법이 꼭 친구에게 연락하는 것일 필요도 없어요. 안전하게 내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전문가 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연결의 시작이니까요.
    
    무엇보다 지금의 당신을 ‘병들고 초라한 나’라고 부르지 않았으면 해요.
    많이 지쳐서 사람을 밀어낼 수밖에 없었던 나, 그리고 이제는 다시 사람의 온기를 그리워하는 나.
    그 둘 다 당신이에요.
    
    이미 너무 오래 혼자 버티셨어요.
    이제는 완벽하게 괜찮아진 다음에 세상으로 돌아가려 하지 마세요.
    조금 우울한 채로, 조금 서툰 채로, 한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도 괜찮아요.
    
    그리고 글에서 “살려달라”는 표현과 “사라져도 슬퍼할 사람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나온 만큼, 혹시 지금 실제로 자신을 해치거나 죽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위험하다면 혼자 견디지 말고 바로 가족·친구·보호자에게 알리고 가까운 응급실이나 119 같은 즉각적인 도움을 받아주세요. 지금은 관계를 완벽하게 회복하는 것보다 당신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먼저예요. 
    익명2
    작성자
    제 우울함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도, 그렇다고 억지로 밝은 척 연기하는 것도 지쳐서 도망치듯 고립을 택했는데, 제 속마음을 그대로 알아주셔서 글을 읽는 내내 눈물이 났습니다. 완벽하게 괜찮아진 다음에 세상으로 돌아오려 하지 말고, 조금 우울하고 서툰 채로 손을 내밀어도 괜찮다는 말씀이 얼어붙었던 마음에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 익명1
    글을 읽으면서 왜 사람을 피하게 됐는지가 너무 이해됐어요. 힘들다고 털어놓을 때마다 상대가 지쳐 보이는 것 같고, 안부를 물어도 괜찮은 척 웃어야 하니 차라리 연락 자체를 피하는 게 마음은 편했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카톡을 안 보고 전화도 피하면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 잠깐 숨 돌릴 수 있지만, 그렇게 하나둘 연락을 끊다 보면 나중에는 정말 연락 올 곳이 없어져서 그 고요함이 오히려 더 무섭게 느껴지잖아요.
    핸드폰 주소록을 들여다보면서 연락하고 싶은 사람은 있는데 손을 못 내미는 마음이 참 안타깝네요. 
    관계를 다시 시작하는 데 거창한 말이 필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잘 지내? 갑자기 네 생각나서 연락했어 정도로 짧게 보내는 것부터 시작해도 괜찮아요. 
    모든 사람과 한꺼번에 다시 가까워지려고 하지 말고, 한 사람에게 작은 문 하나만 열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우울한 모습까지 숨기지 않아도 편하게 곁에 있어주는 인연은 분명 있을 거에요 
    익명2
    작성자
    처음에 카톡을 읽지 않고 전화를 피할 때는 나를 지키기 위한 일시적인 해방감이라 믿었는데, 어느새 그 고요함이 소름 끼치는 외로움과 괴물 같은 고립감으로 변해 저를 찾아왔을 때 정말 무섭고 막막했습니다. 제 그런 이중적인 방어기제와 두려움을 비난하지 않고 고스란히 이해해 주셔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