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만나거나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는 저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상대방 이야기를 들으면서 웃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합니다. 누가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보면 그냥 별일 없이 지낸다고 대답하게 되고요. 굳이 제 기분이 어떻다고 자세히 말할 필요까지 있나 싶어서 자연스럽게 넘어갈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혼자 있게 되면 분위기가 달라져요. 조금 전까지 사람들과 이야기를 잘하고 있었는데 집에 돌아와 조용해지거나 혼자 있는 시간이 생기면 기분이 서서히 가라앉습니다.
무슨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갑자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질 때도 있어요. 해야 할 일이 눈에 보여도 조금 있다가 해야지 하면서 가만히 있게 되고, 시간이 꽤 지나고 나서야 제가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는 걸 알아차립니다.
처음에는 그냥 사람들을 만나고 와서 피곤한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신경을 쓰게 되니까 혼자 있을 때 긴장이 풀리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 계속 반복되니까 단순히 피곤해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들 앞에서는 괜찮은데 혼자 있을 때만 이렇게 기분이 달라지는 게 저도 참 이상합니다.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는 상대방에게 신경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느라 제 기분을 들여다볼 틈이 없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러다가 혼자가 되면 갑자기 조용해지고, 그때부터 이런저런 생각이 하나씩 떠오릅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심각한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늘 있었던 일을 생각하기도 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기도 하는데, 별것 아닌 생각까지 자꾸 길어집니다.
그러다 보면 괜히 기운이 빠지고 무엇을 해도 재미가 없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텔레비전을 켜놓아도 제대로 보고 있지 않고, 뭔가 해볼까 싶다가도 금방 귀찮아집니다. 그렇다고 잠이 오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시간을 보내는 날도 있고요.
더 답답한 건 다음 날 누군가를 만나면 또 평소처럼 행동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웃을 일이 있으면 웃고 이야기도 잘합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제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전혀 모를 것 같아요.
저도 사람들 앞에서 일부러 연기를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억지로 웃어야 한다고 마음먹는 것도 아니거든요. 막상 누군가와 같이 있으면 정말 잠깐은 괜찮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혼자가 되는 순간 다시 가라앉으니 어느 쪽이 제 진짜 기분인지 저 자신도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과 헤어지고 돌아온 날에는 오히려 그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지면 기분까지 같이 조용히 내려가는 느낌입니다. 별일 없이 잘 있다가 왜 이러나 싶어서 스스로 답답해질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뭔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보려고 한 적도 있어요. 가만히 있으면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이것저것 할 일을 찾아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잘되는 것은 아니네요. 몸은 움직이고 있어도 기분은 그대로인 날도 있고, 괜히 집중이 안 돼서 하던 것을 그만둘 때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볼까 생각한 적도 있지만 막상 사람을 만나면 또 괜찮아지니까 말할 타이밍을 놓칩니다. 그 자리에서 멀쩡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제가 갑자기 혼자 있을 때는 기분이 가라앉는다고 말하는 것도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고요. 괜히 상대방이 걱정할까 싶어서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됩니다.
예전에도 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 시간이 예전과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혼자 있는 것 자체가 싫다기보다는 혼자가 되었을 때 기분이 아래로 처지는 시간이 점점 신경 쓰이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또 사람을 만나면 괜찮아지고, 다시 혼자가 되면 비슷해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제가 너무 제 기분을 들여다봐서 더 그렇게 느끼는 건지, 다른 분들도 사람들과 있을 때와 혼자 있을 때 기분 차이가 이렇게 큰지 모르겠네요.
겉으로는 별문제 없이 지내는 것처럼 보이는데 혼자만의 시간이 되면 기분이 자꾸 가라앉는 분들도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