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저를 재촉하지 않는데 혼자 조급해집니다

요즘은 특별히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없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누가 빨리하라고 재촉하는 것도 아니고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혼자서 시간에 쫓기는 기분이 듭니다. 분명 여유가 있는 상황인데도 마음 한쪽에서는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특히 집에서 쉬고 있을 때 이런 기분이 자주 찾아옵니다. 오랜만에 아무 일정도 없는 날이라 편하게 쉬려고 했는데 막상 소파에 앉아 있으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부터 듭니다. 그렇다고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떠오르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되는 건가 싶어서 괜히 휴대폰을 확인하거나 할 일을 찾아보게 됩니다.

 

아무도 저에게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는데 정작 저는 스스로에게 계속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보면서 조급해지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누군가는 꾸준히 자기계발을 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 사람들이 저와 경쟁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혼자서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머리로는 사람마다 살아가는 속도가 다르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고 해서 잘못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막상 하루가 끝날 때쯤이면 오늘은 무엇을 했는지부터 따져보게 됩니다. 별다른 성과가 없는 날에는 괜히 시간을 낭비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이런 마음 때문에 계획을 세울 때도 있습니다. 내일부터는 조금 더 부지런하게 생활하자고 생각하면서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봅니다. 그런데 계획을 세우고 나면 잠깐 안심이 될 뿐,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걱정이 생깁니다. 계획대로 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싶고 예상보다 진행이 느리면 그것대로 답답해집니다.

 

무언가를 하고 있어도 충분하지 않은 것 같고, 쉬고 있으면 더 불안해지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가장 이상한 건 실제로 바쁜 날보다 여유로운 날에 이런 생각이 더 많아진다는 점입니다. 해야 할 일이 분명할 때는 오히려 하나씩 처리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아무 일정도 없는 날에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생각만 많아집니다.

 

그러다 보면 쉬는 시간에도 제대로 쉬지 못합니다. 영화를 보다가도 이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고, 산책을 하면서도 오늘 해야 할 일을 떠올립니다. 그렇다고 그 생각 때문에 바로 행동하는 것도 아닙니다. 고민만 하다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오히려 더 지친 기분이 들어요.

 

주변에서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해도 된다고 이야기할 때가 있습니다. 저도 그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남들이 괜찮다고 해도 제 마음까지 바로 편해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왜 이렇게 혼자 조급해하는지 스스로를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목표가 있으면 열심히 노력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노력하는 자세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요즘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싶다는 마음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서 서두르는 건지, 뒤처지는 게 두려워서 멈추지 못하는 건지 구분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런 감정이 계속되면 작은 성취에도 만족하기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 계획했던 일을 끝내도 잘했다는 생각보다 내일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러니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본 기억도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요즘은 제가 느끼는 조급함이 실제 상황에서 비롯된 것인지 한번쯤 돌아보려고 합니다.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건지, 아니면 막연하게 남들과 비교하면서 스스로 압박을 주고 있는 건지 생각해보는 거죠. 아직은 그 차이를 구분하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 저를 재촉하는 상황이라면 그 사람에게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할 수도 있을 텐데, 스스로 만들어낸 압박은 어디에 이야기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제 마음을 조금씩 바꾸는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그것마저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봐 걱정되네요.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더라도 하루를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쉬는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고, 남들보다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제 속도를 인정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면 합니다.

댓글6
  • 익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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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님이 느끼는 조급함은 결코 잘못되거나 이상한 게 아니에요. 그동안 삶을 대할 때 늘 책임감 있게,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오셨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낯설고 불안한 것뿐입니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뒤처질까 봐 두려운 마음도 나를 지키고 싶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에요. 다른 사람들의 일상과 비교하며 숨 가쁘게 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어도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신 거예요.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속도가 아닌, 글쓴이님만의 편안한 걸음걸이를 인정해 주고 다독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익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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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는 시간조차 낭비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말씀이 정말 마음을 울리네요. 
    
    영화를 보거나 산책을 하면서도 '이 시간에 딴 걸 해야 하나' 고민하다 보면, 몸은 쉬고 있어도 뇌와 마음은 계속 일하는 상태가 되어 결국 더 지치게 되더라고요. 휴식은 다음을 위해 낭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나라는 배터리를 충전하는 가장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오늘 하루는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숙제를 잠시 내려놓고, 글쓴이님 자신에게 "오늘 참 수고 많았어"라고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며 온전하게 쉬어 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익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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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로스트의 코치님이나 전문가분들과 함께 이 불안의 실체를 가만히 들여다보시는 것도 정말 좋은 방법입니다. 마음의 짐을 조금은 나누어 드셔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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