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는 제가 이렇게 기분이 가라앉아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을 때가 있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면 저도 웃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시간이 제법 빨리 지나가기도 해요. 그 순간만 놓고 보면 평소와 별 차이가 없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요즘 제가 신경 쓰이는 건 그다음입니다.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으면 오늘 재미있었다는 기분이 어느 정도는 남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 오래가지 않아요. 혼자 있는 시간이 시작되면 조금 전까지 웃었던 게 언제였나 싶을 만큼 금방 원래 기분으로 돌아옵니다.
처음에는 사람을 만나고 와서 피곤해서 그런가 했어요. 이야기를 많이 하고 들어왔으니 조용히 쉬고 싶은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몸이 피곤한 것하고는 조금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피곤하면 쉬면서 편안하기라도 해야 하는데 저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기분까지 같이 가라앉습니다. 그렇다고 무슨 안 좋은 일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재미있는 것이 없어지고 모든 게 시큰둥해지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조금 전의 제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그렇게 웃고 이야기를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기분이 달라질 수 있나 싶거든요.
사람들과 있을 때 웃었던 게 억지였던 것은 분명 아닌데, 그 즐거운 감정이 제 안에 오래 남아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까지는 괜찮을 때도 있습니다. 오늘 이런 이야기가 재미있었다고 생각하면서 오기도 해요. 그런데 혼자 조용히 있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기분이 다시 축 처집니다. 텔레비전을 켜도 별로 보고 싶지 않고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도 잘 들지 않네요.
그렇다고 다시 누군가에게 연락하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들과 이야기를 충분히 하고 왔으니 한동안은 혼자 있고 싶어요. 혼자 있고 싶은데 막상 혼자가 되면 기분은 가라앉으니 저도 제 마음을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서 요즘에는 즐거운 일이 생겨도 예전처럼 기대를 하지 않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차피 그때 잠깐이고 금방 다시 똑같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이 부분은 저도 조금 걱정스럽습니다.
60대 이상 여성 평균이 26점이라고 되어 있어서 평균과는 1점 차이였지만, 화면에 나온 설명을 보니 그냥 숫자로만 넘기기에는 신경이 쓰이네요.
물론 자가 점검 결과 하나만 보고 제가 어떤 상태라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요즘 제가 느끼던 변화가 있어서 해본 것이고 결과까지 이렇게 나오니 평소 제 기분을 조금 더 살펴봐야 하나 하는 생각은 듭니다.
무엇보다 이상한 건 하루 종일 계속 기분이 나쁜 것은 아니라는 점이에요. 웃을 때는 분명 재미있고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동안에는 괜찮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도 별문제 없는 것 같다가 혼자가 되고 기분이 가라앉으면 또 생각이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즐거운 일이 있으면 집에 돌아와서도 그 이야기를 떠올리며 기분 좋은 시간이 이어졌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런 여운이 짧아진 느낌이에요. 웃을 일은 여전히 있는데 웃고 난 뒤까지 기분이 따라오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이게 제가 요즘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