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시간을 한번 보고, 이것저것 하다가 다시 시계를 봤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하루가 금방 간다는 말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반대로 하루가 참 길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특히 뭔가 기다리는 일이 있어서 시간이 안 가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하루인데도 그렇습니다. 오전을 보내고 나면 벌써 오후쯤 된 것 같은데 아직 점심때이고, 오후에도 한참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시계를 보면 시간이 그대로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그 시간에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뭘 해야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선뜻 손이 가지 않을 때가 많고, 막상 시작해도 오래 붙잡고 있기가 싫습니다. 그렇다고 편하게 쉬는 것도 아니네요. 가만히 있으면 시간이 더 안 가는 것 같아서 뭔가 해볼까 싶다가도 금방 귀찮아집니다.
하루가 길어서 뭔가를 많이 할 수 있다는 느낌이 아니라,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싶은 쪽에 가깝습니다.
요즘 제가 느끼는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서 우울감 관련 자가점검도 해봤습니다.
결과는 25점으로 심한 우울 상태라고 나왔습니다. 화면에는 일상 유지가 어려울 만큼 우울감이 깊어져 적극적인 도움과 돌봄이 필요한 상태라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자가점검은 참고용이라고 되어 있으니 이 결과만 보고 제 상태를 단정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결과를 보고 나니 제가 요즘 느끼던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돌이켜보면 하루가 길게 느껴지는 것만 있는 건 아닙니다. 뭔가 재미있는 일을 기다리는 마음도 전보다 줄어든 것 같습니다. 오늘 이것을 해야겠다거나 저것을 해보고 싶다는 게 있으면 시간이 부족할 텐데, 요즘은 반대로 시간을 보내는 게 일이 되는 날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기분이 가라앉아 있는 것도 아닙니다. 괜찮을 때도 있고 잠깐 재미있는 것을 보면 웃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도 제 상태를 잘 모르겠습니다. 괜찮은 것 같다가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 찾아오면 다시 축 처지는 식입니다.
저녁이 되면 그나마 오늘 하루도 거의 지나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또 긴 하루가 시작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하루가 짧아서 아쉬웠는데 이제는 하루를 채우는 일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는 게 저 스스로도 낯섭니다.
우울증 탭에 계신 분들은 기분이 좋지 않은 시기에 시간 자체가 유난히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진 적이 있으신가요? 하루 종일 누워 있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평소대로 지내는데도 하루가 끝나기까지 너무 길다고 느껴지는 경우 말입니다.
자가점검에서 저처럼 높은 점수가 나온 뒤에 자신의 생활을 다시 돌아보게 된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하루가 길게 느껴지고 무엇을 하면서 보내야 할지도 잘 떠오르지 않을 때 다른 분들은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