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끔 아침에 눈을 뜨면 일어나기도 전에 오늘 하루를 또 어떻게 보내야 하나 하는 생각부터 듭니다. 특별히 하기 싫은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큰 걱정거리가 있는 날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그냥 잠에서 깨는 순간부터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알람이 울리면 바로 일어나기보다 조금만 더 누워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이 부족해서 더 자고 싶은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에요. 충분히 잤다고 생각되는 날에도 침대에서 나와 씻고 준비하고 해야 할 일을 시작하는 과정이 귀찮게 느껴집니다.
아직 아무 일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벌써 하루를 다 보낸 것처럼 기운이 빠져 있을 때가 있습니다.
막상 일어나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또 어떻게든 하루를 보냅니다.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하고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는 평소처럼 이야기하기도 해요. 그래서 낮에는 아침에 왜 그렇게 일어나기 싫었나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비슷한 기분이 다시 찾아옵니다. 오늘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생각하기 시작하면 별것 아닌 일도 전부 부담스럽게 느껴져요. 씻고 준비하는 것부터 밖에 나가는 것까지 하나하나 해야 하는 일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아침부터 일정이 여러 개 있는 날에는 눈을 뜨자마자 머릿속으로 하루 일정을 계산하게 됩니다. 이것부터 하고 그다음에는 저걸 해야 한다고 생각하다 보면 일어나기도 전에 지치는 기분이 들어요. 차라리 아무 일정도 없는 날이면 괜찮을 것 같은데 그런 날에도 침대에서 오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또 스스로에게 답답해집니다. 일어나서 움직이면 될 일을 왜 이렇게 어렵게 생각하나 싶고 다른 사람들은 별생각 없이 시작하는 하루를 저만 유난스럽게 받아들이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가장 애매한 건 하루 종일 계속 힘든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아침에는 그렇게 부담스럽다가도 오후쯤 되면 괜찮아지는 날이 있습니다. 어떤 날에는 저녁이 되면 오히려 기분이 한결 편해지고요. 그러니 단순히 아침에 약한 건지 마음 상태와 관련된 건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궁금해서 글을 쓰기 전에 우울증 관련 자가점검도 한번 해봤습니다. 결과는 8점으로 우울 안정 상태라고 나왔습니다. 화면에는 전반적으로 마음이 안정적이고 일상과 관계를 비교적 건강하게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표시됐어요.
30대 남성 평균이 24점인데 제 점수는 그것보다 16점 낮았고 전체 참여자 중에서는 90% 구간이라고 나왔습니다. 자가점검은 참고용이라고 적혀 있으니 이 결과 하나로 제 상태를 판단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점수가 상당히 낮게 나와 조금 의외였습니다.
결과만 보면 크게 걱정할 상태는 아닌 것 같은데 아침마다 하루를 시작하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건 왜 그런지 여전히 궁금합니다. 우울감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하루 종일 기분이 가라앉아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닐 것 같고, 반대로 이런 느낌이 있다고 모두 우울증인 것도 아닐 테니까요.
저처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유독 의욕이 떨어지고 하루를 시작하는 과정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분들이 계신가요?